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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문경 나들이 2016/03/23

by jebi1009 2018. 12. 27.



문경 봉암사에 볼 일이 있으신 스님을 모시고 아침 8시 실상사를 출발했다.

문경은 참 오랜만이었다.

한동안 선배가 문경에 땅과 작은 농막을 마련해 뻔질나게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가은 읍내를 지나 봉암사 가는 길로 접어든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역. 스님은 봉암사 계실 때 첫차 타려고 봉암사에서 30리 길을 서둘러 걸어왔던 일들이 생각난다 하신다. 30리 길이라니...헥헥헥...


가은역 앞을 지나면서 아이고 귀여워라....하다가 사진을 찍지 못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퍼옴.


희양산 돌산의 기개가 확 다가오면서 압도 당하는 느낌이다.

스님 덕에 초파일도 아닌 날 봉암사 산문을 넘는다.

아이고...봉암사는 어찌 그리 서릿발 돋아나는 그 매서운 느낌, 그 청정한 느낌이 변함 없을까....








공양간에서 시래기를 한 솥 삶고 계신다.


















스님 일 보시는 동안 사진을 몇 장 찍는데 괜히 나 혼자 잔뜩 쫄아서는 혼자 중얼거렸다.

'사진 찍는다고 혼나는 것 아냐...' 누구한테? 부처님? ㅎㅎ

사진 찍는 동안 오직 바람만 움직임이 있을 뿐...봉암사 경내에 움직이는 것은 나 혼자였다.

이제 스님이 나오신다.


뒤 쪽 암자로 이동하는 중에 보게 된 봉암사 소금창고.

저 안에 소금이 꽉 들어 차 몇 년 씩 간수를 빼고 있단다.봉암사 소금이 정말 맛있다고 하신다.












암자에서 향 좋은 차를 대접 받고 스님들 말씀 나누시는 것 귀동냥하며 듣고....

어찌 그리 스님들이 선하게 생기셨는지...말씀하시고 웃으시는 모습들이 정말 귀여우시다...귀여우시다 하면 혼날까?









실상사로 돌아오니 산 능선 위로 달이 올랐다.

봉암사를 다녀오니 실상사가 더욱 푸근하게 느껴진다.

봉암사는 사랑채 지키고 앉아 밤낮으로 글을 읽는 아버지 같다면

실상사는 밤이면 고구마 삶아 한 바구니 방으로 넣어 주시는 엄마 같다.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덮고 만화책 보며 고구마 먹고 낄낄 거리고.....실상사는 그런 느낌이다.

봉암사 경내에서 보지 못한 꽃들이 실상사 경내에서 달빛을 받아 더욱 환한 느낌이다.

서릿발 같이 매섭지만 그 쨍하고 시린 매력을 가진 봉암사....

하늘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던 봉암사 하늘이 생각난다.






간청재로 돌아오니 우편물이 이렇게 놓여 있다. 귀여워라~

빨리 우편함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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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6/03/25 01:10

    덕분에 저도 봉암사 나들이를 한 기분이 납니다. 뭐든 반듯반듯한 규율이 느껴지긴 하네요. 힘들게 시레기 삶는 모습이며, 줄과 간격 잘맞춰 배치된 장독대 보니 절 살림이 힘들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돌로 눌러 놓은 우편물을 보니, 마치 석기시대와 현대의 공존 같습니다. ㅎㅎ 우편함이란 새 식구가 필요하군요. 가까우면 예쁜 우편함 하나 보내 드리고 싶어요.

    • 제비 2016/03/30 17:25

      가까우면 예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