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발과 사다리를 샀다.
사다리를 사려고 벼르고 별러서 인터넷으로 샀다.
사다리는 일반 택배가 아닌 화물택배로 왔다. 배송비도 오천원이나 한다.
대나무발은 간청재 처마에 달아보려고 산 것이다.
간청재는 지붕이 짧아 마루에 앉으면 햇살이 몽땅 들어온다.
당근 겨울에는 너무 행복하지만 여름 햇빛은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발을 사서 지붕 끝에 달아 보면 어떨까...
일단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다른 대책들을 찾기로 했다.
대나무발은 메이드인차이나. 가격도 만원대로 저렴. 역시 딱 그 수준의 대나무발이 왔다.
어쨌든 대나무발과 사다리를 싣고 간청재로....
드디어 간청재 마당의 돌무더기가 다 치워졌다.
누마루 앞 돌무더기는 엄청 높았다가 그 절반으로 줄었다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가장자리로 치우느라 치웠지만 정리는 더 해야 할 것 같다.
마당 정리를 위해 알아보니 마사토와 자갈을 까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공사를 부탁할 만한 분께 전화로 상의하니 동글동글한 콩자갈은 없고 파쇄자갈만 있단다.
4대강 사업 때문이란다. 그놈의 4대강이 남의 마당까지 망치려고 하네 우씨~
누마루 앞마당이 훤해졌다.
아궁이 정리도 파벽돌을 붙여 끝냈다.
야외 샤워실 바닥공사도 했다. 샤워실이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뿌려 놓았던 씨앗들이 어떻게 되었나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잡초인지 싹이 난 것인지 구분이 안되었지만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있었다.
또 자세히 보니 씨앗에서 벌어져 잎사귀가 나오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세상에나....기특하고 신기했다.
군데 군데 싹이 올라왔다.
자세히 보니 씨앗에서 잎이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세상에나...
그리고 작은 텃밭이 생겼다. 옆 골짜기 수호천사스님이 해 놓으신 것이겠지...
이것저것 심어 놓은신 것을 보고 감격했다.
단, 심어 놓은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가 없었다. ㅠㅠ
아파트와는 달리 간청재의 지붕과 천장은 높다.
무엇이라도 하려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벌집도 물론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의자 정도 딛고 올라가서는 제거할 수가 없다.
의기양양하게 사다리를 펴고 메이드인차이나 대나무발을 걸었다.
간격이 맞지 않아 발 거는데 땀을 엄청 흘리며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걸었다.
역시 메이드인차이나답게 허접.....
서울집에서 발을 폈을 때는 길이가 꽤 길어 보였는데 처마 끝에 달아보니 생각 보다 짧다.
내가 예상하기로는 그늘도 어느정도 생기고 비가 들이치는 것도 막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스리랑카의 호텔에서처럼 소나기가 내릴 때 발을 치면 운치 있고 비 들치는 것도 막아 줄것이라 생각했는데
택도 없다.
너무 짧다. 그늘이 많이 들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지나보겠지만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역시 모양이 많이 빠진다. 가까이서 보면 더 허접스럽다 ..쩝..
간청재에 도착해서 청소하고 발 세개 다는데 거의 하루가 다 갔다. ㅠㅠ
발을 치며 살펴보니 맨 끝 처마 구석에 벌집이 하나 있다.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번 수십개의 벌집을 발견하고 어찌해야할지 옆 골짜기 스님께 의논드렸었는데
한번 살펴본다 하시고는 다 정리해 주셨다...감사감사..
하나 남은 벌집을 처리해야했다.
인터넷으로 공부한 것을 실행해야 할 순간이 왔다.
벌집은 어린아이 주먹만했다. 처음에는 검은 색의 벌집은 비어 있는, 벌이 버리고 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벌집은 원래 그런 색이라 했다.
긴 막대기와 에프킬라(?)를 준비하고 사다리를 올랐다. 나 말고 용가리가...
벌집에 벌집 크기만한 말벌이 붙어 있었다.
어쩌지...일단 말벌이 집에서 떠나기를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말벌은 떠날 생각이 없나보다..
결심하고 심호흡하고 다시 사다리를 올랐다.
에프킬라를 칙~ 뿌리니 말벌이 떨어졌다. 무서워서 더 뿌렸다.
그리고 막대기로 벌집을 치니 떨어졌다.
떨어진 벌집은 인터넷에서 공부한대로 토치로 태웠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벌집 안에는 진한 색의 애벌레들이 있었다 한다.
용가리는 벌집을 처리하기 전에 그랬다.
'아저씨가 미안해....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말벌시체도 처리하고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이렇게 살생을 하게 되는구나...'
한편으로는 이제 벌집 처리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기양양함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이제 끊임 없는 살생을 해야 한다는 먹먹함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용가리는 벌레를 엄청 싫어한다. 나보다 더 못 보고 못 만진다.
새로 이사 온 집에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나중에 소독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사는 것은 아니고 밖에서 날아 들어온 것이니 걱정말라 했다.
어쨌든 날개달린 약 3센티미터 정도 되는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보기 싫어서 방에 들어갔고 용가리는 나중에 보니 고무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화장지, 한 손에는 살충제를 들고 동분서주했다.
살충제로 제압했지만 그 사체처리가 문제였다.
고민하다 결국 어찌어찌 들고 가서 변기 안에 넣고 물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간청재에 가면 용가리는 좀 태도가 달라진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다.
서울에서는 끔찍하고 무서운데 여기 오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내 평생 보도 못한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많다.
문을 꽁꽁 닫아 놓아도 어떻게 들어오는지...자다가 눈을 뜨면 방바닥에서 뭐가 하나 기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아이들은 별로 공격적이지 않다.
나도 이제는 기어오는 것을 그냥 톡 쳐서 방향을 바꾸어준다.
그래도 밖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 종이에 올려 밖으로 내보낸다.
커다란 모기가 있는데 꼭 소금쟁이처럼 생겼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 모기는 물지 않는단다.
그리고 딱 봐도 그렇게 생겼다. 좀 엉성한 것이 독하지 않고 헐렁해 보인다.
몇 번 나가라고 경고했는데 나가지 못하고 헤매니까 용가리가 손으로 집어서 내보냈다.
우와 세상에나~ 용가리가 손으로 벌레는 잡다니...인증샷을 남겨야 했는데....
벌집 처리도 인증샷을 남겨야했지만 둘 다 너무 긴장해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사다리 펴고 접고 하다 보니 하루 해가 갔다.
다음날 동틀 무렵 벌써 경운기 소리가 들린다.
집 뒤에 있는 밭으로 일하러 가시나보다.
우리가 일어날 무렵 밭일을 끝내시고 다시 경운기로 내려오신다.
아침 일을 한 판 끝낼 무렵 우리는 주섬주섬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마당 한가운데 있던 연못을 누마루 앞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한다.
연을 심어 놓은 큰 대야에는 진흙과 물이 담겨 있어 그냥 옮길 수는 없다.
일단 바가지로 물을 좀 퍼냈다. 그러면서 걱정했다. 물 퍼냈다가 다시 담는다고 연이 죽지는 않겠지?
살살 반 정도 퍼내고 둘이 힘을 합쳐 들지는 못하고 질질 끌고 갔다.
누마루 앞에 자리를 잡고 다시 물을 넣었다.
바가지로 퍼 나르려다 아니지...호스가 있잖아...
호스 아끼지 말고 좀 자르자...그래..
긴 호스 때문에 혼쭐이 난 우리는 아까워 말고 자르기로 했다.
누마루 옆 수도에서 대충 거리를 재고 잘랐다.
호스로 물을 채웠다.
호스 쓰니까 좋다며 서로 낄낄댔다.
그리고 주변은 돌로 쌓아 빨간 대야를 가리기로 했다.
돌을 열심히 가져와 쌓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지난번 돌 놓는 것 보니 물을 적셔가며 하더라...우리도 그렇게 해 보자..
그런데!! 호스가 대야 반대편까지 닿지 않는다.
이런 멍충이들 1미터 정도 더 넉넉하게 자르면 되지 이게 뭐냐...우리가 그렇지 뭐..
연 담은 대야의 높이가 높아 아무리 물 적셔가며 쌓아도 이게 아니다.
아냐 아냐....일단 중지.
돌 쌓은 것을 다시 허물었다.
대야를 땅에 조금 묻기로 했다.
다시 낑낑대고 옮기고 삽 가져와서 땅파고...헥헥...
땅 속에 복병이 있다. 커다란 돌이 있는데 꿈쩍도 안한다.
이거 암반 아니야? 이거 뽑다가 집 날라가는 거 아냐? 이래가면서 결국 돌을 피해 옆쪽을 또 팠다. 헥헥...
대야를 질질 끌어다 반쯤 묻고 반쯤 나온 부분은 다시 돌을 쌓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의도한 대로 하기는 했다.
새삼 깨닫는다. 생각대로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반드시 몸으로 두세번 수업료를 내야 한다...
그렇다 쳐도 우리는 쫌 더 멍청한 것 같기는 하다. ㅠㅠ
이러다 보니 또 하루 해가 가려고 한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바람이 불고 공기가 무겁다...
저 빨간 대야의 테두리를 가리고 싶다..다음에 가서 다시 도전!!
김치라면 끓여 누마루에 자리를 마련한다.
매화꽃 바라보고 빗소리 듣는집...
밤새 빗소리를 들어야겠다.
처마에 빗물 떨어지는 모습이 사진에는 잘 안 보인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도 안 보인다.
아침 마루가 비에 젖어 촉촉하다.
내 고무신에 물이 고였다.
커피를 내려들고 음악을 듣는다.
마루 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면 마당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마당에 풀을 뽑으면서, 연못을 옮기면서, 처마에 대나무발을 달 때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춥지 않으니 문을 열면 이제 어디에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좋은 스피커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참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도 좋다.
지난번 대충 풀 뽑고 정리한 나무들을 살펴보니 정리한 주변 빼고는 풀들이 나무 키만큼 자랐다.
풀도 자라지만 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도....
사다리를 사려고 벼르고 별러서 인터넷으로 샀다.
사다리는 일반 택배가 아닌 화물택배로 왔다. 배송비도 오천원이나 한다.
대나무발은 간청재 처마에 달아보려고 산 것이다.
간청재는 지붕이 짧아 마루에 앉으면 햇살이 몽땅 들어온다.
당근 겨울에는 너무 행복하지만 여름 햇빛은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발을 사서 지붕 끝에 달아 보면 어떨까...
일단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다른 대책들을 찾기로 했다.
대나무발은 메이드인차이나. 가격도 만원대로 저렴. 역시 딱 그 수준의 대나무발이 왔다.
어쨌든 대나무발과 사다리를 싣고 간청재로....
드디어 간청재 마당의 돌무더기가 다 치워졌다.
누마루 앞 돌무더기는 엄청 높았다가 그 절반으로 줄었다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가장자리로 치우느라 치웠지만 정리는 더 해야 할 것 같다.
마당 정리를 위해 알아보니 마사토와 자갈을 까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공사를 부탁할 만한 분께 전화로 상의하니 동글동글한 콩자갈은 없고 파쇄자갈만 있단다.
4대강 사업 때문이란다. 그놈의 4대강이 남의 마당까지 망치려고 하네 우씨~
누마루 앞마당이 훤해졌다.
아궁이 정리도 파벽돌을 붙여 끝냈다.
야외 샤워실 바닥공사도 했다. 샤워실이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뿌려 놓았던 씨앗들이 어떻게 되었나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잡초인지 싹이 난 것인지 구분이 안되었지만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있었다.
또 자세히 보니 씨앗에서 벌어져 잎사귀가 나오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세상에나....기특하고 신기했다.
군데 군데 싹이 올라왔다.
자세히 보니 씨앗에서 잎이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세상에나...
그리고 작은 텃밭이 생겼다. 옆 골짜기 수호천사스님이 해 놓으신 것이겠지...
이것저것 심어 놓은신 것을 보고 감격했다.
단, 심어 놓은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가 없었다. ㅠㅠ
아파트와는 달리 간청재의 지붕과 천장은 높다.
무엇이라도 하려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벌집도 물론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의자 정도 딛고 올라가서는 제거할 수가 없다.
의기양양하게 사다리를 펴고 메이드인차이나 대나무발을 걸었다.
간격이 맞지 않아 발 거는데 땀을 엄청 흘리며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걸었다.
역시 메이드인차이나답게 허접.....
서울집에서 발을 폈을 때는 길이가 꽤 길어 보였는데 처마 끝에 달아보니 생각 보다 짧다.
내가 예상하기로는 그늘도 어느정도 생기고 비가 들이치는 것도 막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스리랑카의 호텔에서처럼 소나기가 내릴 때 발을 치면 운치 있고 비 들치는 것도 막아 줄것이라 생각했는데
택도 없다.
너무 짧다. 그늘이 많이 들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지나보겠지만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역시 모양이 많이 빠진다. 가까이서 보면 더 허접스럽다 ..쩝..
간청재에 도착해서 청소하고 발 세개 다는데 거의 하루가 다 갔다. ㅠㅠ
발을 치며 살펴보니 맨 끝 처마 구석에 벌집이 하나 있다.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번 수십개의 벌집을 발견하고 어찌해야할지 옆 골짜기 스님께 의논드렸었는데
한번 살펴본다 하시고는 다 정리해 주셨다...감사감사..
하나 남은 벌집을 처리해야했다.
인터넷으로 공부한 것을 실행해야 할 순간이 왔다.
벌집은 어린아이 주먹만했다. 처음에는 검은 색의 벌집은 비어 있는, 벌이 버리고 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벌집은 원래 그런 색이라 했다.
긴 막대기와 에프킬라(?)를 준비하고 사다리를 올랐다. 나 말고 용가리가...
벌집에 벌집 크기만한 말벌이 붙어 있었다.
어쩌지...일단 말벌이 집에서 떠나기를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말벌은 떠날 생각이 없나보다..
결심하고 심호흡하고 다시 사다리를 올랐다.
에프킬라를 칙~ 뿌리니 말벌이 떨어졌다. 무서워서 더 뿌렸다.
그리고 막대기로 벌집을 치니 떨어졌다.
떨어진 벌집은 인터넷에서 공부한대로 토치로 태웠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벌집 안에는 진한 색의 애벌레들이 있었다 한다.
용가리는 벌집을 처리하기 전에 그랬다.
'아저씨가 미안해....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말벌시체도 처리하고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이렇게 살생을 하게 되는구나...'
한편으로는 이제 벌집 처리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기양양함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이제 끊임 없는 살생을 해야 한다는 먹먹함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용가리는 벌레를 엄청 싫어한다. 나보다 더 못 보고 못 만진다.
새로 이사 온 집에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나중에 소독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사는 것은 아니고 밖에서 날아 들어온 것이니 걱정말라 했다.
어쨌든 날개달린 약 3센티미터 정도 되는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보기 싫어서 방에 들어갔고 용가리는 나중에 보니 고무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화장지, 한 손에는 살충제를 들고 동분서주했다.
살충제로 제압했지만 그 사체처리가 문제였다.
고민하다 결국 어찌어찌 들고 가서 변기 안에 넣고 물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간청재에 가면 용가리는 좀 태도가 달라진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다.
서울에서는 끔찍하고 무서운데 여기 오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내 평생 보도 못한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많다.
문을 꽁꽁 닫아 놓아도 어떻게 들어오는지...자다가 눈을 뜨면 방바닥에서 뭐가 하나 기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아이들은 별로 공격적이지 않다.
나도 이제는 기어오는 것을 그냥 톡 쳐서 방향을 바꾸어준다.
그래도 밖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 종이에 올려 밖으로 내보낸다.
커다란 모기가 있는데 꼭 소금쟁이처럼 생겼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 모기는 물지 않는단다.
그리고 딱 봐도 그렇게 생겼다. 좀 엉성한 것이 독하지 않고 헐렁해 보인다.
몇 번 나가라고 경고했는데 나가지 못하고 헤매니까 용가리가 손으로 집어서 내보냈다.
우와 세상에나~ 용가리가 손으로 벌레는 잡다니...인증샷을 남겨야 했는데....
벌집 처리도 인증샷을 남겨야했지만 둘 다 너무 긴장해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사다리 펴고 접고 하다 보니 하루 해가 갔다.
다음날 동틀 무렵 벌써 경운기 소리가 들린다.
집 뒤에 있는 밭으로 일하러 가시나보다.
우리가 일어날 무렵 밭일을 끝내시고 다시 경운기로 내려오신다.
아침 일을 한 판 끝낼 무렵 우리는 주섬주섬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마당 한가운데 있던 연못을 누마루 앞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한다.
연을 심어 놓은 큰 대야에는 진흙과 물이 담겨 있어 그냥 옮길 수는 없다.
일단 바가지로 물을 좀 퍼냈다. 그러면서 걱정했다. 물 퍼냈다가 다시 담는다고 연이 죽지는 않겠지?
살살 반 정도 퍼내고 둘이 힘을 합쳐 들지는 못하고 질질 끌고 갔다.
누마루 앞에 자리를 잡고 다시 물을 넣었다.
바가지로 퍼 나르려다 아니지...호스가 있잖아...
호스 아끼지 말고 좀 자르자...그래..
긴 호스 때문에 혼쭐이 난 우리는 아까워 말고 자르기로 했다.
누마루 옆 수도에서 대충 거리를 재고 잘랐다.
호스로 물을 채웠다.
호스 쓰니까 좋다며 서로 낄낄댔다.
그리고 주변은 돌로 쌓아 빨간 대야를 가리기로 했다.
돌을 열심히 가져와 쌓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지난번 돌 놓는 것 보니 물을 적셔가며 하더라...우리도 그렇게 해 보자..
그런데!! 호스가 대야 반대편까지 닿지 않는다.
이런 멍충이들 1미터 정도 더 넉넉하게 자르면 되지 이게 뭐냐...우리가 그렇지 뭐..
연 담은 대야의 높이가 높아 아무리 물 적셔가며 쌓아도 이게 아니다.
아냐 아냐....일단 중지.
돌 쌓은 것을 다시 허물었다.
대야를 땅에 조금 묻기로 했다.
다시 낑낑대고 옮기고 삽 가져와서 땅파고...헥헥...
땅 속에 복병이 있다. 커다란 돌이 있는데 꿈쩍도 안한다.
이거 암반 아니야? 이거 뽑다가 집 날라가는 거 아냐? 이래가면서 결국 돌을 피해 옆쪽을 또 팠다. 헥헥...
대야를 질질 끌어다 반쯤 묻고 반쯤 나온 부분은 다시 돌을 쌓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의도한 대로 하기는 했다.
새삼 깨닫는다. 생각대로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반드시 몸으로 두세번 수업료를 내야 한다...
그렇다 쳐도 우리는 쫌 더 멍청한 것 같기는 하다. ㅠㅠ
이러다 보니 또 하루 해가 가려고 한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바람이 불고 공기가 무겁다...
저 빨간 대야의 테두리를 가리고 싶다..다음에 가서 다시 도전!!
김치라면 끓여 누마루에 자리를 마련한다.
매화꽃 바라보고 빗소리 듣는집...
밤새 빗소리를 들어야겠다.
처마에 빗물 떨어지는 모습이 사진에는 잘 안 보인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도 안 보인다.
아침 마루가 비에 젖어 촉촉하다.
내 고무신에 물이 고였다.
커피를 내려들고 음악을 듣는다.
마루 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면 마당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마당에 풀을 뽑으면서, 연못을 옮기면서, 처마에 대나무발을 달 때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춥지 않으니 문을 열면 이제 어디에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좋은 스피커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참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도 좋다.
지난번 대충 풀 뽑고 정리한 나무들을 살펴보니 정리한 주변 빼고는 풀들이 나무 키만큼 자랐다.
풀도 자라지만 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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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맛있다던디요. ㅋㅋ 술담그면 좋다던디요.
시골 생활은 풀과 벌레와의 전쟁이라던데...모기장도 준비하셔요.
보기싫지 않으면 그늘막을 쳐도 좋은데...
애벌레술 경지에 이르려면 시간이 꽤 걸릴것 같아요 ㅠㅠ
옆골짜기 수호천사 스님댁에 얼른 윈드차임 달아드려야겠다.
너도님 덕분으로 스님 엄청 좋아하시는 모습 보니 참 좋더라구요...
덕분에 오랫만에 웃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를 여유와 행복함이 느껴지네요.
저도 집 정리를 좀 해야 되는데...
게을러도 너무 게을러서요...
저도 집 정리와는 거리가 멀어요 ㅎㅎ
제안 하나, 하얀 (그러나 탈색하지 않은 자연 하양- 창호지색) 면을 사서 처마부터 마루까지 그 길이대로 자른 후 위와 아래를 몇 센치 (대나무 두께 정도)씩 접어서 주욱 박은 후 그 사이로 대나무를 넣고 겁니다. 위에 하나 밑에 하나, 대나무 봉을 둘 끼는 셈입니다. 위쪽 대나무 있는 곳에 끈도 만들어 달아서 걷어올려야 하면 밑 대나무를 두루루 말아서 끈으로 묶습니다. (물론 면 위로 세로로 줄을 맞추어 동그란 고리를 꿰맨 후 그 고리 사이로 낚시줄을 끼우고 위에 도르래에 줄을 모두 모아 끼면 블라인드 ^^) 따님 결혼식엔 안 입는 한복 치마 여러 개로 만들면 그 또한 빛이 고울 듯합니다.
에공, 쓰고 보니 뭔 말인지... 그림을 그리면 간단할 텐데...글쓰는 힘이 이리 없네요 ㅜㅜ
어떤 모습을 말씀하시는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결혼식에 한복치마로 배경을 하면 참 예쁘겠네요..
한복 버리려고 했는데 놔둬야겠어요 ㅎㅎ
오 노~ 아까운 한복을 ...
전 남자 한복 고쳐서 입습니다. 버리실 거면 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