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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베토벤 Beethoven, Ludwig van (1770-1827 G.) 2014/06/30

by jebi1009 2018. 12. 26.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듣기 시작했다.
32곡의 소나타 전곡을 차례로 다 들었다.
부제가 붙은 소나타들은 유명한 곡들이어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8번 비창, 14번 월광, 15번 전원, 17번 템페스트, 21번 발트슈타인, 23번 열정, 26번 고별, 29번 함머클라비어

함머클라비어란 함머는 hammer, 클라비어는 klavier (독일어로 건반악기)라는 뜻이다.
이전의 건반악기는 건반을 누르면 피아노줄을 가야금처럼 뜯어서 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러니 소리가 작고 강약조절이 잘 되지 않아 실내연주로만 가능했다.
챔발로 연주를 들어보면 소리의 세기가 잘 표현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아노가 만들어지면서 피아노줄을 해머로 때려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뜯는 것과 때리는 것의 차이는 강약조절이다.
해머로 때리는 경우 작은 소리(피아노)와 큰 소리(포르테)를 낼 수 있었다.
피아노의 정식명칭은 pianoforte인데 큰 소리부터 작은 소리까지 연주가 가능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악기 이름을 두글자로 줄여서 나타내는 경우( 예를 들면 바이올린은 vn 클라리넷은 cl 오보에는 ob) 피아노는 pf라고 하는데  pianoforte의 p와 f를 딴 것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다.
6살 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에 보냈는데 처음 건반에서 '도'자리를 잘못 찾아(한 옥타브 위의 '도'를 쳤음)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도가 왜 거기야 여기지 여기!'하면서 면박을 받은 후 다시는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피아노 곡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관악기 소리를 좋아했다. 혼, 바순, 트럼본, 클라리넷....
그래도 피아노는 대단한 악기라는 경외감 같은 것은 가지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담고 있는 악기라 생각했다.
기타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기타 연주는 듣는 것을 좋아했지만 피아노는 그냥 그랬다.

베토벤에 대한 생각도 그랬다.
유명한 사람, 대단한 음악가라고 배웠던 사람이다.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는, 바람 머리에 강렬한 인상을 한...운명, 합창, 전원 등등을 외워서 시험 봤던...

그런데 갑자기 얼마 전에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를 들으면서 베토벤이 가슴에 콱 박혔다.
옆에 있으면 손을 마주잡고 싶은 심정이랄까....
다른 소나타도 찾아 들었다.
아름다웠다.
보통 베토벤은 선이 굵고 어둡고 강한 느낌이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깊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같이 손잡고 눈물 흘리며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랑스러움도 느꼈다.
그래서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차례로 듣기 시작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백건우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베토벤을 이렇게 말했다.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사랑입니다.
그를 연구하고 연주하면서 그에게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쇼팽의 음악에서 사랑을 말하고,
베토벤에게서는 투쟁 같은 남성적인 가치의 단어들을 떠올리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베토벤에게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사랑입니다.
쇼팽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개인'이라는 '단수(單數)'입니다.
그의 경우는 사랑도 개인적인 사랑이며 한 개인의 내면을 그리고 있는 것이 쇼팽의 음악입니다.
그러나 베토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개인이 아닌 다수 즉 '복수(複數)'입니다.
그가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그의 음악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느껴집니다.


내가 느낀 베토벤과
또한 쇼팽을 들으면서 참 '달달하다(달콤하다)'고 생각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반가웠다.

백건우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몇 안되는 연주가 중 한 사람이다.
피아니스트라면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또 그러한 사람들도 많지만 녹음으로 남긴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다.
한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다는 것은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것만으로도 그 피아니스트의 위대함은 이미 입증된 것이다.
왜냐면 레코드 회사의 입장에서도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만한 프로젝트는 아무 피아니스트에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건우는 세계 최고의 레코드 레이블 중의 하나인 데카와 이 작업을 했다.
2005년 시작하여 3년 간 진행했다.

백건우는 60이 다 되어서 베토벤을 녹음했다.
라벨, 무소르크스키, 프로코피에프, 리스트 등을 녹음하다 예순이 되어서야 베토벤을 녹음했으니 상대적으로 늦은 것 같다는 사람들의 말에 백건우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베토벤의 참 모습이 이제야 들어오는 것 같은데, 그것은 나이 탓인 것 같습니다......(중략)
그 전에도 베토벤은 무수히 쳤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전에는 베토벤의 진정한 모습이 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감히 베토벤을 연주하는 연주자와는 쨉도 되지 않는 비교지만
나도 나이 탓인가...베토벤이 나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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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美의 女神 2014/06/30 17:33

    멋지죠? 저는 교향곡 전곡 연주회에 간 기억이 있어요.
    차에서도 들으면 아주 아주 행복하지요. 위대하다는 것...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의 작곡과 연주...
    저역시 한 쪽 청력을 거의 잃은지라 들을 수있을 때 듣자는 주읩니다.
    축하드립니다.

    • 제비 2014/07/02 14:53

      뭔 축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