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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이사 아닌 이사인 듯 이사 같은 이사 2016/03/08

by jebi1009 2018. 12. 27.



간청재에 머무른 지 일주일이 되었다.

머무르다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다.- 표준국어대사전)

정확히 말하자면 간청재에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살다 (어느 곳에 거주하거나 거처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3월 2일 이사 아닌 이사인 듯 이사 같은 이사를 하였다.

그냥 우리 승용차에 짐 싣고 휙~ 하니 내려왔다.

그동안 사부작사부작 짐들을 날랐었다.

본격적인 짐싸기가 시작되고는 승용차에 꽉꽉 채워 넣고 두어번 정도 내려와 정리했다.

짐을 줄이고 줄여 필요한 것들만 빼고는 서울집의 모든 것은 버렸다.

옷과 그릇 등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고

아..딸아이의 그 많은 인형들...그 아이들도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갔다.

가구와 가전 처리로 이리저리 찾아 보니 이민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싹 처리해 주는 업체가 있었다.

미리 와서 견적을 보고 처리 비용을 정하고 정말 집을 싹 비워 주었다.

이불이나 커튼 등등 모든 것을 다 치워 주었다.

아침 9시쯤에 시작된 집 비우기는 12시가 다 되어 끝났다.

아파트 9층이라 사다리 차가 오고 결혼 할 때 장만했던 장농, 침대, 식탁, 냉장고, 세탁기...

딸아이 방의 침대와 책상 등이 실려 나갔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중간에 한 번 바꿨었다.





살다 보니 아침 9시 조금 넘은 시간에 이런 곳에 와서 이런 것을 먹을 수도 있구나....게다가 커피잔이 나한테 이런 말도 하는구나....ㅎㅎ





집이 비워지는 동안 우리는 동네 커피집에 가서 기다렸다.

모닝할인이 있어서 반 값에 커피를 마셨다.

'우리가 살면서 이 시간에 이 커피집에 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 웃겨...'

커피를 마시며 용가리와 킬킬거렸다.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에 집으로 가니 정말 집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새 주인이 들어오기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텔레비전과 밥통도 들어 있다. ㅋ





운전석에서의 최소한의 시야만 확보하고 짐을 넣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테트리스하던 실력을 발휘해 정말 빈틈 없이 채워넣은 짐을 싣고 서울을 떠났다.

늘 하던 대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들으며....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간청재에 도착했다.

테트리스를 해체하고 용가리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텔레비전만 올려 놓고는 모든 것은 내일로....

김치 팍팍 넣은 라면에 소주 한 잔 하고 뻗어버렸다.






            해체된 테트리스와 간청재에서의 첫 저녁식사





딸아이 기숙사 이사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남겨 놓을 짐과 가져갈 짐을 분류하고 도저히 버릴 수는 없으니 간청재 다락방에 보관을 부탁한 짐과(그것들을 딸아이는 보물상자라 불렀다. 그런데 보물상자는 좀 작아야 하지 않은가...너무 크다...)

일부 옷들과 어릴 때 읽던 책들과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과 그 많은 인형들을 끌어 안고는 나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그래...너도 어디선가 '살게' 되면 그때 찾아가라...


다음 날부터 다시 테트리스 시작!

빈틈 없는 수납이 시작되었다.

짐 정리는 분류도 중요하므로 몸과 머리가 모두 지치게 힘들다...헥헥...

아쉬운 대로 헤체된 테트리스는 어딘가 들어갔다.






     택배 사정이 어떨지 몰라 와인부터 10병 주문해서 가져왔다. 가져갈 짐도 많은데 와인 박스부터 차에 싣는           

     나에게  용가리는 한 소리 했다 ㅋㅋ





     결혼할 때 엄마가 해 준 원앙금침을 이제야 펼쳐 깔았다. 결혼 후 20년 동안 새 것으로 보자기에 싸여 있던            

     것이다.



금욜 세탁기가 들어왔다.

세탁기가 들어가려면 다용도실 쪽 문을 해체해야 한다.

집 지은 목수가 세탁기 들어 올 때 와서 해 주겠다고 했었는데 거의 2년이 지났는데 와 줄까...

연락을 하니 흔쾌히 와 주시겠다고....

집 지을 때의 과정을 담은 사진과 땅 밑으로 지나가는 많은 관들의 도면을 함께 담아오셨다.

문을 해체하고 세탁기를 설치하고 다시 원상복구.

인월에 나가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또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는 말씀과 함께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었다. 참 감사했다.

세탁기가 들어 왔으니 간청재에서의 역사적인 첫 빨래를 하여 널었다.

서울에서 마지막 짐을 쌀 때 옷 한 벌만 남기고 모두 쌌기 때문에 며칠을 옷 하나로 버텼었다. ㅎㅎ

모두 빨아 볕 좋은 마당에 널었더니 어찌나 뿌듯한지~





아직 빨래줄 칠 장소를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다. 마당에 빨래줄 치고 빨래 널면 더 뿌듯할텐데.....





이제 로스팅기계만 들어오면 얼추 창고 정리까지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커피가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로 이틀 버텼다. 내일 오후면 새 기계에 볶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아직도 문득문득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장을 볼 때 자꾸 하루 이틀치 간단히 먹을 것만 고르는 것도 그렇고

무심코 '이것은 서울집 가서 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ㅎㅎ


이제 우리는 간청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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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2016/03/08 18:11

    헐 간청재에서 인터넷까지... 정말 사는것 맞네.
    간청재에서의 역사적 로스팅 장면도 빨리 보여주시고,
    자주자주 간청재 소식 전해 텅빈 서울 채워주세요.

    • 제비 2016/03/12 15:39

      인터넷은 용가리 휴대폰 핫스팟으로 하고 있어요..
      근본적인 대책이 없네요...
      300만원 넘게 주고 전봇대를 세울 수도 없고 ㅠㅠ

  2. 벨라줌마 2016/03/11 16:43

    가져갈 짐도 많은데 와인박스부터 챙기는...제비님이 저는 좋습니다 ㅎㅎㅎㅎㅎ^^
    요즘 요기조기 아파 골골대느라 기운 쑤~~욱 빠져있는 벨라줌마 위해 간청재 그림같은...마음 편해지는 사진 많이 올려 주세요~~~~~ 약보다 마음 편해지는 사진 글 들이 더 큰 위로가 돼요!! ^^

    • 제비 2016/03/12 15:45

      요기조기 아파 골골거리시다니요...어쩌나...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3. WallytheCat 2016/03/12 02:16

    저도 이사를 자주 해 그때마다 나눠주고 버리는 물건들이 많긴 하지만, 제비님처럼 과감하게 다 기부하고 처리하고 새 집으로 이사하시는 모습은 큰 용기가 필요해 보이네요. 좀 가까우면 직접 볶으신 커피 주문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네요. 간청재에서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게요.

    • 제비 2016/03/12 15:46

      글쎄말이어요...좀 가까우면 고객 한 분 더 확보하는 건데 ㅎㅎㅎㅎ

  4. 알퐁 2016/03/12 15:28

    원앙금침이 방과 참 잘 어울립니다.

    • 제비 2016/03/12 15:47

      촌스러운 색깔이 잘 어울리죠?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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