망막 수술 때문에 서울에 갔을 때 수술 전에 전시와 영화를 봤다.
반 고흐 전은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티켓 유효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영화는 수술 날짜가 갑자기 잡혀서 서울에 이틀 머무는 동안 보게 되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는 '빚 좋은 개살구?' 느낌일 때가 있는데 이번 전시도 좀 그랬다.
그래도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이 좋았고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대표적인 그림들은 하나씩 있었다.
생각보다 스케치와 사진이 좀 많았다.
영화 '시빌 워'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영화였다.
뭐랄까....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전혀 예상치 못한 것들이 섞여 있었다.
장면 장면에 흐르는 음악들도 묘하게 어울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전쟁은 사람을 똥멍청이로 만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영화에 나오는 아군과 적군, 착한 놈 나쁜 놈, 우리 편 저쪽 편도 없다.
총을 들고 쏘는 놈과 총을 맞고 죽는 놈만 있을 뿐이다.
어떤 명분도 없다.
우리 편이 아니라서, 적군이어서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총을 맞아서 적군이 되는 것이다.
내란을 야기한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대통령의 제거가 정의를 실현한 것 같지도 않고 시원한 느낌도 없었다.
총을 든 사람들은 그저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일 뿐이다.
정말 전쟁을 한다면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웠다.
어리석고 잔인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무서운 영화였다.
지금 내란을 겪고 있어서 더 실감나게 본 듯.....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