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 설님에게 문자가 왔다.
'지리산 가서 살 때 어린이집 원장 자격증이 필요할까?'
웬 어린이집?
물어보니,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고 10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어린이집 원장 자격증이 나온단다.
근데 법이 바뀌어서 올해까지만 가능하단다.
사람이 어찌 될 지 모르니 일단 그냥 준다는 것은 받아 놓는 것이 상책.
설님은 주변에서 신청하는 것을 보고 백수인 내가 생각나서 문자를 날려 주신 것...
이런 저런 일에서 생각해 주니 항상 고맙다..
일단 설님이 갈켜주신 사이트로 들어가 알아보니 2급정교사 자격증과 경력증명서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처리되니 문제 없지만 2급정교사 자격증이 문제다..
졸업할 때 받은 것인데 그것을 어디서 찾는담? 어디다 쳐박아 놨는지....
마구 뒤져 보아도 도통 찾을길이 없다..포기하려는 순간 잡동사니 뒤엉켜 있는 상자 속에서 종이봉투가 나온다.
봉투 겉면에는 '잘 간직해라' 라고 쓴 엄마의 글씨가 보인다.
언제 엄마가 이런 것을 줬지? 결혼 할 때 줬나보다..근데 어쩜 지금 보게 되다니...
그 봉투 안에 초등부터 대학시절 성적표를 포함 상장, 임명장, 졸업장, 자격증 등등이 들어있다.
건강기록부까지...나 초등학교 1학년 때 몸무게가 17킬로그램이다 ㅎㅎ
내 학교 생활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엄마 덕에 자격증을 찾아 신청했다.
자격증 찾아 집안을 뒤엎은 날 소포를 하나 받았다.
작년 8월 명퇴를 했으니 명퇴한 사람들에게 주는 표창장이 온 것이다.
뭐 잘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다 주는 것이다..
앗! 교감이네..명퇴하면 1계급 특진이다 ㅎㅎㅎ
무지 후지게 생긴 손목시계가 기념품이라고 왔는데 참..안목하고는...저걸 어디다 쓰라고..
차라리 밥 잘 먹고 살라고 수저세트 하나를 주는 것이 낫겠다.
나도 몰랐는데 처음 발령 받을 때 임명장을 받았었나보다.
시험 합격하고 몇주간 연수 받고 연수 끝나고 교육청으로 가서 받은것 같다.
표창장이라고 온 것이랑 놓고 보니 내 직장생활의 처음과 끝이다.
옛날 생각도 나고...긴 것도 같고 짧은 것도 같은 20년이다.
한번도 설렘이 없는 나날이었다...설렘이 없는 선택이었으니 절반의 실패를 안고 시작한 것이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어찌됐든 내가 선택한 것이니 그래도 막 살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내 길로 만들어 보려고도 했다.
그렇게 주변의 시선에, 평가에 나를 맞추어 괜찮은 그림 그리면서 살아 보려고 했다.
그림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20년을 끌어왔다..
이제라도 설렘을 찾아가려 하니 그리 늦지는 않았겠지...
미황사에 갔을 때 너도님이 자재행에게 내가 그만두었다는 말을 하자,
지체없이 자재행은 환하게 웃으며 '정말 잘 하셨어요'했다.
꼭 그 말이 내가 무슨 상을 받았다던가, 아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 참 잘 했다는 말처럼 들렸다.
사실 내 퇴직 소식에 그런 반응은 별로 없었다.
아깝게 그 직장을 왜...미쳤다..배가 부르다..등등
반짝이 운동화를 샀다.
아동화 코너에서 세일하고 있길래 가서 봤더니 예쁜 운동화들이 많았다.
아동화도 230-235정도까지 나오기 때문에 신을만하다. 값도 싸고..
아동복도 잘 사입는다. 옷감도 좋고 저렴해서..근데 단점은 아동복은 주머니가 너무 작다.
2만5천원 주고 샀다. 옆에 3만5천원짜리가 맘에 들었는데 그 신발은 걸을 때마다 불이 번쩍번쩍...
차마 불들어오는 운동화를 신을 수는 없었다 ㅋㅋ
반짝이 운동화 신고 설레면서 살려고 한다.
몸을 쓰는 일을 하면서 가끔은 반짝이 운동화 신고 봄바람도 쐬고...
놀고 일하고사랑하고 연대하며 살거다. '놀고'가 제일 앞에, '일' 앞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며 통음대쾌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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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짝이 운동화 저도 하나 사야겠네요.
캔버스화 찍찍 끌고 다녔더니 딸래미가 '넘 없어 보인다'고 놀립디다.
하긴 빵꾸가 날 지경인걸요. 아까비....
봄맞이 신발 하나 개비하셔요^^
급이 다르네, 교감님...
집 홀랑 뒤집어 나도 87년 9월 12일 강남교육장으로부터 받은 발령장 아까 찾았지.
95년 1정과 성적표도 있고.. 손으로 쓴 50만원짜리 봉급 명세서도 있고...
결정적으로 2정만 없네.ㅠㅠ
아~~이제는 평교사급이랑은 말 섞지 말아야쥐~~(거들먹 거들먹) ㅎㅎ
맨날 같이 놀아서 그렇지 그러고 보니 너도님은 나 고딩 때 선생 발령 받으셨네용..
이거 개기면 안되는 갭인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까 봐주셔요~
아동복과 아동화가 맞는 사이즈가 있다니...헐...ㅎ...전 초등학교 때부터 아동복과 아동화에 사이즈가 없었거든요. 제 딸도 역시나...저 보다도 발이 더 길어요. 반짝이 운동화 예쁘네요. 살짝 보이는 나풀거리는 치마랑 예쁘게 어울릴 듯요.
놀고 일하고, 몸을 움직여 즐겁게 사는 일, 바라는 대로 이루시길요. ^^
요새 아그덜이 한 덩치 하잖아요..
큰 사이즈는 어른들이 입을만 하게 나와요 ㅎㅎ
chippy님도 설레는 하루하루되시기를 바랄게요^^
잘 지내시죠.
블로그 개설 소식은 들었는데, 깜박하고 이제야 들어 옵니다.
불 들어오는 운동화를 신은 제비님 모습을 살짝 생각해 보곤
혼자 웃습니다. 죄송.^^
근데, 통음 뒤에 대쾌라.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간판을 그리 정하셨는지?
제비님 글이 재밌어 하던 일 팽개치고 푹 빠져 읽기는 간만에 처음입니다.
또한 댓글을 달고 밑에다 이렇게 또 다는 것도 처음이네요.
아마 이 댓글을 저 끝에 달았으면, 제비님이 안읽으실 것 같아
댓글을 이렇게 이어서 달아 보내요.
암튼 말씀이 재밌고 또 반가워서 다시 인사하고 갑니다. 덕분에
내 입속에 있는 수많은 금딱지가 다 합쳐도 십만원이 안된다는 슬픈 사실을
알았습니다.^^
앗! 반갑습니다..잘 지내시죠..
그래도 입 속에 있는 금딱지들 잘 간직하셔요..저처럼 홀랑홀랑 빼 먹지 마시고요 ㅎㅎ
전시회에서 김후신의 [통음대쾌]그림을 보는 순간, 친구들(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몰려가는 젊은이의 표정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 술은 이렇게 먹어야지..바로 이거야..음하하하
그래서 그다음부터 우리집 가훈이 통음대쾌가 되었답니다 ㅋㅋ
안녕하세요?
저는 제비님이 멋있는 남자분이라고...
반짝이 운동화 저도 사고 싶어요.
235면 나도 신을 수 있거든요.
어디서 구입을 하셨는지요?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근데 어쩌죠...저 운동화는 백화점 가판대에서 산 것이라 반짝 팔고 없어진 것 같은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