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와 계약하고 토요일 착공식을 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표준 계약서! 갑과 을로 명시되는데 역쉬 갑이 되게 좋게 되어 있다.ㅎㅎ
서명하고 사인하는데 멍충하게 나는 거기서 ‘누가 갑이죠?’이랬다.
용가리는 언제 우리가 ‘갑’해보겠냐며 감격스러워하며 서명했다.
하루에 억단위 돈을 썼다. ㅠㅠ
설계사무소에서 시공해 주실 분과 설계해 주신 분들과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 나누고 계약서 쓰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했다. 아니 한 병...
같이 살 배우자 만나게 해 준 사람과 집 지어준 사람은 평생 은인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분들께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겠다 했다.
시공사 사장님은 ‘집을 잘 이어야....’수줍게 말씀하신다.
처음 예상했던 비용에서 예상치 못한 금액들이 자꾸 자꾸 불어나서 좀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서 너무 돈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집이 코딱지만 해도 들 돈은 다 든다.
창고 짓고, 지하수 관정 파고, 집 뒤 토목 공사 다시 손보고, 감리비에 세금까지...
몇천만원이 추가되었다.ㅠㅠ
역시 설계자와 시공자는 보는 눈이 다르다.
현장에 다녀오셨다 하시며 일단 집 뒤에 있는 토목공사가 잘못되어서 기초 들어가기 전에 손을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다 했다. 돌을 치우고 물 빼는 배수로 만들고 정화조 관은 길 건너로 빼야하니 길을 부수고 다시 메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문제 없다고..
우리는 맨날 가서 봐도 그 곳에 물웅덩이가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설계자 분들도 마찬가지..보는 눈이 다르다.
대충 집만 지어주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문제없이 만드려고 하시는 것 같아 믿음직스러웠다.
기름보일러로 바꾸면서 약간의 돈이 절약되어 없애버렸던 야외 샤워장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다.
신발장이 없어서 다시 도면 들여다보며 낑낑대는데 워낙 공간이 없어 고민...
그러자 시공하시는 분이 이런 정도 공간은 골조 올라가면 다 보이니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옆에서는 노소장님이 ‘그냥 공짜로 해 주셔야 해요...’ 하신다.
임소장님과 노소장님은 자신들의 직업이 참 만족스럽다 했다.
보통 ‘사’자 들어가는 직업들 중에서 고객들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들은 그렇지 않아서 좋단다.
의사는 아픈 사람, 검사 변호사 판사들은 죄인이나 억울해서 징징거리는 사람들을 봐야 하지만 자신들은 꿈에 부푼 사람들만 보니 이것이 웬 복이냐고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조건에 맞추어 그 꿈을 깨지 않으려 한단다.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보며 먼저 돈으로 접근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단다.
‘우리들이야 이런 일 수십 개의 작업 중에 하나지만 그것을 의뢰하신 분들은 평생 한 번 하는 일이잖아요...’
그날도 임소장님은 유리문 하나가 다른 것이 시공되어 결국 천삼백만원(히야~)을 손해보며 바꾸기로 했단다.
‘물론 그 유리문이 하자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건축주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어요..직원이 체크하지 못한 것을 탓할 수도 없고..사실 건축주 분을 설득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은 그냥 내가 감당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어요. 그 집에서 사시면서 그 유리문을 볼 때마다 마음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이게 아닌데..하면서..’
이 대목에서 임소장님을 위해서 다같이 건배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유시민을 무지 싫어한다는 것이다. ㅠㅠ
콕 찝어서 정치적 견해를 밝힌 적은 없지만 당근 이쪽이기는 하나 약간 뭐랄까...
왠지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를 지지했을 것 같은 느낌?
노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우선이다..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유시민 책을 이야기하는데,
‘혹시 유시민 좋아하세요?’ 그랬더니 너무 싫어한단다..오매..
용가리가 ‘얘는 유시민 왕팬인데...’ 한다.
뭐 그래도 할 말은 했다..그리고 노는 게 우선이라는 것에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자식에게 돈 많이 쓰지 말자는 것에도 공감하고...
그분들은 일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단다.
내가 그분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계약 관계에 의해서 만났지만 항상 만나러 가면서 즐거웠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게다가 시공하시는 분도 믿음이 가니 우리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헤어지며
‘맨날 우리가 얻어먹어서 어떻게 하죠? 저희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했더니,
‘우리 동네 오셨으니 내가 사야지요..’
‘그럼 삼성동 쪽에서 한 번 뵙지요..’ 했더니,
그때는 나이순으로 사는 것이란다.
‘항상 형이 사는 것이랍니다..’ 하신다.
토요일 12시 착공식에서 뵙자 하고 모두 헤어졌다.
엊그제 너도님이랑 둔촌시장 가서 떡과 편육 주문하고 북어에 무명실, 하얀 종이까지 다 샀다.
너도님이 고사상 차려주신다고 고사상 시루떡과 편육, 북어에 무명실 하얀 종이까지 다 사주셨다.
나는 염치도 없이 낼름 받았다. 감사감사...
나는 이런 사람 많이 모이고 음식 같은 거 준비하는 거 정말 무섭다.
나는 딱 5명 이내의 모임은 잘(이 아니고 그냥) 할 수 있지만 큰 것은 못한다.
근데 너도님은 대형 행사 전문!
내가 어쩌지 어쩌지..하니까 이건 이러면 되고 이건 떡집 가서 다 하면 되고..
전화 돌려서 잘 하는 곳 딱딱 접수하시고..우와~~~ 감사감사..
토요일 신고식 잘 해서 지리산 할머니가 이쁘게 봐주셨음 좋겠다.
앞으로 그곳에서 시끄럽게 굴더라도 다 웃으시며 보듬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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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축하합니다.
드, 드디어 계약을 하셨네요.
고사도 지내신다니,
가까이 있으면 고사떡 얻어먹으러 갔을 텐데...
저도 언젠가 지리산에 갈 날이 오겠지요?
고사떡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텐데요 ㅎㅎ
꼭 우리집 짓는것 같당게요. 설님이랑 같이 상 차린거야요.
여러가지 신경써 주시고 먼 곳까지 함께 하시고 두분 너무 감사드려요^^
저도 제비님께서 창원마을에 지으시는 집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어쩌면 제비님 몰래 밤에 들러 공정 체크할지도 모르니
단디 지으세욤.
단디 지어야 할텐데요 ㅎㅎ
제비님 집 완공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이 여럿 계신가 봅니다. ㅎ...음풍농월 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자리 같아요. 무탈하게 잘 끝나서 그분들과 집들이 하시는 사진이 걸리는 날을 기대할께요. 첫 삽 뜨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저 곳에서 남은 인생 뒹굴뒹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감사합니다^^
와우 축하 축하!!!
집을 짓겠다 마음먹고 거의 일년이 다되어 가는 듯하네요.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겠지요.
지리산 고사에 함께 못해서 아쉽고... 미안해요.ㅠㅠ
나무님께도 지리산 정기와 고사떡 보낼게요..고사떡은 말로만 ㅎㅎ 시간 되고 컨디션 좋으시면 한 번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