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딸아이가 남겨 놓고 간 흔적이다.
참 별일이다.
딸아이는 기숙사로, 우리는 간청재로 각자 헤어질 때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딸아이가 간청재에 온다고 하여도 그저 그랬는데,
왔다가 가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다.....
괜시리 조금 울적했다...힝~
이런 마음도 이제 차차 익숙해지겠지...
역시 우리 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서울 10시 30분 차를 예매했다고....그래서 3시 쯤 스님께 인사 드리러 간다고 연락을 드렸었다.
그. 러. 나. 10시 30분차를 놓쳤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그저 꼼지락대다가....그저 시간 개념이 부족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동서울까지 30분 걸린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40분으로 잡고
도착해서 차표 출력하고 승차장 찾아가고 하려면 1시간은 잡아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35분에 도착해서 차를 놓쳤단다....다음 차는 1시 30분...
1시 30분 차를 타고 온다는 연락이 왔다.
뚜껑이 확 열렸다. 미친듯이 퍼부었다. 그리고 확 전화를 끊었다.
이번 일은 자신도 할 말이 없던지라 굽신모드~
조금이라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면 치고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그저 잘못했단다.
보고 싶던 마음도 싹 가시고 속이 부글부글...
열린 뚜껑이 조금 닫히려고 할 때 예매했던 표는 어찌 환불 받았는지 물었다.
차를 놓쳐도 규정에 따라 환불 받을 수 있으니 창구에 가서 물어보라 했다.
게다가 출력도 하지 않은 표 아닌가...
드디어 버스를 탔다는 전화가 왔다. 표 환불은? 했더니.........
창구에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물어보기를 포기했단다. 헉!
다시 닫히려던 뚜껑이 확 열렸다.
너 돈이 남아 도냐? 어쩌구 저쩌구....땅을 파봐라....니가 없어 봐야....어쩌구 저쩌구...
그리하여 내 뚜껑이 다 닫히기 전에 딸아이는 도착했다.
용가리는 그저 좋아 헤벌쭉...
삼겹살도 구워주고 소세지도 구워줘야 한다고 당부하고 내려온 딸을 위해
삼겹살도 사고 마천석 올려 불을 피웠다.
뒤끝 남아 툴툴거리는 나에게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랑 나는 너무 애틋하면 안 돼...그래서 그런거야...정말 매력적인 관계 아니야? ㅎㅎ
간청재로 이사오기 전 날 기숙사로 들어가던 딸아이가 생각난다.
마지막 남은 작은 짐을 가지고 식구 모두 기숙사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 함께 지낼 날은 없겠지....
기숙사 문 앞에서 멋지게 안아주고 들여보내주고 싶었다.
그. 러. 나. 역시 우리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집에서 출발 후 기숙사에 거의 다 와 가는데 휴대폰을 안 가져왔단다.
다른 짐이면 나중에 보내줄 수도 있지만 휴대폰은.....
딸아이 어릴 때 이야기하고 어린이집 처음 보냈을 때 이야기하며 애틋했던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나는 또 뚜껑이 열렸다.
딸아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지라 굽신모드~
다시 집으로 턴하고 기숙사에는 그냥 지하철을 타고 혼자 가겠다고....
그러면서 혼자 궁시렁거렸다.
'역시 보통 때처럼 차에 타면 그냥 휴대폰이나 보면서 각자 하던 일 하면 되는데
어릴 때 이야기하고 괜히 애틋한 듯 서로 이야기하니까 내가 휴대폰 없는지도 몰랐잖아....'
그래 니 똥 굵다.
그래도 왔다 가니 마음이 허하다....이런 느낌 처음일세...
용가리 보고는 몸은 마르고 얼굴은 까맣게 탔다고 나더러 아빠 썬크림 좀 발라 주란다...
나이 50 넘은 사람 지 얼굴 지가 알아서 하는거지 내가 왜?
딸아이 가고 나니 썬크림 열심히 바른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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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마이 놓쳐봐서 알지. 지금도 환불될걸. 출발전, 출발후 퍼센트가 다를 뿐. 너무 지나 몇일 이내인지는 모르겠네. 버스 놓쳐본지 넘 오래돼서.
버스 놓쳐본 사람끼리 통하나봐요 ㅎㅎ
엄마는 뚜껑이 열렸음에도 따님이 쿨 하구먼요. 너무나 애틋한 사이이면 서로 그리워 마음에 병이라도 날까를 미리 걱정하여 적당히 사고를 쳐주는 센스! 어쨌거나 그리하여 결국은 상봉에 성공하였음을 축하 드려요~!
하여간 쫌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고 하면 꼭 뚜껑이 열리게 해요...그것도 남다른 재주 ㅎㅎㅎ
따님 시집 보내시면 큰일 나시겠습니다..... 그 시간이 오는날 너무 많이 울~~적 하시면 뱅기타고 일루 오셔요 제가 위로 해드릴께요 ㅎㅎ ^^
마음은 제비님 편인데...... 그래도 와준 것이 어딥니까 ㅎㅎ 쏴리~~영(young)~~~함을 유지하고픈 저는 따님편 들렵니다 ㅎㅎ
오~ 시집 가는 것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
사위가 나랑 맘이 맞으면 엄청 신날 것 같구....아니어도 뭐 지들이 알아서 하는거니까 상관 없구..
누가 압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