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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아..짜증나 2016/04/07

by jebi1009 2018. 12. 27.


       

커피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도 커피를 보내 줄 수 있게 되었다.

택배 상자도 사고 커피 봉투도 아로마벨브가 있는 것으로 바꾸고 접착기도 장만했다.

아무래도 택배로 가는 것은 직접 전달할 때보다 더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마천 우체국 가서 처음으로 커피 택배를 보내고 괜히 뿌듯했다. ㅎㅎ

그렇게 신경을 좀 쓰다 보니 사람 욕심이라 더 예쁘게 하고 싶어졌다.

커피 봉투에 편지처럼 보내는 사람을 쓰고 싶었다.

어찌어찌하여 예쁜 글씨를 받게 되었다.

스님 덕분에 박남준씨가 글씨를 써 주신 것이다.

글씨를 보고 가슴이 콩다콩닥....






멋지게 도장으로 만들고 스티커도 만들고 원본은 예쁘게 액자에 넣어야지....

일단은 시내로 나가야 인쇄소도 있고 표구집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시는 남원과 진주...한 곳을 선택해 갔다.

작은 시에 인쇄소나 표구집의 선택은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일단 스티커 제작을 위해 인쇄소를 찾았다.

제법 크고 인쇄 제작에 관한 모든 것을 다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게다가 도장 제작도 하고 있었다.

잘 됐다 싶어 부푼 가슴을 안고 인쇄소로 들어갔다.

일단 주인 아저씨가 별로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너무 커서 머리가 아팠다.

꿋꿋하게 아저씨에게 글씨를 보여 주고 용건을 말했다.

아저씨 첫 마디는 크기가 A3에 안 들어간다고 툴툴툴...

그리고는 스캔을 두 장으로 떠서 축소 복사 후에 그것을 딱풀로 붙여 연결하는 것이다!!!

오잉? 아무리 지방 인쇄소라지만 그래도 '**시'아닌가...인구 8만명이 넘는...

그런데 나도 할 수 있는, 편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림 두 개 붙이는 단순 작업을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딱풀로 하다니...

뭐 어쨌든 내가 원하는 크기를 말하고 도장도 주문했다.

커피 봉투를 가져가서 여기다 이렇게 붙이고 도장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저씨는 시큰둥..

도장은 글씨를 아래위로 나누어 넣어 정사각형의 낙관(?)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설명했다.

스티커 인쇄 종이를 선택하려 하는데 뭐 별로 선택할 것도 없단다.

샘플을 보니 전단지, 배달, 광고 스티커...우리가 흔히 전봇대나 벽면에 붙여 있는 전화번호 광고 스티커....

일단 광택을 빼고 약간 한지느낌이 나는 종이로 해 달라고 했다.

종이는 선택 없이 한 종류라고 했고 한지느낌은 배경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순간 아저씨가 한지느낌을 만든다고 했을 때 더 망칠까봐 갈등했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해 오신 일이니 그리 말하겠지...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용가리는

'아니 그걸 풀로 붙이다니 내가 하고 싶어서 혼났네. 괜히 하겠다고 그러면 기분 나빠하실까봐 가만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에 스캔한 파일은 가져왔다.

가져가겠다고 하니 어떻게 가져가냐며 알아서 하라고 해서 우리가 메일로 가져왔다.

스티커는 최소 앤쇄량이 1000장, 가격도 그리 싸지는 않았다.

도장도 고무인으로 하는데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비쌌다.

이틀 후 찾으러 가기로 했다.


약속된 날 다시 45킬로를 달려 시로 나갔다.

역시 약간의 걱정과 약간의 기대로 인쇄소에 들어갔다.

스티커와 도장을 보는 순간 '엄마야'가 튀어나왔다.

설마 저것이 내 것은 아니겠지....

한지느낌이 나도록 해 주신다는 스티커는 누런색 비닐장판을 보는 것 같았고 글씨도 조악하게 인쇄되었다.

게다가 도장은 테두리도 없는 고무인이었다.

내가 이런 저런 말을 했지만 아저씨의 태도는 한가지...난 더 이상 못해준다..

실랑이를 하다가(실랑이도 아니다 내가 사정사정해서) 스티커는 하얀 색으로 다시 해 주기로 했다.

도장은 테두리만 좀 해 달라고 해도 절대 안 된단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커피 봉투까지 가져가서 설명했고

또 결과물이 잘 안 나왔다면 어떻게 서로 좀 의논이라도 해서 해결하려고 해야할텐데

시종일관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아라 난 모르겠다...이거다.

도장은 포기하고 다시 이틀 후 또 가지러 가기로 했다.

기름값만 나가게 생겼다.


집에 오니 너무 속상해서 자다가도 그 아저씨가 자꾸 생각났다.

내가 잘 모르고 맡긴 것도 있고 예쁘게 상표 만드는 인쇄소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래도 성의껏 응대는 해 주어야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했으면 비슷하게라도 해 주려고 해야 하지 않은가...


커피 봉투 주문하려고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니 봉투, 스티커 인쇄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봉투 자체 인쇄는 너무 대량인쇄라 불가능하고 스티커는 최소 1000장부터다.

아저씨 인쇄소랑 수량은 같잖아?

스캔해서 가져온 파일을 편집해서(그냥 두장으로 나뉜 글씨를 하나로 합치는 것) 견적을 요청했다.

세상에나...견적을 보니 아저씨가 부른 값에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게다가 메일로 시안을 보내주고 설명해 주고...

'이 글씨가 약간 수채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글씨가 작아서 색채는 잘 안 나올 수도 있어요..'등등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그렇게 해 주려고 하는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가격도 엄청 좋고!! 주문했다.

인쇄소 스티커도 인터넷 스티커도 아직 받아보지는 못했다.

컴퓨터에서 직접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서 인터넷 스티커도 그저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심정적으로 난 인터넷 스티커가 벌써 맘에 든다.

생각지도 않게 생긴 스티커 2000장을 죽기 전에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ㅎㅎ


아, 그리고 처음 인쇄소 간 날 인쇄소에서 스티커 주문하고 글씨 액자 넣으려고 표구집을 갔는데 그냥 가져왔다.

아저씨는 번쩍이는 금색 회색 비단 같은 것을 덧 대어 만든다고 했고

글씨나 색깔이 번져도 난 모른다고 했고....

표구집 아저씨의 태도나 가게 분위기나...이건 아니다...

글씨 거는 것은 좀 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거나 서울 갈 일 있을 때 알아보거나 해야겠다.

인쇄소에 지불한 돈은 수업료라고 생각하자...제대로 판단 못하고 들떠서 일을 저지른 내가 문제지...

세번 씩 시내까지 왔다 갔다한 기름값도 그렇고..ㅠㅠ


그래도 한가지 건진 것은 있다.

시내에는 대형 마트가 있어서 공병을 수거해 준다.

공병 가져가서 돈으로 바꿨다. 그런데 마대자루의 3분의 2가 넘는 병을 가져갔는데도 소주 한 병 값도 못 건졌다.

소주병 팔아서 소주 사 먹으려고 했는데 ㅠㅠ  앞으로 더 분발해서 마셔야 하나? ㅋㅋㅋ









공병 팔아서 소주 한 병도 못 샀지만 시내에 나가니 여러 종류의 소주가 있어 사 왔다. 잎새주(전라남도 보해양조), 독도(경상북도 금복주), 한라산 올래(제주도), 아홉시반(전라남도 보해양조).   우리동네에는 주로 좋은데이나 화이트(경상남도 무학)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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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6/04/09 23:39

    가끔 있는 일이겠지만 때로 도시적(?) 문명이 필요한 때 시골살이가 좀 아쉬울 수 있겠네요. 비지니스 하는 분들의 태도가 참... 배가 너무 부르면 일을 접든가... ㅎㅎ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하셨으니 이 다음부터는 먼저 인터넷에서 알아보시는 게 순서일 것도 같아요. 이런 일 경우 그래픽 공부하는 책임감 있는 대학생을 찾아 일감을 맡겼다면 오히려 쌍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받으신 글씨는 배접을 잘 해서 액자를 하셔야할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했던 인사동 액자집 정보 찾아 볼까요? ^^

    • 제비 2016/04/10 14:25

      다시 인쇄된 것 찾으로 세번째 갔더니 인쇄소 문이 닫혔더라구요. 전화하니 일이 있어서 못나간대요..
      그럼 미리 연락을 하셔야죠..한 시간 넘게 걸려 왔는데..했더니 그냥 깜빡했대요..그러고는 끝!
      용가리랑 나랑 참 가지가지 한다..그랬어요 ㅎㅎ
      인사동 정보 알려 주시면 서울 갈 때 맡겨보지요^^

    • 제비 2016/04/17 15:28

      쪽지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 알퐁 2016/04/17 06:45

    아휴 글씨가 정말 참하네요!!!
    저 글씨체 컴 글씨체로 있으면 정말 좋겠당!!!
    그리고 새로운 일?놀이?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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