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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사라의 열쇠 2014/03/18

by jebi1009 2018. 12. 26.







유태인 소녀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이니 그저 그런 홀로코스트 영화로 생각했다.
물론 그런 부분들도 보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진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
진실을 마주 보려는 사람과 피하려는 사람.
완전히 없애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펼쳐볼 수도 없는....그냥 덮고 뭉개면서 찝찝하지만 아닌 척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진실을 마주 본다고 해서 삶이 더 좋아지거나 개운해지거나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을 것이다...

< 사라의 열쇠>는 '밸디브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원 제목은 그녀의 이름은 사라였다(Elle s'appelait Sarah).
< 사라의 열쇠>라는 제목은 영어판의 제목인데, 이 영화가 타티아나 드 로네 Tatiana de Rosnay의 영어판 소설Sarah's key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밸디브 사건' 은 프랑스가 무척 수치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건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했던 '비시 체제' 시절에 있었던 대표적인 사건을 말한다.
1942년 7월 16-17일 파리에서는 프랑스경찰에 의한 대대적인 유태인 색출작전이 시작되어서,
1만3천 명이 넘는 유태인이 벨디브(Vel'hiv)라는 동계 경륜장에 비인간적으로 수용되었다가
결국 아우슈비츠로 보내져 학살을 당한 사건이다.
프랑스의 수치인 이 사건은 그 동안 나치 점령군 때문이라는 회피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1995년 시라크대통령은 프랑스에 의해서 저질러진 과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리고 이 어두운 시간은 우리의 역사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프랑스의 과거와 전통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렇습니다. 점령자의 범죄적 광기는 프랑스 국민의, 프랑스 국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화에서 실제 시라크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유태인이 끌려가기 전에 닷새동안 대기한 파리 15구의 벨디브경기장이 있던 자리에 기념비를 세웠다.

그런데 여기서 또 생각해 볼 사건이 있다.
1961년에 벌어진 알제리인 학살사건이다.
알제리인에 국한된 통금령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게 프랑스 경찰은 무참히 진압하고 말 그대로 세느강에 몰아 넣어 버렸다.  실제로 세느강에는 알제리인 시체가 무수히 떠다녔다는 것이다.
그 경찰의 수장이 '모리스 파퐁'이라는 사람이다.
모리스 파퐁은 2차대전 기간 프랑스 유태인 색출 작전에 아주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고
그 범죄가 밝혀지자 고위 관료로 잘 나가던 그가 나이 여든일곱에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 알제리 학살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유태인과 알제리인의 차별인가......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사라와 그의 가족은 이 밸디브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검거되어 수용소로 보내지게 된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사라는 남동생인 미셀을 벽장에 숨기고 열쇠로 잠근 뒤 곧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러나 사라는 동생에게 돌아갈 수 없었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동생을 벽장에서 꺼내주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하고 천신만고 끝에 돌아가 벽장을 열지만 이미 동생은...

영화는 1942년 프랑스와 2009년 프랑스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미국인 여기자 줄리아는 1942년 유태인 집단 체포 사건을 취재하던 중
남편의 할아버지 때부터 살았고 지금도 갖고 있는 집이, 그리고 그 곳으로 이사하려고 했던 그 집이
사라네 가족이 살았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라의 행방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들 덮어두고 싶었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줄기는 크게 두 갈래다.
줄리아의 시아버지와 시할아버지, 또한 사라의 남편과 사라의 아들.

줄리아의 시아버지는 사라가 동생을 찾으러 온 날 그의 아버지와 그 장면을 함께 봤다.
그러나 그 이후 그 일은 없던 일처럼 아무에게도 알리지도 말하지도 않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비밀 서류들도 열어보지 못한채...
줄리아에 의해 그 서류들이, 그 비밀들이 드러난다. 사라의 존재가..
줄리아의 시아버지와 시할아버지는 사라네가 잡혀간 후 비어 있는 집에 이사왔다.
이사 온 집에는 악취가 풍겼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대충 청소로 얼버무리며 벽장을 열려 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 아버지가 남긴 서류도 대충 뭉개면서 열어보려 하지 않았다.
마주보기가 두려워서...없애버리려 하지도 못하고 그냥 뭉개면서...
그 비밀 서류는 사라를 위해 얼마 간의 양육비를 보낸 서류들이었다.
시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려주는 며느리 줄리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사라는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을 했지만 결국 자신의 벽장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아들이 아홉살 때 자살하고 만다.
줄리아는 사라의 아들을 찾아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만 50이 넘은 그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프랑스인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진실들을 알려고 하지 않고 거부한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에게 찾아가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사라와 그의 남편은 아들에게 모든 것을 숨겼다. 사라의 과거에 대해서..
그러나 사라의 남편은 사라의 일기장과 모든 기록을 없애지도 못하고 깊숙히 넣어두기만 했다.
결국 아들이 찾아와 진실을 묻자 그 기록들을 내어준다.
이제까지 회피했던 진실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과거와 그 열쇠와 또한 사고가 아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다.

'네 엄마는 신중을 기했어. 네가 태어나자마자 너를 데리고 병원을 나와서 교회에 가 세레를 받게 했어. 엄마에겐 네가 유대인이 아니면 네 목숨은 안전한 거였지.'

사라의 아들은 결국 어머니를 받아들이고 2년 후에 줄리아를 다시 만난다.
줄리아는 아이를 낳았다. 중년이 넘은 나이에 늙은 아버지가 되기 싫다는 남편과 헤어지기까지 하면서...
줄리아와 사라의 아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고마워한다..진실을 마주한 것에 대해..
그리고 줄리아는 딸의 이름이 '사라'라고 이야기한다.

진실은...우리들에게 진실은
대충 뭉개버리고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저 깊숙한 곳에,
벽장 속에 넣어둔 것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