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농사 준비? 2015/03/19

by jebi1009 2018. 12. 26.


       

봄 기운이 완연했다.
툇마루에 내닿는 햇살은 맨발로 나서도 따뜻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설 때 추운 기운이 없어 좋았다.
바람도 없고 따뜻하고...
놀러 다니기 좋은 날씨는 일 하기도 좋은 날씨다.
놀러 다니기 좋은 날씨에 시골 사람들은 일을 한다.
꽃 구경 다니고 단풍 구경 다니기 좋은 철에 시골 사람들은 농사 준비와 가을걷이에 바쁘다.
집집마다 퇴비 자루가 잔뜩 쌓여 있다.
우리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남들 한는 것 잘 봐 두었다가 잘 따라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농협에 가서 우리도 5개 샀다.
우리는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되거나 마을 단위로 지급되는 것은 없다.
한 개에 3300 원이 그 가격이다.
어디에 쓸 것인지 어느 마을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묻고 적는다.
농사 물품 판매는 어떤 식이로든 관리를 하는 것 같다.
텃밭에 퇴비를 뿌리고 잘 섞어 밭 모양을 만들었다.
흙을 고르다 보니 빨리 무언가 심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작년에는 옆 골짜기 스님이 심어 주셔서 편하게 상추며 오이며 잘 먹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심어서 옹골차게 잘 먹고 싶다.
제 때 잘 심고 풀도 잘 뽑아주고 해야지.....


농협 직원이 퇴비 자루를 실어 주었다. 괜히 농협 가서 이런 것 사니까 뿌듯했다. ㅎㅎ




  이제 저 포실포실한 흙에 파릇파릇한 모종들을 심고 잘 가꿀 것이다.




  문고리를 벽에 박아 지난번 만들어 두었던 광목 끈을 묶어 덧문을 고정하였다.


공부하고 돌아오신 스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결재 끝내고 돌아오셔서는 또 새로 번역하신 책의 교정 작업이 한창이시다.
우리는 까만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종이로 보이는 한문 책을 들여다 보며 신기할 뿐.....
스님과 근처에 있는 목공방을 들렀다.
용가리가 전 회사의 보스였던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독일 사람인데 무언가 좋은 것이 없을까 하다가 작은 목기를 선물하기로 했다.
실상사 근처에는 목기 파는 곳이 많다.
하지만 스님이 데려 가신 곳은 지나치면 알 수도 없이 간판 하나 없는 작업실이었다.
장인의 내공이 팍팍 느껴졌다.
좋은 나무에 옻칠을 잘 입힌 그릇들이 차가운 창고에 놓여 있다.
가끔은 지역의 예술가들이 와서 그림을 그려 놓은 것들도 있다.
우리가 몇 가지를 고르고 조심히 가격을 묻자 너무나 머뭇거리신다.
참으로 우리 모두 쑥스럽고 뻘쭘한 순간이었다.
어찌어찌 셈을 치렀다.
그 곳을 나오며 '너무나 훌륭하세요...'했더니
'이 곳 사람들은 70 넘은 노인들은 다 할 줄 아는 겁니다. 절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는 다 했던 것이라...
별 것도 아닙니다..' 하시며 쑥스러워 하신다.
스님이 평소에 '저렇게 착실하고 재주 있는 사람이 돈이 없어..' 하시며 안타까워 하시던 것이 생각났다.
이렇게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왜 돈을 많이 벌 수 없을까
이런 분들이 편안한 생활을 할 만큼 돈을 버는 것이 이치에 어긋난 것일까?
생각 같아서는 쇼핑 좋아하는 아줌마들 관광차로 데려와 이 작업 창고에 풀어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만한 아줌마들도 이 허름한 창고에 들어서면 싹쓸이 해 갈 것이다.
어쩌면 따로 마춤주문도 폭주할 지 모른다...
그 목공방 주인이 힘들지 않고 돈 걱정 않고 자식 키우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혼자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오랜만에 실상사에 들어서니 가장 좋은 명당을 할아버지가 차지하고 해를 받으신다.



  스님도 뵙고 차도 나누고...






25합 바루...예술이 따로 없다.




  장식용이 아니라 생활용으로 쓰려고 사 온 것이다. 국그릇과 주전부리 담는 용으로 쓸 것이다.



  토마스에게 선물하려고 고른 컵이다. 나무 무늬와 빛깔이 참 예쁘다


  나무에서 부처님을 꺼내드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눈에 보인다.
  이 불상 조각가는 이 날 장가를 들었다. 우리가 그의 작업실을 구경할 때쯤이면 신혼여행 길에 나섰을 것이다.
  신혼여행...얼마나 좋을까 ㅎㅎㅎㅎ




  스님과 잠시 들러 본 새신랑 불상 조각가의 작업실. 잘 생긴 탁자가 완성 단계다.


봄 날이라 바구니 들고 봄 나물 캐러 가고 싶었다.
너도님과 야심차게 빨간 딸기 그릇 하나씩 들고 냉이를 찾으러 갔지만
세상에나...우째 이 동네에는 냉이가 없단가...
나중에 스님 만나 투덜댔더니 지금 나오는 모든 풀은 다 먹어도 된다신다.
우리나라 들판에는 독초는 거의 없다고...
너도님은 미나리에 눈독을 들여 뜯어 먹기 쉬운곳에 이식 작업까지 마쳤다.
이제 4월이면 고사리들도 올라올텐데...고사리밭을 그냥 두는 것인지 조금 거두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어쨌든 봄 기분 냈다.


  냉이는 못 캐고 길 건너에서 매화 나무 가지를 꺾어왔다.
  간청재 마당의 매화 나무도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아궁이 앞에서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월 장에서 사 왔던 순대가 남아 다음 날 구워 먹었다.


우리 쏘렌토가 말썽이어서 좀 걱정이다.
13년 차 들어서는데 여기 저기 돈이 들어간다.
이번에도 엔진오일이 새는 것 같아 걱정하다가 인월에 갔더니 부품이 없다며 함양으로 가라고 했다.
함양 기아에서 고치기는 했는데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잘 버텨 주어야 하는데...우리는 쏘렌토랑 같이 내려가고 싶은데....
우리 쏘렌토 토닥토닥토닥...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하기에 서울 올라오기 전 우수구를 청소했다. 집 앞팎을 살피는 눈치가 조금은 생겼다.




top
  1. 푸른날 2015/03/20 13:09

    바람도 가시가 없어지고
    앞산 빛도 연해지는 걸 보니
    딱 봄이네요...

    그 공방을 가보고 싶은데
    방법 좀 알려주심 안될까요?

    • 제비 2015/03/20 14:30

      실상사 입구 건너편 백일식당 옆..
      바로 옆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나무가 많이 있고 톱밥 가마니가 많은 곳이어요
      백일식당이나 근처에 물어보심 될 것 같아요
      올 때 보니 허름한 간판 비슷한 것을 거는 것 같던데..

    • 푸른날 2015/03/20 15:02

      고맙습니다.
      네이버 지도로 잘 찾았습니다.
      백일식당에서 아주 가깝네요...

  2. 너도바람 2015/03/20 15:43

    미나리 이식, 미나리꽝이라고 해 주셈.
    정말 3300원? 7년전엔가 텃밭할때 화원에서 한개에 만원이 넘었던것 같은데...
    헐 비싸네. 이거 두개면 일년치 상추값도 넘겠다, 했던 기억이...

    • 제비 2015/03/20 20:34

      간청재 미나리꽝 번창을 위하여!

  3. 알퐁 2015/03/21 02:52

    저는 매끈한 부처님 뒤에 있는 투박한 부처님이 더 마음에 드네요 ^^
    집이 사람사는 태가 납니다. 예전에는 그냥 예술품 같았는데 이제 생활품 같아요.

    • 제비 2015/04/01 16:05

      생활품 ㅎㅎ
      이제 가서 살게 되면 백 배는 지저분해지겠죠~

  4. 美의 女神 2015/03/23 19:02

    매화그림자가 좋습니다.
    역시 집은 사람이 살아야 운이 나네요.
    올해의 농사가 대풍이시길.... 아주까리 씨앗 준비해놨어요. ^^

    • 제비 2015/04/01 16:06

      아주까리 나물..그 아주까리인가요?
      전 나물은 다 좋아해요 ㅎㅎ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