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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햇빛과 물과 바람과 흙 2015/07/06

by jebi1009 2018. 12. 27.

요사이 간청재에 먹거리가 풍성하다.
매번 갈 때마다 푸른 채소들을 잔뜩 먹고 푸른 똥을 눈다.ㅎㅎ
그저 흙에다 씨만 뿌렸을 뿐인데 어찌 그리 탐스러운 것들을 내어줄까...
먹을 때마다 살짝 미안한 생각도 든다. 매일 들여다 봐 주는 것도 아니고 살뜰히 보살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햇빛과 물과 바람과 흙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너무나도 공평해서 잡초들에게도 이 위대함을 너무도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 쫌 불만이기는 하다.
아니, 잡초들에게 더 많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다. 골고루 주는데 잡초들이 기초체력이 훨씬 탄탄해서 채소들의 몇 배는 더 강하고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뭐 이건 극히 이기적인 인간의 생각일 뿐이고 위대한 태양신과 물신, 바람신, 대지의 신에게 그저 고개만 조아릴 뿐이다.
한 낮,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풀과의 사투를 벌이다가 그늘에서 잠시 쉬고 다시 장갑을 낀다.
구름 사이로 가려졌던 햇빛이 우리가 장갑만 다시 끼면 인정사정 없이 내리쬔다.
용가리가 그런다.
'어째 일만 하려고 하면 더 광선이 세진다..그래도 햇님을 미워하면 안 되지..정말 위대하고 고마운 것이 태양!!'
간청재 다니면서 절로 태양신 광신도가 되어간다.
눈으로, 온 몸으로 태양신의 위대함을 느끼니 특별한 전도행위가 필요치 않다.ㅎㅎ
이 자연의 위대함이 먹을 것 뿐만 아니라 눈도 호강시켜주는 꽃도 피우니 잠깐의 불만은 쏙 들어간다.
뙤약볕 아래서 풀을 뽑다가도 한 줄기 살랑 바람이 불고, 또 잠시 구름이 해를 가려주기도 하고...
게다가 살랑 바람이 지나갈 때 고개 들고 예쁜 꽃들의 움직임을 함께 보면 한숨이 다 나온다.
한숨은 너무 이쁜 것을 보고 가슴이 벅찰 때도 나오는 법.
이제껏 살면서 왜 햇빛과 물과 바람과 흙 때문에 가슴벅찬 한숨을 쉴 줄 몰랐을까...
없다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언제나 나에게 똑같이 주어졌을 이 모든 것들을 이제야 알아보다니..
이제라도 알아보게 되는 행운을 누리니 나는 전생에 우주를 구한 영웅이 틀림없다!! 




아무리 열심히 뽑아 놓고 가도 2주가 지나면 이렇게 된다 ㅠㅠㅠ


보통 한 눈 팔지 않고 이 자세로 3일 동안 있다가 온다.



 



햇빛 알러지와 입가에 허연 버짐자국을 남길 만큼 강도 높은 노동의 결과...
  하지만 슬픈 것은 또 2주 후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것, 또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해야 한다는 것..ㅠㅠ

자연은 먹을 것만 주어도 황송한데 이렇게 예쁜 꽃도 보여준다. 돌나물에서 꽃이 피었다.
  휙 뽑아 버렸지만 갓꽃도 이쁘다.



이쁜 가지꽃. 이제 곧 가지를 먹을 수 있겠다. 꽃 보면서 열매를 탐하는 나, 너무 욕심쟁이 같다..

 봄에 톨게이트에서 나눠준 봉숭아씨를 장독대 담장에 뿌렸더니 꽃이 피었다.


멀리서 고맙게도 나누어 보내 주신 수레국화...너무나 예쁘게 피었다.

 

천왕봉과 수레국화...사진이 좀 구리지만 실제로 보면 더 환상적이다.

작년 가을 장에서 사다 심은 국화.
  누군가 반을 캐내어 가서 어찌 잘 살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가져간 나머지 국화도 피었을까?  몽땅 가져가버린 장독대 보라국화도 피었을까?
  어디에서든 잘 살아서 예쁘게 꽃 피웠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부추가 아까워서 조심조심 잘라 먹었는데 그냥 과감히 몽땅 잘라 먹으니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



 


아...오이랑 호박은 답이 안 나온다.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
  일단 오이 넝쿨들은 줄 위로 올려는 주었는데 워낙 넝쿨이 마구 뻗다 보니 어찌 될지 모르겠다.



깻잎은 정말 '혼자서도 잘 해요'의 표본이다. 솎아줄 필요도 없고 그냥 알아서 쑥쑥 잘 큰다 ㅎㅎ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이 준 선물.  게다가 내가 완전 좋아하는 품목 ㅋ


  토목 공사(?)를 감행했다.
  풀이 자라는 면적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마당 수돗가를 연결하여 자갈을 깔았다.
  물론 금방 뚫고 올라오겠지만 그래도 맨 땅 보다는 낫다.
  뙤약볕 아래에서의 삽질은 풀뽑기와는 다른 고통을 준다.
  아이스케키(조스바와 스크루바) 없었으면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용가리의 담쌓기 1단계 완성. 이 옆으로 낮은 대문을 만들 생각이다.
  위 땅에서 돌 들고 나르다가 한 번 굴렀다. 무릎과 팔꿈치가 까지고 얼굴 턱이 까졌다.
  젊은 시절 술 마시고 얼굴 갈아 본 후로 오랜만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땅바닥이 확 다가오더라구...
   나는 가만히 있는데 전봇대가 얼굴을 치더라구...'하던 시절 말이다 ㅎㅎ
  한 동안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아이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꿈에 그리던 전동드릴을 샀다. 나 말고 용가리...
  전동드릴계의 명품이라나 뭐라나...공구는 샀는데 막상 뚫을 것이 없다. ㅠ 
  


              창원마을의 패션니스타!

먼저 햇살 강한 여름 데일리 필수 아이템으로 챙이 넓은 바캉스 모자!
와이어가 들어 있어 모양을 마음대로 잡아 줄 수 있는 사랑스런 아이템.
(실제 해변을 우아하게 거닐며 쓰려고 산 모자인데 해변에서는 한 번도 써보지 못했음)

자외선이 차단되는 얼굴 햇빛가리개도 지나칠 수 없다.(햇빛 알러지 때문에 구입했음 ㅠ)
강한 햇빛 뿐만 아니라 각종 날벌레들의 공격으로도 소중한 내 얼굴을 보호할 수 있는 얼굴 가리개.
동시에 남들에게 내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다음으로 클래식하게 심플한 디자인으로 풀어낸 티셔츠.
용가리 전 회사 기념품으로 가슴에는 회사 로고가 오른쪽 소매에는 글로벌하게도 브라질 국기가 수 놓아져 있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절대 입고 다닐 수 없지만 간청재 마당을 활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아이템!

쿨토시는 기본 장착. 강한 햇빛과 풀의 쓸림, 벌레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일바지.
그동안 패션 아이템에서 살짝 빗겨나 있었지만 최근 패션과 실용성을 모두 중시하는 트랜드와 맞물리며
읍내 샐러브리티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핫한 팬츠로 진화했다.
패션피플이라면 하나쯤 겟하고 있는 팬츠다.
전체적으로 루즈한 핏과 페이즐리 무늬는 내추럴한 세련미를 돋보이게 하며 다양한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레인부츠.
스크레치와 오염에 강할 뿐만 아니라 무게감을 완전히 줄여 너무 가볍고
길이감도 신고 벗기 적당한 하프기장으로 레그라인을 적당히 감싸준다.
차분하게 톤다운된 컬러감으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고
질리지 않을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스타일을 한층 업시킨다.  
진창에 빠져도 부드럽게 빠져 나올 수 있으며 풀숲에서 간혹 만나게 되는 뱀으로부터 소중한 발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마천농협에서 5천원에 구입한 일바지와 함양 장날 신발가게에서 7천원에 구입한 레인부츠는
당장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활보해도 전혀 패션감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아...술을 부르는 간청재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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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2015/07/06 20:36

    입안에서 단내 낫겠다. 정말 일 많이 했네 그랴.
    수레국화가 저렇게 피었구나. 천왕봉과 어울어진 수레국화 딱 상상했던 모습.

    창원마을을 넘어 대한민국을 주름잡을 창원마을 패션.
    너무 핫해 눈이 팽팽 도는걸. 특히 농협의 5천원짜리 바지는 간청재 비치용으로 짱일듯...

    • 제비 2015/07/09 13:22

      5천원 바지 정말 짱이어요.
      설님과 하나씩 장만해 드릴게요...

  2. huiya 2015/07/06 21:05

    창원마을의 패션니스타 짱이네요.
    아주 국제적으로 뜰 것 같아요.

    • 제비 2015/07/09 13:23

      huiya님이 인정해 주시니 벌써 국제적으로 떴는데요 ㅎㅎ

  3. WallytheCat 2015/07/07 11:41

    일을 엄청나게 하고 계시는 군요. 체력에 감동 받습니다. 쉬엄쉬엄 하세요~.
    수레국화가 근사하게 핀 걸 보니, 반갑네요. 제 마당에 심은 건(물론 아주 늦게), 아직 꽃 피우려면 멀었답니다. 여러해살이 풀이니 올해 못 피면 내년에 피겠지요 뭐. ㅎㅎ

    • 제비 2015/07/09 13:25

      왈리님은 머리를 엄청 쓰시지만 저야 머리 쓸 일이 없으니 몸뚱이라도 부지런히 놀려야 밥 먹기 죄스럽지 않죠 ㅎㅎ
      수레국화랑 바질 보면서 왈리님 생각했어요^^

  4. 알퐁 2015/07/07 15:11

    이곳은 엄청난 겨울비가 내리고 있어서 몹시 추운데, 부럽습니다.

    • 제비 2015/07/09 13:26

      저는 비를 엄청 좋아하는데...
      겨울비도 좋구요
      비 오는 날이면 완전 헬렐레~합니다.ㅋㅋ

  5. 노랑기자 2015/07/10 08:06

    살고 싶은 곳입니다. 축하해요.

    • 제비 2015/07/18 14:45

      고맙습니다.

  6. 美의 女神 2015/07/16 20:12

    보쉬 전동 드릴....좋아요.
    오이는 가지를 잡아 댕겨주면 돼요. 한없이 올라가거든요.
    몇 번만 해보면 훨 잘 하실걸요?
    술을 부르는 간청재의 노을... 멋져요.

    • 제비 2015/07/18 14:48

      전동드릴은 디월트? 것을 구입했고
      보쉬는 구멍뚫는기구들(용어를 몰라요)을 샀어요.
      같은 디월트 보다 보쉬가 더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어서요...

  7. 벨라줌마 2015/07/17 21:54

    참으로 부럽습니다. 풍성한 먹거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단이 제비님 포스팅에 다 있습니다 ^^
    그래도 잘자라주는 그 녀석들 또한 뒷바라지해주는 농부들이 계시지 않으면 고마운 식단에까지 오르지 못하지요....땀 흘리신 만큼 최고의 먹거리 드실 자격 매우 있으십니다 ^^

    저는 한 달 전쯤에 옆집 친한지기가 토마토 화분(?) 을 선물로 줘서 아무 생각 없이 토마토가 여기서 열리겠어 의심하며 그저 물 주고 아침에 세레나와 함께 인사하고......만 했을 뿐인데.....지지난 주에 노란색 토마토 꽃이 열리더니 엊그제는 드디어 토마토 방울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너무 신기하고 고마워서 괴성 아닌 괴성을 지르며 온 동네방네 자랑 하고 다니고 있답니다. 친구말이 저희집이 제일 먼저 열매를 봤다네요......
    햇빛, 물, 바람 그리고 흙의 위대함에 저도 감탄합니다 ^^

    • 제비 2015/07/18 14:51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시는 것 당연합니다. ㅎㅎ
      꽃 피고 열매 맺고... 참 신기하고 감탄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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