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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머리카락이나 금이빨 팔아요... 2013/03/14

by jebi1009 2018. 12. 25.


금니 팔아 받은 금쪽같은 내 돈

금은방 가서 금니 팔아본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근데 나는 팔아봤다. 바로 월욜에...
이 엄청난(?)경험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지리산 고로쇠 축제 마당에서 오빠가 산 '엿' 때문이었다.
한눈에 봐도 싸구려 엿처럼 생겼고만 굳이 사겠다고 했다.
나는 엿을 무척 좋아한다. 엿, 곶감, 고구마 말린 것..요런 간식거리를 좋아해서 잘 먹는다.
특히 파삭파삭한 쌀엿...그런 쌀엿은 이에 잘 붙지도 않는다.
지리산 이사가면 엿 만들기에도 한번 도전해 볼 것이다.
정말 엿을 고아서 계속 주무르면 하얗게 되는지..

어쨌든, 엿 좀 먹어본 내가 보기에 엿이 별로였다.
그래도 저녁에 이야기 나누면서 몇개 집어먹었다.
아니나 다를까...고소하지도 않고 쩍쩍 달라붙고 엄청 달기만 하다...
열심히 씹고 있는데 엿에 뭐가 있다..
에이..뭐야..이러는데 또 뭐가 걸린다...
꺼내 봤더니 어금니에 씌워 놓은 금니였다!
이런 이런 이런....
거기서 호들갑 떨 수도 없고 해서 고이 싸서 가져왔다.
모양은 멀쩡한 것 같은데 다시 끼워지지 않는 것을 보니 좀 우그러졌나부다.

이를 해야 했기에 다음날 치과에 가져갔다.
의사샘이 보더니 쓸 수 없겠단다...
- 그럼 녹여서라도 쓸 수 없나요?
- 그렇게 하면 재료비를 조금 아낄 수는 있지만 이것은 우리 병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서
  어떤 성분이 첨가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같이 쓸 수가 없어요..
- 그럼 이 아까운 것을 버리나요? 그래도 금인데..
- 금방에 가서 파세요..많이는 못 받아도 조금이라도..허허허...

아이구 아까워라...
- 오빠가 엿만 사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돼.
서울 올라오는 차 안에서 내가 투덜겨렸더니 용가리가,
- 그건 억지다..너 그날 엿 먹는 거 보니까 아주 이빨이 빠져라고 씹더라..
  내 저러고도 안 빠지면 이상하지..그랬다니까
- 그럼 입에 넣은 엿을 씹어먹지 어떻게 먹냐?
- 나는 딱 하나 먹었더니 이거 보통 엿이 아니구나..하는 삘이 와서 앞니로 굴려가며 살살 녹여먹었지
  나도 땜한거 씌운거 빠지겠더라구..니가 미련하게 온 얼굴에 힘줘서 마구 씹어먹어서 그렇게 된거지
  오빠 핑계를 대냐?
- 아냐 아냐 그래도 오빠가 그 싸구려엿만 사지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거야
  더 얄미운건 그 엿 자기는 하나도 안 먹었다구..

어쨌든 이는 해야겠으니 충치치료와 본을 떠야했다.
치과 의자에 요가의 사바아사나 자세로 누웠다(그냥 힘 빼고 누웠다는 뜻이다)
얼굴에 구멍 뚫린 헝겊 덮고 약 두시간을 입 벌리고 고생 쫌 했다.
마지막 정리하느라 헝겊 걷고 내 입을 들여다 보는데,
갑자기 의사샘 눈이 보고 싶은거다..
의사샘은 내 입 속을 눈에 광선 뿜으며 들여다 보고 그 밑에서 나는 의사샘 눈 들여다 보고..재밌을 것 같았다.
순간 계속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의사샘 눈을 응시....
1초 응시하기도 어려웠다. 그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보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의사샘도 흠칫 하시는 것 같아 얼른 눈을 내리깔고 감았다...
내가 완전 강적이라 한 3초 응시했으면 의사샘이 나 미쳤는 줄 알았을 거다 ㅎㅎㅎㅎ

집에 오는 길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상가 금은방에 갔다.
'금 고가에 매입합니다'
문에 이렇게 써 있길래 얼른 들어갔다.
금은방은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하시는 것 같았다.
- 저...여기..금니도...
순간 머릿속에는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옛날 어렸을 적 '금이빨이나 머리카락 팔아요~~'하는 소리부터
유태인이 가스실에 들어가면 거기서 금니만 골라 내서 가져가는 간수이야기까지...
- 그럼 다 받아요. 어디...
할아버지가 받아 들고는 감정 비슷한 거 하시고 무게 재고 계산기 두드리더니
- 만오천칠백원
이러신다..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혹시 십오만칠천원 아니야? 요새 금도 비싸다던데...
- 네? 고거밖에 안 돼요?
- 허허허...이거는 10케이야..자 보세요..24케이가 순금이고..어쩌고..
이러시면서 금 순도에 대해 일장 설명을 하신다
- 옛날에는 금니 팔아서 뭐 했다던데 하지도 못했겠네요..
- 양이 많은면 할 수 있었겠지..요거는 한돈이 뭐야 반돈도 안 되는데..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300원 더 보태서 거금 만육천원을 주셨다.
- 감사합니다.

아..새로 해야 할 이는 육십오만원인데 팔아버린 이는 만육천원..
도대체 몇 배냐...
금니 판 돈으로 뭐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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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뮤즈 2013/03/14 20:44

    ㅎㅎ 울 남편것 찾아 봐야지...
    지댈로 엿드셨군요...나쁜 오라버니... ^^

    • 제비 2013/03/18 19:05

      진짜 엿같이 엿먹었어요 ㅎㅎ

  2. chippy 2013/03/14 22:03

    완전 '엿 먹은' 경우...ㅋ. 아주 아주 비싼 엿을 드셨습니다. ^^

    • 제비 2013/03/18 19:06

      용가리가 너는 참 비용이 많이 든다..이랬어요

  3. 너도바람 2013/03/15 10:13

    1. 내가 엿을 좀 먹어봤는데(신도안은 엿으로 유명한 동네임, 가마솥에 엿고는 동네풍경) 정말 누런 갱엿 죽죽 늘이키면 흰색으로 변함. 엿보다 더 맛있는 것은 엿깡개(엿누룽지)
    2. 나도 자주 치과에서 눈을 번쩍 뜨고싶은 순간들이 있었으나, 제비의 간접경험을 내 경험으로...
    3. 금니 팔았으니, 머리도 잘라 팔면 초가집 한채는 지을듯... 찰랑거리는 그 머리 영정조 시대로 가면 초가집 한채값에 맘먹을 가채 분량이 될듯...

    • 제비 2013/03/18 19:06

      앗! 엿누룽지? 급 땡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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