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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침묵하는 달 2015/12/11

by jebi1009 2018. 12. 27.


       



다른 세상의 달 - 체로키족
침묵 하는 달 - 크리크족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 - 수우족
큰뱀코의 달 - 아리카라족
무소유의 달 - 풍카족
큰곰의 달 - 위네바고족
늑대가 달리는 달 - 샤이엔족
태양이 북쪽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하기 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 - 주니족
존경하는 달 - 호피족
중심이 되는 달의 동생 달 - 아시니보인족
첫눈발이 땅에 닿는 달 - 동부 체로키족
큰 겨울의 달 - 아파치족, 무스코키족
나무껍질이 달라지는 달 - 수우족, 북부 아라파호족
칠면조 잔치를 벌리는 달 - 포타와토미족
하루종일 얼어붙은 달 - 벨리 마이두족


                                                                                    <인디언의 달력 12월>

'침묵하는 달'의 시작을 간청재에서 맞이했다. 그날 간청재의 날씨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 날은 흐리고 바람 불고 비가 내리더니 3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다음날 오전까지 펑펑 날렸다.
4일 금요일 시댁 행사가 있어 올라와야 했지만 눈 때문에 다음 날로 서울행을 미루었다.
아주 급한 일이면야 눈 밀고 올 수도 있었지만 별 참석하고 싶지 않은 행사이기도 해서 눈 핑계대고 뭉갰다.
자연의 혜택(?)을 잘 받고 있다 ㅎㅎ








다행히 눈 내리기 전 함양 장날이라 장에 나가 겨울 밤 술 안주를 사 올 수 있었다.
비 내리고 어둑한 날 기름 냄새 좀 풍기려고 김부각을 샀다.
큰 맘 먹고 살아 있는 문어도 한 마리 사고 조금 돌아 병곡 양조장까지 가서 막걸리도 샀다.
근처 양조장 막걸리들을 대충 먹어 보았지만 병곡 막걸리가 나에게는 제일 맞는다. 단 맛이 적어서 좋다.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 좋은 안주에 맘껏 취해 성능 좋은 보스 오디오 볼륨 이빠이 올리고 놀았다 ㅋ






다음 날 늦잠 자고 뒹굴거리다 일어나니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안에서 바깥 상황을 지켜보다 마무리 할 일이 있어 나갔다.
지난번 정리하다 못한 땔감 나무를 정리해야 하고 마지막 남은 배추를 모두 뽑아서 어찌어찌 해야 한다.
올해 배추와 무는 비록 김치를 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뿌듯한 농사였다.
배추 속은 별로 차지 않아서 대부분 우거지로 삶았지만 나름 속잎은 쌈으로 겉절이로 무쳐 먹었다.
무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예쁘게 잘 자랐다.
그런데 무청은 별 신통치 않아서 무청 시래기의 꿈은 좌절된 것 같다.
그래도 창고에 무청을 널어 놓았으니 몇 개라도 시래기처럼 나올라나...
배추를 가르고 노란 속 잎과 파란 겉 잎을 나누고(거의 파란 잎이다 ㅠ) 깨끗이 씻었다.
배추를 씻는 일에 엄청 공을 들여야 한다.
자세히 보면 벌레 알 같은 것이 있어서 뒷면 앞면 집중해서 잘 씻어야 한다.
흙도 많이 묻고 벌레들도 잘 털어내야 하고...한 두어시간 씻다 보면 멀미가 나려고 한다. 



눈보라 맞으며 마지막 배추 우거지를 삶았다.  
전쟁통에 피난 와서 국밥집 차린 주모의 포스가 풍기지 않는가... 아님 말고.... 








날이 오락가락한다.
바람도 잦아들고 해도 좀 나오는 것 같아 밖으로 나왔는데 일하려고 시작하니 바람 불고 눈발이 날린다.
덥고 추운 것도 다 좋지만 바람 불면 진짜 일 하기가 싫다. 바깥일 하는데는 바람이 최대의 적이다.
바람은 모든 의욕을 다 날려버리고 콧물만 줄줄 흐르게 하고  빨리 들어가 눕고 싶게 만든다.
아궁이에 불 잔뜩 넣고는 콧물 훌쩍이며 구들방 아랫목으로 파고 들었다.
















아침 창밖이 하얗다. 눈은 계속 내릴 것 같다.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은근슬쩍 바라던 것이다 ㅎㅎ
욕조에 뜨겁게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고 가져간 책을 마저 읽었다.
저녁에는 데운 술과 뜨끈한 국물....
시골에서의 눈 내리는 겨울밤
무도 깍아 먹고 고구마도 깍아 먹고 그렇게 꼼지락대면서 밤 속에 눈 속에 파 묻히는거지 뭐...
다른 세상의 달, 침묵하는 달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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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름愛 2015/12/13 21:48

    "볼륨 이빠이 틀고 놀았다"에 필이 확꽂히고 몸이 움짤합니다~ㅎ
    육지 눈 풍경에 눈이 팍 꽂히서 닫혔던 말문이 터지듯 댓글답니다...
    그동안의 주욱 제비님의 글을 애독하며 침묵했던 저를 침묵의달로 깨워주셨기에 무례한 첫인사 올립니다.

    • 제비 2015/12/21 14:45

      반갑습니다~
      오름, 육지...이런 단어들로 보아 제주도가 팍 떠오르네요 ㅎㅎ
      처음에는 제주도의 바다가 좋아 엄청 갔지만 그 다음에는 오름에 팍 꽂혀서 엄청 갔지요..
      다랑쉬오름하고 용눈이오름 좋아하는데....가고 싶어요~

  2. WallytheCat 2015/12/16 13:11

    집앞 풍경이, 그니까 안개가 아니고 산 위에 구름이 걸친 것 맞지요? 절경입니다. 눈도 제법 많이 내리셨네요.
    이 절경을 보시며 어찌, 노오란 막걸리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노오란 막걸리 잔에 따라 일 잔 하고 싶지 않으시겠어요. 감동입니다~.

    • 제비 2015/12/21 14:46

      언제 간청재에서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한 잔 할 날이 오겠지요? 연말이 되니 갑자기 뵙고 싶네요^^

  3. 알퐁 2015/12/18 13:24

    캬~ 앞산이 내려가지 마라 내려가지 마라 하네요!!!

    눈 쌓인 앞마당에 누워서 천사놀이 하고 싶당~

    • 제비 2015/12/21 14:47

      목덜미로 눈 엄청 들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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