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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아니면 말고... 2014/05/23

by jebi1009 2018. 12. 26.







내가 간청재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은 거창하게 귀농 귀촌을 염두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이사를 가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삼성동으로 이사하는 것처럼 삼성동에서 창원리로 이사하는 것이다.
자연을 벗삼아 큰 꿈에 부풀어 느긋하게 살아보려고 가는 것도 아니다.
도시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그것을 유지할 만한 돈이 계속 들 것이고 그러면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물론 시골에서도 돈은 들지만 그 규모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또한 흔히 말하듯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도 없다.
창원리가 아니면 다시 이사하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요즘 미친듯이 방송에서 말하는 전원생활, 자연생활의 거품을 확 빼주기는 한다.
나는 그런 방송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삼겹살 구워먹으려고 시골 가서 사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각종 매체에서 떠들어대는 귀촌 귀농 생활의 행복한 모습의 정점은 언제나 사람들과 어울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끝내기 때문이다.

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
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
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
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

제목과 목차에서 확 눈길을 끈만큼 내용이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이미 그럴 것이라 예상한 것도 많았고
작가가 말하는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는 형편과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계속 진지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독립적인 삶이다.
자신의 의지와 판단과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던 것을 청산하고 완전하게 홀로 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에서 살아도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만 시골에서도 더욱더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기댈 곳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부모에게 의존하고, 학력에 의존하고, 직장에 의존하고, 사회에 의존하고, 국가에 의존하고, 가정에 의존하고, 술에 의존하고, 경제적 번영의 시대에 의존하면서 이럭저럭 수십 년을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홀로 설 기회를 그때마다 잃고, 그저 공부나 일을 하면서 겪은 혹독함 정도를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당신은 자신에게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 또 도피해 온 것은 아닐까요.

자신을 옭아매는 직장생활과 압박을 가하는 인간관계들...이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것들에 의존하며 살아온 것이다.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벗어나기를 거부하고 두려워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항상 버릇처럼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사정도 큰 몫을 하겠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삶이 그곳에 의존하는 삶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음...용가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 벗어나고 싶지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나는 퇴직한 후 의지하던 것에서 내던져 졌다는 느낌? 뭐 이런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에서 허무함이나 두려움이 아닌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정말 완벽하게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 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진지하게 노력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시골 생활은 시도해 볼 만하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단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불폄함이, 당신 정신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모습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내가 창원리에서 기대하는 것들이다...

또한 작가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자신의 몸에 책임을 지라고 한다.
잘 먹고 잘 생활하고 잘 죽으라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의 통제가 필요하다.
작가는 아주 확실하게 술을 끊으라고 한다.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이라고 한다.

칠칠치 못한 모습을 남들 앞에서 추스르지도 못하게 된 당신은 '세상에 술만 한 게 없다'느니, '술을 못 마시게 되면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느니, '이름을 날린 문인들은 하나같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느냐'하면서 딴청을 피웁니다. 그러다가 어느 추운 아침 혹은 밤에 찬 욕실에서 돌연한 상황이라고 할까,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뇌혈관이 터져버립니다. 그대로 죽으며 그만이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을 경우에는 반신불수가 되어 생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뀝니다.
술은 약이 아니라 독입니다.
술은 우리 편이 아니라 적입니다.
술은 이성과 지성을 마비시키고 건강을 갉아먹으며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드는 마약 같은 이상한 액체입니다.


글에서 딴청을 피우는 사람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찔리지만 그래도 이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잘 먹고 잘 생활하고 잘 죽으려면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술에 대한 것과 함께 시골 범죄 예방에 관한 부분이다.
동네에서 떨어진 곳에 집이 있고 시골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곧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것은 알겠지만 강도에 대비하여 '침실을 요새화해라' '수제창을 준비해라' 하는 부분은 좀 그렇다.
책 뒤에 서평을 쓴 다른 작가는 이 부분에서 폭소를 터뜨렸다고 하는데 나는 짜증이 났다.

창에 쇠격자를 씌우고 침실 문 안쪽에는 자물쇠 외에 위아래로 이중 빗장을 설치함시다. 어중간한 싸구려로 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문은 철판을 내장한 특수 주문품이 좋을 것입니다. 가능하면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없도록 즉, 벽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도 예기치 못한 침입에 대비해 살인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리와 대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는 준비해 둡시다. 도움이 될 만한 무기는 창입니다. 진짜 창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싸기도 하니 직접 만듭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연습은 무기로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것입니다. 그저 찌르는 것이 아니라 찌르고 나서 재빨리 다음 공격태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뿜어져 나오는 선혈과 터져 나오는 절규 등에 동요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혼란 상태에 빠지더라도, 정신이 들었을 때에 당신 발밑에 적이 쓰러져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책을 읽을 때는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났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니 좀 극단적이기는 해도 내가 상상도 못할 일을 말해 줬으니 참고는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작가는 책에서 끝까지 고지식하게 밀어붙인다.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사이비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나는 이렇게 끝까지 빡빡하게 밀어붙이는 태도가 맘에 든다.

하지만 당신은 강력한 조력자의 존재를 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로 약한 사람도 아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떠넘기며 살아온 오랜 세월의 계산서를 깔끔히 정산만 하면 거기에서 본래의 진정한 당신이 분명 떠오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행이나 환상으로서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골 생활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이 부분이 그래도 작가가 제일 말랑말랑하게 위로해 주는 부분이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끝맺는 마지막 두 줄의 글이다.
사람들은 이 두 줄이 작가의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빛이 죽어 있는 야생동물은 없습니다. 야생동물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본래 눈빛을 잃는 법이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당연한 생명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야생동물의 눈빛...당연한 생명의 자세....
나는 당연한 생명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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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美의 女神 2014/05/26 13:45

    진실을 담은 책이네요. 너무 안일한 삶에 길들여 있는 자신들...들여다 봅니다.

    • 제비 2014/05/28 17:51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안일해지겠죠...

  2. 알퐁 2014/05/28 08:18

    같은 책을 읽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키는 자위 (침실의 요새화도 아마 ^^)로 보는 글을 봤습니다.
    http://fairdream.tumblr.com/

    • 제비 2014/05/28 17:50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곧 야생동물의 눈빛이며 당연한 생명의 자세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