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에 다녀 온 후 날씨가 추워지자 철저하게 단도리하지 못하고 온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하다.
요즘에는 간청재에 내려갈 때 주로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듣는다.
물론 올라올 때에도 들을 때가 많다.
뜬 구름 잡는 헛소리와 근거 없는 거짓말 때문에 짜증나는 공중파 뉴스의 스트레스가 노유진을 통해 풀린다.
이런 저런 일들을 잘 정리해 주고 공부도 시켜주니 나에게는 '딱'이다.
뭐...암울한 일들은 여전히 암울하지만 말이다....
간청재 마당에 들어서서 이것 저것 살펴본다.
고라니가 다녀갔나 멧돼지가 다녀갔나...
쪽파는 당최 자라지를 않는구나...무는 이번에 다 뽑아야겠다...배추는 어쩔까...
이렇게 살펴보다 누마루 기둥에 못 보던 물건이 달려 있다.
앗! 스님이 다녀가셨구나...
스님께 인사 드리러 실상사 극락전으로 갔다.
스님은 어찌 기회가 되어서 무스탕 왕국을 여행하고 돌아오셨다.
극락전 마당에 작은 집이 들어섰다.
천재 조각가가 만든 멋진 집...아직 분양되지는 않았나보다.
'여럿 와서 살펴보기만 하고 아직 들어가지는 않더라..'
스님께서 분양하신 집. 전망 좋고 튼튼하고 고급 소재로 마감하였으니 평당 얼마? ㅎㅎ
히말라야의 선물
돌아오는 길 가져가라며 커피 봉지를 내어 놓으신다.
'이런 커피 마시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 니가 가져가라..'
네팔에서 누군가 스님께 선물로 드린 모양이다.
스님은 얼마 되지 않은 노자돈도 네팔 사원에 몽땅 시주하시고 빈털털이로 돌아오셨다.
스님이 보이차에 죽염을 몇 알 넣어 주신다.
살살 녹아드는 죽염맛이 보이차와 잘 어울린다.
난 여름에도 발이 차가워서 발가락이 시려운데 보이차를 계속 마시니 발가락이 따뜻해진다.
이제 스님은 백양사 운문암으로 동안거 떠나신다.
지금쯤은 이미 동안거에 들어가셨다.
동안거 가시는 동안 집이 비어 있으니 고구마을 가져가라 하신다.
고구마는 추운데 놔두면 상하니 꼭 집 안에 넣어두라는 말씀과 함께...
겨울 운문암을 방문할 수 있을지....
간청재에 돌아와 스님이 주신 고구마를 큰 것만 골라 삶았다.
도전! 고구마말랭이!
옛날 우리 엄마가 해 준 것은 아주 바짝 말린 고구마였다.
고구마빼떼기(?)라고 불렀고 무척 딱딱했고 죽을 끓여 먹었다.
나는 빼떼기 죽을 좋아했다. 고구마 빼떼기와 팥 콩 등등을 넣어서 푹 끓인 것이다.
정말 구황작물의 정수를 보여 주는 음식이다. 저장하기 위해 바짝 말려서 그것을 다시 죽으로....
겨울에 엄마가 한 번씩 해 주는 빼떼기 죽은 달콤하고 맛있었다.
물론 빼떼기는 삼천포 사시는 이모가 말려서 보내 주셨다. 서울에서 그렇게 고구마를 말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그렇게 딱딱하게 말린 고구마는 없는 것 같다.
적당히 말랑말랑하게 말려서 간식으로 먹는 정도다.
어렸을 때도 고구마 한 솥 삶아 먹다가 남으면 엄마가 적당하게 말려서 주고는 했다.
딸아이도 고구마 말랭이를 무척 좋아한다. 삶아서 말려 오기를 잘 했다.
옆에 끼고 먹고 있다.ㅎㅎㅎ
무를 뽑다 보니 (많지도 않다 6개) 요렇게 개성 있는 놈이 나왔다.
배추와 밀가루만의 환상적인 조화...배추전은 참 쉽고 맛있다.
무청 시래기는 아무래도 잘 안 될 것 같다 ㅠㅠ
그냥 창고에다 널어 놓을 걸 그랬나...처마 밑이라고 널었는데 어째 좀 이상하다.
날씨가 궂어서 그런가...
이번에 날씨가 안 좋아서 마천도 곶감 농사가 잘 안 되었다고 한다.
마천은 고종시로 유명한데 날씨가 확 춥지도 않고 비가 자꾸 내려서 곰팡이가 많이 났다고 한다.
창원 마을은 그렇게 크게 곶감을 하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다른 곳은 천접씩 하는데 손해가 많다고....내가 다 걱정이다...ㅠㅠ
감 농사는 잘 되어서 풍년이라 하더니...
또 이렇게 저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궂은 날씨가 많은 덕분으로(?) 나날이 술병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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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네팔 오가닉커피를 작년에 받은 적이 있어요...
고구마 말랭이 맛있어 보이네요.
동경은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는 데,
겨울이 왔다는...
동경도 많이 추워졌겠네요...
네팔에서 가져온 커피맛이 궁굼합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히말라야의 선물 공정무역 네팔 커피 팔고 있어요..
기분 탓이겠지만 커피는 정말 그 나라 맛이 나는 것 같아요..네팔 맛이, 히말라야의 맛이 납니다 ㅎㅎ
태생은 같은데 간청재 마삭줄은 빨갛게 단풍이 들었는데, 집의 것은 독야청청하야
일단 베란다로 내놨다오. 지리산 겨울을 이겨낸 마삭줄이 내년 봄 바람개비를 닮은 하얀꽃을
피우려나, 괜히 기대하고 있답니다. 히말라야의 선물, 음미하면서 마시고 있어요.
커피에 담긴 풍경, 사람들이 아주 가끔씩 느껴진다오.
오~ 마삭줄 꽃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