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외식, 간편식은 물론 안 되고 상점에서 식자재 구입도 제한되어 있는 시골에서 세끼 밥을 해 먹는다.
간청재에서 지내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끼 모두를 해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아침과 낮에는 각자 취향대로 먹던지 굶던지..그러나 저녁 한 끼는 그래도 무언가 해 먹으려 한다.
하루의 땀 흘린 노동의 댓가로 술 한 잔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너도님이나 설님이 함께 오면 무언가 풍성하다.
'삼시세끼'에 게스트가 등장하면 무언가 함께 딸려 오는 것처럼 말이다 ㅎㅎ
그러나 용가리와 둘이 지낼 때에는 아주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냉장고를 털거나 라면에 의존한다.
그래도 이제 텃밭에서 무언가 먹을 것들이 생기니 요 몇 주는 별 걱정 없이 소쿠리 들고 텃밭 가면 해결된다.
가마솥 밥은 아니지만 가지고 내려간 전기밥솥이 너무 오래 되어 고장나는 바람에 냄비밥을 해 먹는다.
게다가 아궁이 불에 의지해서 무언가 해 먹는 것이나 사용하는 양은밥상이나 주로 밖에서 밥을 먹는 것도
'삼시세끼'와 유사한 점이 많다 ㅎㅎ
마당에서 양은밥상 펴고 밥을 먹다가 휴대폰으로 보게 된 '삼시세끼'재방송을 보면서 용가리가 그랬다.
'야 저거 우리랑 비슷하지 않냐?'
나름 수확한 완두콩을 넣었는데 콩이 다 어디로 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냄비에 밥을 했다.
전기밥솥이 고장나 고치러 서울 가져 갔더니 그냥 새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ㅠㅠ
이제 간청재에서는 밥 먹기 틀렸다고 했는데 너도님이 냄비에 밥 하는 거 별거 아니라며 시범을 보이셨다.
어깨 너머로 본 것을 처음 실현해 봤는데 훌륭하게 성공! ㅎㅎㅎ
별 기대하지 않았던 완두콩이 예쁘게도 들어 앉아 있다. 요 완두콩을 밥에 넣었다.
감자전. 감자는 수확물이 아니다 ㅠㅠ 하지만 고추는 수확물이다.
부추 깻잎전. 부추와 깻잎은 모두 수확물~
둥이네가 분양해 준 토종부추. 다듬을 일 없도록 디테일하게 잘라냈다 ㅋㅋ
깨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깻잎은 너무 사랑스럽다. 한동안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을 때는 천왕봉 보이는 마당에서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들어간다.
여름에는 코딱지 만한 부엌 쓸 일이 없는 것 같다 ㅎㅎ
지난번 큰 맘 먹고 돼지고기를 샀다.
튼실한 머위잎에 싸서 구워 보자는 실험정신으로 말이다...
조촐한 간청재 양념으로 밑간을 했다. 마늘, 매실청, 후추, 녹차잎, 소금 약간...
이렇게 머위 잎에 싸서 구우니까 기름도 흐르거나 튀지 않아 좋다.
돼지고기는 사방에 주체할 수 없는 기름 때문에 난감하였지만 이번에는 고기들이 얌전해서 미워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훌륭하다.
고기 옆에 감자는 덤이자 필수!!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당연히 고구마나 감자 정도는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ㅋ
날씨가 좀 쌀쌀해서 구들에 불을 넣으면 밥상은 아궁이 앞으로 간다.
겨울에도 거의 밖에서 해결한다. 아무거나 불 앞에서 구워 먹으면 다 훌륭한 술 안주!!
자랑스러운 우리의 수확물...당분간 먹거리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곧 오이와 호박도 나올테니..
그런데 가뭄이 심해서 걱정이다. 당귀 모종은 벌써 말라 죽었다.
매일 들여다 보지도 못하면서 먹을 생각만 하다니 내가 좀 나쁜 놈 같다..ㅠㅠ
바질 맥주.
멀리서 온 스위트 바질 씨앗.
씨앗을 심고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싹도 보이지 않아 거의 포기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싹이 나더니 이렇게 자랐다. 먹어보니 바질이 맞다. 피자집에서 먹던 맛...
나는 허브나 서양 채소랑은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바질을 어찌 해야할지 난감했다.
내가 간청재에서 피자나 파스타를 해 먹을 것 같지도 않고
고추장에 무쳐 먹을 수도 없고 부침개도 쫌 그렇고....
그래서 내가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맥주에 바질잎 몇 개를 넣으니 향이 제법 괜찮다. ㅎㅎ
이렇게 '삼시한끼'를 해결하고 산다.
사진으로 남은 것은 나름 잘 먹는(?)다고 생각해서 기념촬영한 것이다.
더 후지게 먹을 때가 많다.
그래도 막걸리 가득 따라 한 사발 마시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아무거나 다 맛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거품 나게 따라 놓으면 찬 밥 한 덩이도 맛나다.
차가운 소주 꼴꼴꼴 소리 나게 따라 놓으면 멸치 한 줌만 있어도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무언가 허전하고 부족할 때 마무리해 주는 라면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부족하면 천왕봉 한 번 바라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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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맥주! 너무 신선합니다 ㅎㅎㅎㅎ 저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
바질과 올리브 오일, 마늘과 잣을 모두 한데 넣어 갈고 파마산 치즈를 더하면 바질 페스토 소스가 완성이 됩니다. 주로 파스타의 소스로 이용되기는 하나 저는 그냥 빵에도 찍어 먹고 밥에도 비벼먹는(조금은 이상한),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저는 무척 좋아하는 소스중에 하나입니다.
한 번 해보시라고.....초면에.... 막....권해드립니다 ^^
다녀가신 손님에 '제비' 님이 계시기에 혹 내가 아는 그 제비님이신가 해서 들어 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비님의 좋은 사진들 보고 좋은 글들 읽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너도바람님 덕분에 너무 익숙한 이름이 되어 저도 모르게 제비님도 모르게 그렇게 '아는 분' 이 되셨어요 ^^)
제비님의 포스팅을 보다보니 너도님이 왜 그렇게 간청재 간청재 하시는지 이해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포스팅에서 본 화전, 돌돌 잘도 말려 구워지고 있는 낚지.....선암사 사진들 그리고 눈내린 간청재 사진들.... 매우 좋아 오래 오래 구경하다 갑니다.
저도 벨라줌마님이 혼자 '아는 분'이었는데 이제 서로 '아는 분'이 되었네요 ㅎㅎ
반갑습니다~
왜? 상추도 열무도 때려 넣어 부칭개 부치는 분이. 바질이라고 뭐 다를까?
벨라님 예서 뵈니 반가워요.
바질 부침개는 화장품 맛이 날 것 같아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