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이다.
여기 저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린다.
간청재 가는 길 마천 천왕축제의 현수막을 봤다.
‘박수무당 12계단 작두 타기’ 우와~
굿이나 작두 타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 엄청 끌렸다.
마침 서울에서 내려오는 설님과 나무님을 픽업하러 나가는 시간 마천 전통시장이 들썩거렸다.
호기심이 이글이글....전통시장 쪽으로 내려가니 막 작두타기가 시작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잘 보이는 앞 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 러. 나. 그로부터 한 시간이나 지나서 하이라이트 박수무당 작두타기가 시작되었다.
즉 한 시간이나 무대 바로 앞에서 시끄러운 뽕짝 소리를 가슴 벌렁거리며 들어야 했다는 소리다.
무당이 올라와 간단한 굿을 하고 이런 저런 사전 행사를 하고...
내가 상상했던 그런 굿판이나 작두타기는 아니었지만 구경거리는 되었다.
신들린 무당의 작두가 아니라 기예단의 차력하는 모습? 어쨌든 구경에 공짜는 없었다.
재수를 받으러 나오는 사람들은 계속 돈을 꽂아 주어야 했고 국회의원, 면장, 군의원 등등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중간 중간 나와 인사하고 얼굴 내밀고...
또 마침 술 취한 아저씨가 무대에 난입해서 쇼는 집어 치우라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소설책에서 읽었을 법한 일들은 다 벌어지고 있었다.
자리 잡는 것은 소용이 없고 작두 타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마구 이동하고 몰려들었다.
이제 알았다. 앞으로는 이런 구경거리는 분위기 잡을 때부터 죽치고 앉아 있지 말고
시간 딱 되어서 가도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참 ‘구경’이라는 것을 찐하게 했다.
기예단의 쇼하는 모습과 종교적인 모습이 묘하게 섞여 있다.
그래도 이런 굿판이라도 무당에게 한 자락 무명천을 얻고 위안을 받은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시끌벅적하고 난리 북새통인 곳에서 역시 사는 것은 투쟁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디에서 살든 다 치열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삭막하고 숨막히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산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이 저절로 나긋나긋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건강하던 사람이 시골에 내려와 암에 걸려 죽기도 하고
여름에 밭일을 하다 쓰러져 급사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초등학생이 친척집에 맡겨지기도 하고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왔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보통 생각하는 풍광 좋고 공기 좋고 여유 있는 시골에서도 다 일어나는 일이다.
요즘에는 귀농 귀촌이 관심 대상이라 방송에서 엄청나게 내 보내고 있다. 내용도 다양하다.
그러나 방송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귀농 귀촌한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
건강이 안 좋거나 불치병에 걸려 내려왔다. 사업에 실패해서 내려왔다.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각박하고 바쁜 도시 생활에 싫증이 났다....등등
그리고 결론은 다 비슷하다.
시골에 사는 것이 너무 좋다.
공기 좋고 텃밭에서 약 치지 않은 채소 따서 먹고 땀 흘리고 여유롭고..,건강해졌다.
마당에서 사람들이랑 삼겹살도 구워 먹고...살 맛 난다....
하여간 너무 다 좋다는 것이다.
도시나 시골이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 같은데 어찌 좋기만 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사는 것은 투쟁이다.
이제는 시골에 이사 와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너무 좋아 죽겠다는 사람들 말고 그냥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시골 와서 사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또 불편하고 힘든 면도 있는 것 아닌가...
시골에서도 배신당하고 병에 걸리고 상처 받고 시간에 쫓기고 농사나 사업에 실패하기도 한다.
아무리 내가 선택해서 시골로 내려간 것이지만 어찌 다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도시와 시골이 49 대 51 이라면 1 만큼 좋아서 시골에서 사는 것이다.
도시가 51이라면 그냥 도시에서 사는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도시와 시골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니 말이다.
양쪽 어느 곳에도 책임지지 않고 그냥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니 마음은 가볍고 기대도 넘친다.
물론 간간히 걱정도 몰려오지만 말이다.
일단 간청재에 정착하면 또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세상에 뜻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그저 다가오면 도망가지 않고 팔 벌려 맞이할 마음을 다듬고 다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삶은 축제가 아니다.
'취중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선물들 2015/12/21 (0) | 2018.12.27 |
---|---|
선물 2015/11/18 (0) | 2018.12.27 |
홍옥 2015/10/15 (0) | 2018.12.27 |
편들어 주기 2015/07/29 (0) | 2018.12.27 |
5월 2015/05/20 (0) | 2018.12.27 |
작두타기,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네요. 대한민국에 옥수암이라 불리는 집이 모두 몇이나 될까 괜시리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옛날 옛적에 옥수동에 점집이 많긴 많았는데... 몇 군데 고모님 따라 다녀보기도 했죠. ㅎㅎ
저도 때로 다 정리하고 시골 어디 마당 너른데로 이사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여러 면에서 자신이 없기도 해요. 마당이 넓으면 넓은대로 그게 다 몸을 움직여야 할 노동이 되는 거니까요.
정규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은 마당 넓은 집 힘들 듯...ㅎㅎ
작두도 쇼비지니스 같은 모양으로 좌악 늘여져 있네요 ^^
몇 년 전에 어떤 무당께서 오클 박물관에서 작두타기를 하셨는데 좁은 박물관 매표구 앞에서 현지인들이 마치 무용 공연 보는 듯한 태도로 '관람'을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뭔가 이상한 기가 도는 걸 느끼는지 태도가 다들 바뀌어서 신성한 뭔가를 접하는 듯한 태도로 바뀌었던 기억이 나네요.죽은 영을 위로하는 혼굿이었던 것 같은데, 열악한 장소에서도 산 제 가슴을 울리는 위로를 주었습니다.
삶은 축제가 아니면 태운 축제?
(썰렁? 죄송)
아니 튀긴 축제요 ~
태운 축제 해석하느라 힘들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