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끝나시고 어떻게 지내시나..한 번 찾아뵙기도 해야했고,
카톡에서 스님이 한 번 찾아오라 메세지 남겼는데 그냥 답을 안 했다는 오빠가
갈 때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있고....
창원마을 심어 놓은 불쌍한 우리 나무들도 봐야했고..
겸사겸사 주말 길을 나섰다.
함양터미널에서 오빠를 픽업하고 수월암으로...
대문 앞에서 인사하며 마루를 올라서니 큰절을 올리겠단다.
스님은 들어와서 하라고 해도 툇마루에서 절을 올리겠단다.
30년 만에 해후....
나와 똑같이 고등학교 시절에 뵙고 처음이다.
결혼하고 아빠, 엄마, 새언니랑 인사하러 왔다가 계시지 않아 이바지 음식만
약수암에 놓고 왔었다.
그리고 아들 둘을 낳고 아이들을 데리고 내복을 사서 왔었지만 스님이 급한 볼 일이 있어
또 뵙지 못했었다.
수월암은 여전히 아련했고 스님이 잘 묻어둔 파초는 곧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아름다운 빗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점심때가 지나 일출식당으로 식사하러 갔다.
여전히 맛있는 일출식당
우리가 먹는 식사는 그 식당 메뉴에는 없다.
이 식사 이름이 뭐지? 스님도 몰라..그냥 주는 대로 먹는다.
마음 좋은 식당 내외의 건실한 아들이 식사를 날라온다.
스님이 물으신다.
이거 이름이 뭐냐?
몰라요..엄마가 주는대로 내 오는 거예요..
맛갈스러운 반찬들과 탄성을 지르게 하는 국물을 자랑하는 버섯국과 짜지 않게 지져놓은 묵은지,
이번에는 두부조림이 새로웠다.
들개와 콩가루가 들어간 것같은 아주 담백하고 감칠맛나는...
김에 묵은지를 싸 먹고 반주도 곁들여 맛나게 먹었다.
스님과 밥을 먹으면 어떤 밑반찬도 더 달라는 말을 못한다.
접시가 모두 비어도...
맛나는 나물이 있어도 한 접시 청하지 못한다..
주는대로 먹어라...이거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있는거나 다 먹어라..
전에 모르고 들깨칼국수 먹다가 겉절이 마니아인 내가 겉절이 더 달라고 했다가 엄청 구박 받았다 ㅎㅎ
날씨는 4월 날씨처럼 따뜻했다.
마침 고로쇠 축제가 있다고 일출식당 아저씨도 거기 가셨다 했다.
마을 사람들이 스님에게도 꼭 축제 가셔서 고로쇠도 받고 식사도 하라고 했단다..
스님 팬들이 많아 경품권도 스님에게는 엄청 많이 준다고..당첨 확률 확 올라간다 ㅋㅋ
하지만, 축제의 경품당첨은 나름의 비리가 있는것.
사회자만 번호를 보기 때문에 사실 가지고 나간 사람이 그 번호를 진짜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즉, 앞자리 땡볕에서 자리 뜨지 않고 열심히 박수친 사람이 나오면 당첨되고
나무그늘에서 시원하게 왔다갔다한 사람은 번호 들고 나가도 안 준단다...ㅋㅋㅋ 믿거나 말거나...
고로쇠도 한 병 얻고 실실 돌아다닌느데
갑자기 오빠는 좌판에 파는 엿을 보더니 엿을 산단다.(이 엿이 나중에 재앙이 되었다 ㅠㅠ)
정견스님은 대만에 가셔서 합양시내에서 사 간 던킨 도너스를 맛보지 못하셨다.
정견스님 댁의 다리 다친 흰둥이는 쑥 자라 있었다.
어찌나 짖어대는지 평소 개와 친하지 않은 나는 마당으로 들어서기도 무서웠다.
스님이 말씀하신다.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정말 오히려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흰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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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그 밤 파초잎에 떨어지던 빗소리와 윈드차임 소리는 아직도 가슴을 울리곤 하는데...
안개 속의 약수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