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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마음 2016/03/19

by jebi1009 2018. 12. 27.



실상사에서 산책(?)나오신 스님이 간청재에 들르셨다.

실상사에서 간청재까지는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걸리는 거리...둘레길 3코스 한 구간 좀 안 되는 거리다.

스님에게는 산책일지 모르나 우리는 엄청 마음 먹고 물병 준비하고 날 잡아 나서야 할 거리다. ㅎㅎ

산뜻한 차림으로 간청재까지 걸어오신 스님과 간청재에 잠시 앉았다 함께 읍내 나가 짜장면 한 그릇 씩 때리고

실상사에 모셔다 드리면서 극락전에 들러 잠시 차를 나누었다.

짜장면 먹은 후 스님이 내어 주신 차는 어찌 그리 향이 좋고 맛나는지....


스님이 한지로 엮은 책 두 권을 보여 주신다.

누군가 극락전 부처님 전에 바치고 간 것이라 했다.

결이 고운 한지를 직접 엮어 책을 만들고 경전을 옮겨 적은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경전 여러 부분을 적은 것들이라 하신다.

나야 까막눈이라 경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지만 또박또박 적은 글씨에서 전해지는 그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부처님 전에 바친 그 마음을 스님이 읽어 보셨는데 경전에 대해 잘 아는 분 같다 하셨다.

필사하신 이 분은 한문을 적고 그 밑에 한글로 번역된 것을 적었는데

그 한글 번역을 읽어 보면 한문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산스크리트어를 직역한 것 같다 하셨다.

한문을 번역하면 이런 구절은 나오기 힘들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분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시기도....







쓰다가 틀린 곳은 다시 종이를 덧붙여 쓰거나 수정액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미타경..이라 하신다. 나는 완전 까막눈이다.

한자 밑에 쓴 한글 번역은 한문문장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하셨다. 산스크리트어를 직역한 것 같다 하셨다.


스님이 번역하신 아미타경



스님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한 대 맞은 것 같구나..

너 번역 똑바로 해라...다 지켜 보고 있다...이러시는 것 같다...'


정말 평생 경전 번역과 경전 공부를 하신 분이 그냥 보면 줄줄 다 아실 터인데

행여 교만한 마음 들까봐 스스로 경계하시는 것일까...


부처님 전에 바친 아름다운 마음과 그 마음을 읽으시고 스스로의 경계로 삼으시는 스님의 마음...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향이 스며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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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6/03/21 10:01

    대개는 도보 두세 시간 거리를 산책이라 하지는 않지요. ㅎㅎ 사랑하는 분들이 '거주'하시는 곳이니, 그 거리를 가벼이 걸어오신 거겠지요. 부처님께 한 대 맞은 것 같다하시니, 저도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처처에 스승 아닌 것이 없는 법인데, 제가 참 어영부영 느슨하게 산다 싶어 반성도 하게 되고요.

    책 이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 수준에 어려운 책인 것 같지만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 제비 2016/03/21 20:53

      역시 왈리님과 저는 유전자가 다른가봐요 ㅎㅎ
      저는 느슨하게 산다는 생각이나 반성 모드 같은 것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냥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있구나...끝! ㅎㅎㅎ
      왈리님은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쪽
      나는 아님 말고 인생 별 것 있냐..쪽 ㅋ

    • WallytheCat 2016/03/22 06:36

      제가 반성은 바로바로 잘 합니다. 천성이 게을러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실천이 좀 부족해서 문제지요. ㅍㅎㅎ

  2. 너도바람 2016/03/21 21:18

    이 책 저 책 뭐 읽을까 고민하지 말고 불설아마타경 소초, 다시 도전...
    잊고 있다 다시 봐야지 했는데 제목이 뭔가도 생각이 안 나드라고.

    • 제비 2016/03/23 17:56

      도전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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