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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홍옥 2015/10/15

by jebi1009 2018. 12. 27.



올해도 잊지 않고 홍옥을 주문했다.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홍옥사과를 먹을 때는 더 추웠던 것 같은데 아닌가?
내 기억에는 더 겨울이었고 홍시 감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홍옥은 새콤한 맛 때문에 찾는 사람도 없고 저장성도 없어 재배를 꺼린다는데 내가 주문한 농장에서 계속 홍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과를 보고 딸아이가 말한다.
'너무 사과 같이 생겨서 진짜 사과가 아닌 것 같아...'

딸아이는 정신 없었던 입시의 한 단계를 지나고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스려야 할 시기다.
시험 전 울트라캡짱으로 덜렁거리는 딸아이는 역시나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나에게 한바탕 구박과 설움을 받았다.
게다가 그 날은 딸아이 생일이라 찰밥에 미역국을 끓여 주었는데 눈물 젖은 생일밥을 먹었다.
힘들고 챙길 것도 많은 입시....하지만 항상 나는 말한다.
'이건 네 문제야...네 인생에 관한 네 문제.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
입학 원서 접수부터 실기시험, 각종 서류작성까지 딸아이 혼자 고군분투했다.
나는 원서대금 지불을 위한 신용카드 번호와 은행 계좌 번호만 알려주었다.
아...시험 날 짐이 많아서 시험장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했다.
이제 수능이 남았다.
날짜에 쫒기며 마지막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딸아이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실컷 놀다 왔다.
수능이 한 달도 안 남았네 어쩌네 뉴스에서도 말하는 시점에 쿨하게 노래를 부르며 수능을 맞이하려 한다.

난 이 시점에서 마음은 간청재에 가 있다.
추석 전에 갔으니 청경채 심은 것도 솎아 주지를 못했고 무와 배추도 살피지 못했으며
여름 만큼은 아니지만 앞 뒤 마당에 풀이 뒤덮였을 것만 같다.
고추대도 정리 못 했는데....
쪽파는 올라왔을까...
집에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가면 관정 얼지 않게 단도리 하고 기름도 넣어 두어야겠다.
날이 추워지니 마음이 바쁘다.

딸아이는 딸아이의 삶을 위해, 나는 내 삶을 위해 각자 딴 생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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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5/10/15 18:46

    저도 홍옥을 좋아해서 계절이 되면 한 번은 꼭 사요.
    다섯 개 들이 한 봉지를 사서 두 개 남았어요...

    • 제비 2015/10/24 23:42

      홍옥은 오래 먹을 수 없어 항상 아쉬워요

  2. WallytheCat 2015/10/19 01:38

    큰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 두 집 살림 하시기가 쉽지 않네요. ^^
    이제 곧 수능이 다가오는 시점인가 봅니다. 따님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 제비 2015/10/24 23:48

      두 집 살림 힘도 들지만 아직은 재미도 있습니다^^
      빨리 수능이 지나갔으면 좋겠슴다 ㅠ

  3. 알퐁 2015/10/23 05:50

    각자 딴 생각에... 아주 바람직합니다 ^^
    전 그즈음 엄마 삶과 너무 얽혀서 어깨가 무거웠던 기억이...
    따따로 아주 좋습니다!

    • 제비 2015/10/24 23:51

      각자 따로 쿨하게...
      완전 소 닭 보듯이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마음 연습도 많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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