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한때는 이런 영화를, 혁명 개혁 투쟁 희생 갈등...이런 영화를 많이 보았지만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클릭해서 보고 말았다.
영화 제목을 훓어가던 순간 내용 보다는 영화에 깔리던 탱고 때문에 나는 다시 보고 말았다.
이제는 짜증이 나는 내용인데 탱고의 선율 때문에 다시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돈다...
Il Pleut Sur Santiago (It's Raining on Santiago)
“산티아고와 이스터섬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1973년 9월 11일 아침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국영 라디오는 반복해서 “산티아고에 비가 내립니다”는 방송을 내보낸다.
피노체트 쿠데타군의 작전암호명이었다.
세계 최초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정권을 출범시킨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의 불어 coup d'Etat
우리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단어다.
70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아옌데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분유와 우유를 공급하고 토지개혁과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정책, 구리광산(미국이 독점하고 철저하게 수탈했던)의 국유화 등 사회주의적 정책을 추진하지만 아옌데가 처한 정치적 상황은 매우 나빴다.
그 한 가운데 미국과 우익 기득권층이 버티고 있었다.
미국은 이런 아옌데의 정책에 맞서 칠레에 대한 경제 봉쇄에 돌입하고 구리의 국제가격을 폭락시켜 칠레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 네슬레 같은 식품회사에 압력을 넣어 분유 수출을 막고 CIA의 획책으로 반정부 파업에 들어가 아옌데 정부 흔들기를 계속한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는 대통령궁으로 육 해 공 모든 군을 동원하여 공격한다.
1973년 9월 11일 아옌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대통령궁으로 출근하여 정장차림으로 업무를 보다
점령당하지 않은 국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마지막 연설을 남기고 소총 하나로 탱크와 폭격기에 맞서다 죽는다.
쿠데타군은 아옌데 정부를 지지했던 수많은 시민들을 에스타디오 스타디움에 모아 놓고 죽음의 공포를 보여주는데
'Venceremos(우리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부르다 잔인하게 죽게 되는 청년이 나온다.
이는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를 상징하는데 실제 빅토르 하라는 쿠데타 직후 외국 망명을 뿌리치고 투쟁하다 5일 뒤인 16일 에스타디오 체육관에서 손목이 부스러진 채 총살당한다.
영화는 파블로 네루다의 장례식으로 마무리된다.
중남미에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던 아옌데와 체 게바라는 둘 다 의사출신이었다.
서로의 방법은 달랐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았다.
그래서 게바라는 자신의 자서전 <게릴라전>을 선물하면서
"다른 방법을 통해 같은 결과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살바도르 아옌데에게 동지애를 가지고"라는 증정사를 적었다고 한다.
피노체트는 박정희를 무지 존경했다고 한다.
박정희가 죽었을 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죽었다며 조기를 게양하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그 후 17년 간의 칠레는 어찌 되었는지 말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기득권층으로부터는 양보를, 서민들에게는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모네다 궁 맞은 편 고급 호텔에서 대통령 궁의 폭격을 보며 비싼 샴페인을 터뜨려가며 빨갱이 정부 축출을 축하하는 기득권층의 모습,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쿠데타의 확실한 가담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에서 합법적 정부를 축출하는 명령을 받을 수 없다는 한 장교의 총살장면,
쿠데타 군의 하사관이 노동자 대열로 넘어와 그 지도자와 함께 총살되는 장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와 함께 흐른다.
난 이 탱고 음악 때문에 슬픈 것이다...정말로...정말로...
'일포스티노'와 '모터사이클다이어리'도 다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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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사람네 집에 사는 데, 이영화를 모른데요. 형제 한 명이 그 때에, 저항을 하다가 죽었고, 망명을 했는 데...
뭐...그럴수도 있겠지요...
이젠 심장이 낡아서 저런 영화는 감당을 못 할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괜히 뭐에 씌워가지고..
그놈의 탱고 때문에 다시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