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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2015 - 2016 2016/01/05

by jebi1009 2018. 12. 27.




  2016년 1월 1일 일출은 아니지만 간청재 마루에서 느즈막히 해를 보았다.
  앞에 보이는 천왕봉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들끓었을 것이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숫자가 바뀌는 시기가 오면 꼭 분위기를 탄다.
숫자가 바뀌는 한 주 딸아이와 간청재에서 머물렀다.
날씨가 봄날 같았다. 낮에는 마당의 수도(지하수)물이 나왔다.
겨울에는 어림도 없는 일인데 정말 날이 포근했다. 게다가 바람도 없었으니.....
가까운 바다 통영에도 다녀 오고 밤마다 아궁이에서 맛난 것 구워 먹고
매력적인 이웃과 날이 바뀌도록 술잔을 기울였으니 꽤 괜찮은 해갈이를 한 듯하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하나씩 비워가기 시작했다. 옷장을 비우고 장식장의 그릇들을 비우고...
어쩔까...이삿짐 차를 부르지 않고도 이사할 수 있을까? 요즘 짱구를 굴리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



  통영 시장에서 공수해 온 해산물들....쫀쫀하고 탄력적인 도미살과 좌판 할머니에게서 구입한 해삼과 멍게.
  작은 통영 멍게는 멍게를 좋아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멍게다. 음하하하~
또한 잊지 않고 먹어 주는 것이 통영 시장 졸복국! 1인 분 4~5만원 하는 유명 복집 복국보다 만원 안팎인
  통영 복국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점심으로 복국 먹고 저녁거리를 저리 푸짐하게 준비해 왔으니 복 터진 날이다. ㅎㅎ 








실력 발휘가 쉽지 않다...
연탄가스 마시며 억척스럽게 달라 붙어 먹던 그 뽑기 맛을 내려면 아무래도 더 단력해야 할까보다..ㅎㅎ
딸아이의 응원과 구박을 받아 가며 모양을 찍어 내었다.
세 식구가 달라 붙어 초집중하여 뽑았지만 모두 실패 ㅠㅠ


간청재에 처음 머무를 때 허접스러운 것들을 대충 쓸 요량으로 가져간 것들이 창고에 또 쌓였다.
그 창고를 비우는 것도 힘들었다. 모든 것의 정리는 버리는 것에 있지만 버리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대충 쓰려고 가져간 것들은 다시 서울로 가져와 버려야 할 지경이 되었다.
창고는 크지 않은데 자꾸 이런 저런 아쉬운 물건들을 넣어 두니 한 해 사이에 엉망이 되었다.
로스팅기를 들여오기 위해 한 쪽을 정리하다 보니 넉넉하게 넣어둘 수 있을 줄 알았던 창고도 정리가 쉽지 않았다.
창고의 한 쪽 반은 커피공방으로 나머지 한 쪽은 농기구와 잡동사니로...아이고...잡동사니가 넘친다.

로스팅기를 올려 놓을 테이블을 구하려 했지만 마땅치가 않아 천재조각가(우리들이 부르는 명칭)에게 넌짓이 이야기했더니 준비해 줄테니 가져가 조립을 하라고 했다.
용가리는 내려가면 목공을 배우려고 하기에 시험 삼아 해 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무게와 치수에 맞춰서 나무를 재단해 놓겠다고 했지만 가 보니 너무도 훌륭한 테이블이 완성되어 있었다.
사포질을 조금 더 해야 한다고....그 작은 일을 용가리에게 주었다.
용가리는 한 두어시간 사포질을 하고는 힘들다고..ㅠㅠ
어쨌든 너무도 예쁘고 예쁜 테이블 때문에 또 고민했다.
로스팅기를 올려 놓을 테이블로, 게다가 창고에 들어가기 너무도 아까운 물건이었다.ㅜㅜ
창고의 한 쪽을 나만의 공방으로 꾸밀 생각에 잠시 설렜다.ㅎㅎ



천재 조각가 공방에서 피어나고 있는 아이들...



난 나무 껍질 있는 것도 좋았는데 나중에 떨어지고 지저분해 진다고 사포로 밀어야 한다고...
  용가리는 저 사포질 하나로 자기가 다 만들었다고 큰소리 치려는 것은 아니겠지?






창고로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아까비 ㅠㅠ






  창고 한 쪽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우겨 넣었다. 창고가 다 환해진 듯 ㅎㅎ
  이쪽은 나만의 공간..음하하핳


천재 조각가 공방은 실상사 근처에 있다.
용가리의 사포질 시간이 길어지자 공방을 나와 딸아이와 실상사를 거닐었다.
아....마음이 아팠다....또 눈물이 났다...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 올까...









스님이 안 계신 극락전에도 들렀다.
햇살도 좋고 스님 고무신도 언제나처럼 그대로 있었다.



극락전 마당 길목에서 딸아이가 멈춰서 유심히 살피고 사진을 찍는다.






  딸아이가 살펴보던 극락전 마당의 징검다리에 새겨진 연꽃...
  그렇게 많이 갔었는데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엄청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실상사 극락전 툇마루에서 하염없이 해바라기 하다가 오랜만에 소풍에 들렀다.
선명이도 보고 졸고 있는 고양이도 보고 항우 아저씨도 보고 난로 위의 고구마도 먹었다.
알고 보니 선명이와 딸아이는 두 살 터울....딸아이가 선명이의 두 살 누나다 ㅎㅎ



  108 개의 반야심경을 서각하고 있는 항우아저씨...
스님 드릴 반야심경이 완성되었다.
  우리 것은 음각인데 스님 것은 양각으로...서너 배의 시간이 걸린단다... 아름답다.



간청재에 걸린 반야심경. 음각으로 된 것도 아름답다...물론 스님 것에 비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서각의 기품 뿐만 아니라 스님에 대한 항우아저씨의 마음 말이다...


햇살이 좋아 마을을 산책하고 차를 마시고 다락방에 올라가 올훼스의 창도 읽었다.
누구? 딸아이 말이다...
언제나 간청재에 오면 함께 마을을 산책하고 한 겨울에도 툇마루에서 햇살 즐길 수 있기를.....




딸아이는 서울로 출발하기 전까지 저 자세를 유지하며 온 몸으로 겨울 햇살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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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6/01/06 00:44

    올해는 드디어 이사를 하시나요?
    좋은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 제비 2016/01/11 15:48

      네..계획대로 된다면 3월 중에 이사할 예정이랍니다.
      huiya님도 좋은 해가 되시기를...

  2. 알퐁 2016/01/06 21:16

    해삼도 멍게도 원목 테이블도 다 부럽지만 특히 반야심경 서각은 눈이 띄웅 나올 정도로 부럽습니다!!!
    갖고 싶다는 탐욕으로 온 몸이 불타는 줄 알았습니다 ㅜㅜ
    햇살은 요즈음은 안 부럽습니다 여긴 여름이니까 우리도 많거든요 하하

    아참, 저 테이블, 커피찌꺼기를 문지르면 커피향이 베겠죠? 예전에 원목가구 긁힌 것 수선할 때 커피를 물에 되게 게어서 발랐던 기억이...그럼 갈색으로 눈속임을 할 수 있었는데...

    • 제비 2016/01/11 15:52

      알퐁님 조금만 신경 쓰시면 반야심경 서각 멋지게 만드실 것 같은데요 !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3. 벨라줌마 2016/01/08 05:19

    모든 것의 정리는 버리는 것에 있지만 버리는 것이 참 쉽지가.....않지요..정말 ^^ 버리는 것이 정리다 로 밀어붙이시는 시아버님과 버릴 것은 단 하나도 없다의 의견 피력의 증거물로 세레나에게 내오시는 물건들 (침대, 장남감, 책 등등) 모두가 세레나의 아빠인 제 남편이 30년도 지난 시간에 사용하던 것들이거든요.... 감동에 짠한 순간들이에요. 이사 이동이 많았던 제 친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그런 추억들이요...

    마지막 사진 속 따님께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부러움(윗 댓글의 알퐁님도 ㅎㅎ)의 질투가 납니다. 영하 15도 체감온도 25도, 햇살 본 기억....아 오늘 잠깐 한 30분 정도...외는 없음... 이상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벨라줌마였습니다 ㅎㅎ

    • 제비 2016/01/11 15:58

      정말 태양신은 위대해요 ㅎㅎ
      하지만 러시아 영화 속에 나오는 추위와 우울함이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 낭만을 느끼러 겨울에 러시아에 가려고 했다가 용가리가 말려서 여름에 가게 되어 백야를 경험했답니다.
      물론 생활에서는 낭만이고 나발이고 겠지만 말이어요 ㅎㅎㅎ
      벨라줌마님의 자체 발광으로 모스크바의 겨울을 낭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