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한국계 여성 작가 '우일연'이 쓴 이 책은 2024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1848년 12월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州)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북쪽으로 탈출을 감행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아내인 엘렌 크래프트는 장애가 있는 백인 남성 농장주로, 남편인 윌리엄 크래프트는 엘렌의 노예로 각각 변장한 뒤 증기선과 마차, 기차를 갈아타고 노예 현상금 사냥꾼, 군인들의 눈을 피해 북부까지 이동했다.
조지아주에 따르면 엘렌의 어머니는 흑인 노예였고 아버지는 백인 주인이었다. 엘렌의 피부색은 매우 밝아 백인 가족의 일원으로 오해받았고, 노예 목수였던 남편 윌리엄은 피부가 훨씬 어두웠다고 한다.
1850년 도망노예법이 통과되자 크래프트 부부는 미국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했고 1960년 노에 생활과 탈출기를 담은 책 [자유를 위해 1000마일을 달리다Running a Thousand Miles for Freedom]을 출간하고 노예제 폐지 운동에 열성을 다한다.
이 책에서는 크래프트 부부의 드라마틱한 여정과 험난한 싸움, 그 감동뿐 아니라
미국 노예제도의 실상과 이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사회적 정치적 흐름, 남북전쟁으로 치닫는 시대상황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노예 상태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을 돕기 위해 조직된 비밀 구호 체계이자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였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의 활동도 언급되고,실제 크래프트 부부도 도움을 받는다.
역사 속 사실을 꼼꼼하게 자료를 찾아 검증한 흔적이 책 전반에 보인다.
이 책의 번역자는 책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인 노예 남편 아내>의 정말로 훌륭한 점은 저자의 시각이 매우 균형 잡혀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책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enslaved, enslaver라는 단어가 단적인 예다. slave, slaver라는 관습적인 표현에 비해 이런 단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는 slave, slaver라는 단어가 은연중에 담고 있는 세계관 - 세상에는 노예와 노예 소유자라는 두 범주의 사람이 '원래' 존재한다는 인식 - 이 은폐하는 현실, 즉 납치와 인신매매 등 예속화(enslaving)라는 행위가 이 관계의 본질이라는 점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상기시킨다.
저자는 납치를 납치로 인신매매를 인신매매로, 고문을 고문으로 정확히 기술한다. 노예제도라는 체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은폐하지 않고 드러낸다. 기이한 일이지만 , 세상에는 "A가 B를 죽였다"와 "죽이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는 두 사람이 있을 때, 실제로 A가 B를 죽였느냐와는 관계없이 그 두 가지 진술의 산술적 평균을 - 그런 것은 불가능한데도 - '균형 잡힌', '중립적인' 진술이라고 보는 해괴한 관점이 만연해 있다. 굳이 그 괴상한 저울에 달아본다면, 우일연의 글은 정직함 쪽으로, 현실 쪽으로 치우쳐 있다. 저자는 너무도 끔찍해, 당시에도 지금도 '비현실'로 자꾸만 밀려나려는 현실을 단단히 지킨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예에서 탈출하여 용감한 삶을 통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나아갔던 크래프트 부부는 진정 행복했을까?
마지막 작가는 이렇게 말해 준다.
미국은 크래프트 부부를 실망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크래프트 부부는 계속해서 꿈을 일부나마 실현하기 위해 밀어붙였지만, 그런 노력은 가로막혔다. 아니, 결승선이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다고 해야겠다. 미국이 마침내 그들을 받아주는 것처럼 보였을 때는 그들이 선택한 집이 파괴되거나 법정에서 무너졌다. 게다가 그들은 영면해서도 영원히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해피엔딩이 없다는 사실은 크래프트 부부가 더 유명해지지 않은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줄지 모른다. 이들의 이야기는 편하게 축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며, 종결에 저항한다. 그러나 크래프트 부부가 견뎌낸 힘은 바로 이런 복잡성에서 유래한다. 이 복잡성이야말로 그들의 이야기를 연구하고 기념해야 하는 이유다.
우일연 작가의 첫 번째 책 [위대한 이혼Great Divorce]도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은 1818년 뉴욕주에서 최초로 여성의 이혼과 재산, 양육권을 쟁취한 유니스 채프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란다.
여성에겐 재산권도 시민권도 없던 19세기 미국에서 채프먼이 남편과 국가를 상대로 벌인 5년 간의 법정 투쟁을 따라가며 당시 미국의 법, 종교, 정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번역되지 않았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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