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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자린고비 2013/11/27

by jebi1009 2018. 12. 26.


       

삼천포에서 멸치가 왔다.
우린 멸치를 잘 먹는다. 거의 모든 국물을 멸치로 하고 그냥 머리 따고 술 안주로도 많이 먹는다..
차가운 소주에 마른 멸치와 아삭한 오이는 내가 가장 즐기는 술상이다 ㅎㅎㅎ
죽방멸치가 왔는데 어찌나 자태가 곱던지 뻥 좀 쳐서 눈이 부실 지경이다.
멸치에 한 잔 하고 있는데 유독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멸치가 있어 먹기에 아까웠다.
'이 멸치 너무 잘 생기지 않았니? 먹어버리기 아깝다...'
했더니 옆에 있던 딸내미가
'내가 영원히 간직하게 해 줄게..'
내가 즐겨 쓰는 수첩 속지에 쓱싹쓱싹 그려줬다.
우와~ 이거 영원히 먹을 수 있는 안주가 생겼네 ㅎㅎ
이제부터 소주 한 잔 먹고 멸치 한 번 쳐다보고...우리 부자되겠당~~



딸내미는 작은 스케치노트를 가지고 있다. 뭐 일기장 같은 것인데 어쩌다 펼쳐져 있어 보려고 하면 안된다고 난리다.
그럼 뭘하나...질질 흘리고 다니는, 돌아서면 쿨하게 잊는 우리딸 성격에 비밀노트라고 비밀이 될 것인가...
맨날 아무데나 던져져 있다. 뭐 별로 보고 싶지도 않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도 있다.
단, 딸 앞에서만 안 보면 되는 것을 ㅋㅋ
불 켜 놓고 잔다고 구박하러 들어갔다 입 벌리고 자는 딸내미 옆에 있는 스케치노트 그림을 슬쩍 찍었다.

  슬쩍 물어봤다. '야 너 책상에 펼쳐진 스케치노트 보니까 무슨 발가락 같은거 그린 거 있더라..'
  '엄마..참...이렇게 보는 눈이 없다니까..그 그림은 엄마아빠야'
  아...그래..
 

시험 공부한다고 책상이 쓰레기더미 같이 되어 있는 틈에 끄적대고 그려 놓은 것이 있어 슬쩍 찍었다.
참 피는 못 속인다고..
나도 시험 공부하면서 항상 생각했는데...
아...이 책들을 그냥 배고 자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내 머릿속에 다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딸내미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생각하는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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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3/11/27 18:16

    멸치 잘생겼네요. 그리고 멸치 잘 먹어요. 저도 수업에서 갈치가 멋있다고 해서 학생들을 기가 막히게 하는 사람입니다.

    • 제비 2013/12/02 19:28

      갈치 정말 멋있어요.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갈치를 보면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은빛에 지느러미의 움직임이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이 환상적이어요...저도 갈치에 반했어요

    • 美의 女神 2013/12/02 20:32

      울 남편이 요렇게 말했다가 혼낫심다.
      크리스마스 추리같다고요.
      추리? 삶의 몸부림이 아름답냐? ㅎㅎ
      그뒤로 갈치 낚시 안 갓심다.

  2. chippy 2013/11/28 22:40

    그림 하는 따님이 있어 덕을 보십니다. 멸칫값 아끼게 됐네요. ㅎ...
    원래 안주발이 쎈 저는 그래도 배 부를 만한 안주가 있어야 술을 먹는다 가 원칙이었거든요. 잘 안하던 술도 이젠 하면 안되기 때문에 마실 일이 없지만, 술을 즐기시는 제비님은 잘 챙겨서 드세요. 롱런 하자면 아무래도 위와 간이 튼튼해야지요. ^^

    • 제비 2013/12/02 19:30

      맞아요..제 꿈도 롱런하는 것이지요 ㅎㅎ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친구가 찾아오면 술상을 보고 잔을 부딪히고...

  3. 임수리 2013/12/02 14:30

    인사합니다 처음 ^^
    멸치 표정이 똑같아서 깜놀했어요
    남해기행중 삼천포 다리에서 저 멀리 눈 덮인 산이 보이는 겁니다
    모두 신기하여 무슨산인가요..지리산 천왕봉이라 해서 더 신기했답니다
    아늑한 보금자리 지음을 축하합니다.

    • 제비 2013/12/02 19:32

      어머 수리님 반가워요~
      요즘도 행군(?) 열심히 하고 계신가요?
      삼천포에서 지리산이 보인다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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