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돌덩이와 투쟁 중이다.
한 번은 윗땅에서 돌을 가져오다 넘어져 얼굴이 살짝 갈리기도(?) 했다.
젊은 시절 술 퍼마시고' 나는 가만이 걷고 있는데 땅바닥이 확 다가오더라...' 하던 때 이후로 처음이다.
풀을 뽑거나 밭을 정리하던 나는 도대체 날이면 날마다 저 앞에서 무엇을 하나 궁금했다.
돌담이 조금 올라가나 싶으면 다시 허물어져 있고 용가리는 그 앞에서 끙끙대고...
며칠이 지나도 돌담의 높이는 1도 올라가지 않았다...가 아니고 않은 것 같았다. 내 눈에는...
고뇌하는 용가리...
돌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바꿨어...
오늘은 다시 허물고 맨 밑에 돌들을 땅 속에 조금 묻었어...
왼쪽 각도를 조금 틀어 보려고 다시 허물었어...
라인을 조금 연장할까 싶어 다시 허물었어...
내가 맨날 똑같아 보인다고 하면 서운해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 오라고!
나 봐라 이렇게 풀 뽑으니 깨끗하지? 일 한 티가 팍팍 나지?
맨날 똑같은데 뭘 쪼물딱 대고 있는거야?
이렇게 말하면 나하고는 차원이 다르단다...헐...
돌덩이의 본질과 돌담의 근본 원리를 생각하남? 아님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아우르는 돌담을 생각하남?
용가리와 나는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그래서 일 좀 하려고 하면 꼭 싸운다.
못 하나를 박더라도
용가리는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연필 가져오고...
나는 그냥 확 박아..그리고 아니면 다시 뽑아...이렇게 소리치고
벽에 무엇을 걸거나 할 때도 나는 눈대중으로 대충....
용가리는 줄자와 연필, 수평계를 동반하고 이리 저리 잰다.
그리고 나더러 한 쪽 잡고 있으라고 하면서 어찌나 꾸물대는지...그러다 성질 내고 싸운다.
용가리는 시작하기 전에 엄청 생각하고 나는 일단 확 저지르고 아님 말고....
시골로 오니 직접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용가리는 나름 꼼꼼하게 여러가지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하고 나서는 꼭 단차가 안 맞는다느니 각도가 안 맞는다느니...
내가 보면 괜찮은데 그냥 넘어가지를 못한다.
그래...얼마나 형이상학적 돌담을 쌓는지 두고 보자...
나는 차원이 다르니 형이하학적으로 잡초를 뽑아주마...
도룡뇽인지 도마뱀인지 툇마루를 기어오르다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슬그머니 도망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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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시는 뒷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일단 한 번 높이 쌓으면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으니, 환경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돌담을 쌓으시려는 거겠지요. 돌에 좀 각이 져야 이리저리 각을 맞춰 착착 쌓아 올릴텐데, 둥글게 마모가 된 돌들이라 작업이 힘들어 보이기는 합니다. ^^
도룡뇽이 반갑다고 인사 드리러 나온 모양이네요.
저 돌담이 올라가기는 할는지...ㅎㅎ
용가리님은 a 형이 분명하군요? a 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하기에 자신을 가혹하리만치 닥달한답니다.
네 A형 맞아요 ㅎㅎ
오메나 우리집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
단, 제가 머릿속에 도면을 먼저 그리고 울 남편은 망치부터 들고 나오는 게 다르네요 ㅎㅎ
전 A형 아닌데.....
용가리 머릿속 도면이 빨리 눈 앞에 떡 하니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