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
모내기를 지켜봤던 길 건너편 논은 벌써 추수를 마쳤다.
동네 감나무에 하나 둘 감이 달리는가 싶더니 벌써 붉은 빛이 감돈다.
추자(호두, 이 동네에서는 추자라 부른다)도 영글어 떨어진 것이 있고
산비탈에 떨어진 밤송이에서 밤을 주워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네 길에는 깨를 말리고 고추를 말리느라 조심조심 다녀야 했다.
열심히 다 떼어냈는데 나중에 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 머리핀처럼 이렇게 예쁘게(?) 매달려 있다.
붉은 고추가 주렁주렁...어찌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땄다.
창 밖으로 보이는 코스모스가 그래도 제법 뒤뜰 기분이 나게 한다.
작년 장에서 사다 심은 국화. 비실거려서 죽었나 싶었는데 그래도 꽃을 피웠다.
쓰러진 수레국화 덤불 속에서 마지막으로 꽃을 피웠다. 아마도 올해 보는 마지막 수레국화일 듯...
지나가시던 동네 할아버지가 국산 바나나라며 얼른 먹어보라고 건네주신 으름을 처음으로 만났다.
어..으름이다..내가 아는체를 하자 '아이고 으름을 아네' 하시며 기특해(?)하셨다.
간청재의 정신적 지주인 너도님의 지도편달로 알게 된 것이다.ㅎㅎ
씨까지 씹어 먹었더니 목구멍이 쓰리고 아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씨는 씹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ㅠㅠ
여름 내내 환상적인 토마토를 먹게 해 준 토마토 밭을 정리했다.
오이와 호박과 토마토, 게다가 잡초들까지 한데 뒤엉켜 있던 곳을 정리했더니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칡과 잡초에 뒤덮여 있던 나무들이 고생을 한 것 같다. 쯧쯧...
청경채 씨를 뿌린 밭에는 싹이 잘 올라왔다.
조금 더 자라면 솎아 주어야 하는데 시간을 잘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추도 생각 보다 잘 자라고 무도 쑥쑥 크고 있다. 벌써 하얀 무가 살짝 보인다.
인월 장에 갔더니 쪽파씨(?)를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물었더니 다듬고 있던 쪽파를 들어 보여주시며
'요거를 심으면 이게 되는 거여~'하신다.
한 주먹만 있으면 되는데 한 되박씩만 팔아서 5천원 한 되박 사가지고 와서 심었다.
두 고랑을 심었는데 너무 많이 남았다.
청경채 싹도 예쁘게 올라오고...
튼실한 잎사귀 밑으로 하얀 무의 밑동이 보인다.
이 쪽파들이 자라면 맛있는 파전을 해 먹어야지~
드디어 간청재 책장을 완성했다.
텔레비전을 놓는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그냥 없애버리자고도 했는데 용가리는 도저히 텔레비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케아에서 규격화된 수납장을 종류 별로 골라서 크기를 맞추고
나름 머리 써서 텔레비전 넣을 자리와 오디오 넣을 자리를 만들었다.
문과 서랍도 따로 팔고 있어 아래쪽 네 칸은 서랍과 문을 달았다.
이제 간청재 가구는 다 마련한 것 같다.
삑삑 대는 소리에 보니 안개 주의보란다..운전 조심하라고...쩝...
마당을 내다 보니 천왕봉 능선이 환상적으로 보인다.
재난 문자 때문에 눈을 떠서 보게 된 능선...아침 7시 쯤이다.
한 시간 지난 8시 쯤이 되니 빛깔이 달라졌다.
금계에 있는 아는 분 찻집에 들어서는데 마당 입구에 작은 수박이 자라고 있었다.
마당 돌 틈새에 씨가 떨어져 그리 된 것이란다...
지난번 봤을 때는 눈도 잘 못 뜨는 갓난 아기였는데 저렇게 커서 애교를 부린다.
발 걸음 옮길 때마다 따라다니며 어찌나 재롱을 부리는지.....
준비하고 맞이하고 보내고....또 준비하고....
이제 곧 마을은 붉은 감빛으로 물들고 감을 깎아 내어 널고 시레기를 말릴 것이다.
추수한 것을 갈무리하고 겨울을 대비하느라 단풍구경은 꿈도 못 꾸고 바쁘게 바쁘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시골 다니면서 확실하게 온 몸으로 또 느끼는 것은 가을이 짱이라는 것이다.
가을이 좋다. 햇빛도 바람도 공기도 냄새도 다 좋다...풍요로운 기분이 마냥 드는 것도 좋다.
가을이 좋다...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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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잘 쇠셨어요? ㅎ...간청재의 풍경은 한 번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네요. 날 그랬듯이, 또 늘 그럴 것 같아요. ^^
그곳에서도 추석 챙겨서 지내시나요?
추석 하면 음식이 떠오르니 추석 느낌 나는 음식 한 두가지 먹으면 추석 지내는 거지요 뭐 ㅎㅎ
이제 그 곳은 꽤 추워졌겠네요...
저는 이번 추석을 외가댁 전라북도 김제에서 외가식구 모두 그리고 저희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거창한(?) 잔치 열어 보내고 왔어요 ㅎㅎㅎㅎㅎ 쌀농사를 짓는 논과 밭을 비닐 하우스를 티비가 아닌 실물로 보시고 감탄사를 연발하시는 저희 시부모님을 보고 있자니 삐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더라구요.
서울의 의리번쩍 고층빌딩도 좋았지만 저희 외가 시골 구경이 더 좋았다 하시니.... 제비님 계시는 지리산도 보셨더라면 얼마나 더 좋아 하셨을까 아쉬움 가득 합니다.
너무 예쁜 풍경들 마음에 잘 담아 갑니다!
우와~ 이번에 큰 나들이 하셨네요
맛있는 것 많이 드셨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벨라님 다음에 한국 오실 때는 제가 간청재에서 시골 아지매가 되어 땅 파고 있을테니 꼭 놀러 오세요^^
추자... 추억이 얽혀있는 이름을 오랫만에 이곳에서 봤네요.
바람님의 글에 간간이 등장하던 간청재가 바로 이곳이었군요.
좋은 곳에 사십니다.
감사합니다~
다양한 구도로 책장디자인을 연구하신 그림과 수치를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납니다.
푸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리산 풍경도 좋구요.
ㅎㅎ 진짜 왈리님이 보시면 웃음 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