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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15/10/24

by jebi1009 2018. 12. 27.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설계, 완벽한 절단, 깔끔한 마감.
못쓰는 신발끈을 이용한 세심한 손잡이까지...용가리의 작품이다.
올 겨울 지하수 관정이 얼지 않도록 고안한 보온덮개다.
물론 이웃 둥이 아빠의 팁이 큰 역할을 했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뽁뽁이 비닐을 사서 겉을 여러 겹 싸 두었는데 안에 습기도 많이 차고 벗겨 내기도 어려워
이번에는 스티로폼을 이용했다. 무사히 겨울을 넘기기 바란다.




  손잡이도 만들었다.  뚜껑을 다시 꺼낼 때를 생각해서 신발끈으로 ...
  위에 한 번 더 포개어 덮으면 월동 준비 끝!


슬슬 화로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온다.
이것 저것 구워 먹고 난방에도 큰 기여를 한 화로를 다시 꺼내 보았더니 녹이 엄청 슬었다.
녹을 벗겨내기 위해 수세미를 이용하다가 사포로 문질렀다.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냥 엿이나 바꿔먹고 새로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충 벗겨 내고 기름칠을 했더니 다시 새 물건이 되었다. 뿌듯~
올 겨울 큰 활약을 기대한다.



  팔 빠지게 사포질 해서 식용유 먹인 화로. 앞으로는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오랜만의 간청재행이라 여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풀들의 기운이 앞 뒤 마당을 덮었다.
일꾼(?)들이 셋이나 동행해서 우리가 가진 네 개의 호미를 풀 가동하였다.
작업반장 너도님을 선두로 앞뒤 마당의 풀과 축대를 뒤덮은 덩쿨들을 제거했다.
축대의 거대한 풀더미들은 하도 오래 되어서 고목처럼 굵고 튼실하게 박혀 그 씨앗을 마당으로 마구마구 날린다.
그 풀씨들이 마당에 미친듯이 박혀 빽빽하게 풀들이 올라온다.
그 작은 풀을 마당을 헤치고 잡아내고 있으면
용가리는 '너 가서 형 데리고 와' 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ㅎㅎ




너 가서 형 델꼬 와라.. 


 엄두도 내지 못했던 축대의 풀을 작업반장 너도님이 전지 가위 하나로 평정했다.
축대 돌틈에 박혀 뽑아 내지도 못하니 짧게 잘라 내고 제초제를 써 보기로 했다.
손에 물집 잡혀 가며 축대에 매달려 있던 작업반장님 덕분으로 축대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여자들은 이 기분 잘 모를 거다...정말 면도한 기분이다..ㅎㅎ'
정리된 축대를 보며 용가리가 말한다.



 작업반장 너도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전투력





2차 작업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윗 부분의 고목풀(?)을 잘라냈다.
처음으로 축대의 각을 보게 되었다.
항상 칡과 풀에 엉켜 있어 축대의 수직면을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각을 보게 되었다. ㅎㅎ
그리고는 종묘상에서 사 온 제초제를 꼼꼼히 읽고 거금 들여 장만한 약통에 넣고 긴장된 마음으로 축대 사이사이 박혀 있는 고목풀에 뿌렸다.
처음에는 약만 사서 그냥 분무기에 넣고 손으로 뿌리려고 했는데 종묘상 아저씨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 보시며 등에 메고 뿌리는 약통을 권하셨다.
아저씨가 어이 없는 표정으로 쳐다 보신 것이 당연하다. 다림질 할 때나 쓰는 분무기로는 택도 없는 일이었다.
약을 치는 일....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본 일이 또 생겼다. 

용가리의 2차 작업


처음 보게 된 축대의 윗부분



 힘든 노동 후에 따뜻한 아궁이 앞에 모여 고등어도 굽고 쑥떡도 구웠다.
멀리 멀리 물 건너 온 고급지고 부드러운 와인에 모두들 행복해 했다. 밤 하늘 별들도 함께...

옆 골짜기 스님과 둥이네도 잠깐 들러 인사하고 풍성한 먹거리도 얻어 왔다.
스님은 뭐라도 챙겨 주시려 자꾸 이것 저것 뒤적이신다.
힘들게 캐신 고구마도 주시고(아마도 남기지 않고 다 내어 주신 것 같다) 고추도 한 움큼 집어 주시고 말린 차조기도 차 끓여 먹으라 내어 주시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가는 길 배웅하러 나오시다 감나무에 점프하시며 감도 따 주셨다. 언제나 인정이 넘치신다.
가는 길 둥이네서 맛난 오미자도 얻어 마시고 큰 호박도 한 덩이 얻어왔다.
껍질을 벗기다 결국은 피를 봤다. 힘조절에 실패해서 칼날이 엉뚱하게 내 손가락으로 들어왔다. ㅠㅠ


  옆 골짜기 스님께서 내어 주신 고구마.
  워낙 일도 잘 하시고 다부지신 분.
  '나도 보통 사람은 아닌데 고구마 캐느라 죽을 뻔 했다'고 하신다 ㅎㅎㅎ
  단단한 땅에서 저 작은 고구마들을 하나하나 캐시느라 정말 힘드셨을 것 같다. 나도 고구마는 캐 봐서 안다.






  피흘리며 껍질 벗겨 호박전을 부쳤다. 함께 온 일꾼들은 막차 타고 서울 가느라 같이 먹지 못했다. ㅠㅠ


호박을 가져와 서울에서 호박죽? 범벅?을 했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다.
호박 80, 팥 15, 찹쌀 5 정도의 비율?  물은 한 컵 정도밖에 안 들어갔다.
옛날에 엄마가 콩 팥 밤 고구마 등등을 넣고 해 주셨던 호박범벅이 생각났다.
나는 호박과 쌀만 들어간 묽은 노란 죽 보다는 팥 콩 밤 등등이 많이 들어간 범벅이 더 좋다.
만들면서 호박죽 폭탄 때문에 죽을 뻔 했다.
끓으면서 어찌나 사방으로 튀어대는지 손으로 젓기도 힘들었다.
냄비 뚜껑을 방패 삼아 한번씩 후다닥 젓고는 막아 두고....사방 팔방 죽이 튀어 부엌 바닥까지 닦아야 했다.
호박죽이 이렇게 무서운 아이인 줄 몰랐네.....쩝....


가을이 깊어가니 간청재에 머무는 동안 먼 산 벌목하는 엔진톱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린다.
'아...사나이들의 소리..' 용가리가 내뱉는 말에 웃음이 났다.
둥이네 들렀을 때 기계로 로터리 치는 둥이 아빠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용가리...
기대된다 ㅎㅎㅎ




 

솎아 주지 못해서 걱정했던 청경채가 나름 잘 자랐다. 실컷 뽑아 먹고 왔다.




풍성하게 자란 배추도 묶어 주고....생각 보다는 벌레의 공격을 덜 받은 것 같다.



쪽파도 올라왔다. 다음에 가면 파전 부쳐 먹을 수 있을라나...


고춧대를 정리하면서 남은 고추를 말렸다. 간청재 머무는 동안 다 말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당에
  펼쳐 놓으니 나름 뭐 해 먹고 사는 집 같아 보여 좋다 ㅎㅎㅎ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 가을 / 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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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5/10/28 02:15

    여러분들의 노동의 결과가 훌륭하네요. 몸을 사리지 않는 너도님의 전투력(? ㅎㅎ) 역시요.

    • 제비 2015/10/31 16:01

      어찌 보면 평생 반복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그 성취감을 무시하지 못한다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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