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전을 부쳤다.
특별한 날이거나 별식으로 먹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것도 아니다.
그냥 밥이 모자라서 그랬다.
저녁을 먹으려고 하니 밥이 달랑 두 그릇 정도...
나는 원래 밥을 잘 안 먹지만 마침 오후의 군것질이 약해서 배도 고픈데다가
포만감 있게 채울 반찬도 없었다.
그렇다고 밥을 다시 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냉장고를 뒤적거리니 매생이 얼려 놓은 것이 한 덩이 나왔다.
그래. 요거 부쳐먹자..
딱 두장만 부치려고 했는데 얼린 매생이를 나눌 수가 없어서 한 덩이를 다 부쳤다 ㅠㅠ
부치면서 목이 말라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나는 이상하게 가스렌지에 불만 켜면 목이 마르고 맥주 생각이 난다..왜그러지?
밥상 차려 먹으며 그랬다.
식구들 밥 주느라 난 밥이 없어 못 먹는다..이 얼마나 갸륵한 희생정신이냐..
그리고 너희들을 위해 내 특별히 매생이전도 부쳤다. 감사히 알고 먹을 것..
반응은,
헐...니가 언제 밥 먹었냐?
엄마 원래 밥 안 좋아하잖아, 그리고 이것도 엄마 먹으려고 한거잖아.
뭐 어쨌든, 밥 없으면 술이라도...어차피 맥주도 곡물을 발효시킨 것이니 그게 그거지 뭐..
아..밥이 없어 술을 먹는 이 신세 ㅎㅎㅎ
나는 원래 밥을 안 좋아한다.
밥 보다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이런거 좋아한다. 그리고 군것질 킬러다.
근데 용가리는 밥을 무지 좋아한다.
갓 지은 쌀밥만 있으면 한 대접을 먹는다.
게다가 계란찜이라도 해 주면 입이 벌어진다.
용가리가 그런다.
- 나는 진짜 쌀만 먹는다 쌀만...
근데 너는 딸기 먹어 블루베리 먹어 고구마 감자 먹어 그거 다 쌀 보다 비싸잖아.
게다가 술도 나는 천팔십원짜리 소주만 먹는데 너는 꼭 와인 먹더라..그것도 따면 꼭 한 병...
물도 탄산수 먹지..난 그냥 맹물만 먹는다..
내가 그랬다.
- 억울하면 너도 먹어라.
지리산 가면 내가 다 심어 먹을거다. 감자 옥수수 딸기도 심어 먹고
넌 쌀 심어 먹어라.
그리고 술도 담가 먹을 건데 넌 안 주고 나 혼자 다 먹을거다.
집에서 놀면서 막걸리 담그는 것도 배워서 찹쌀로 두어번 담가먹었다.
근데 찹쌀과 누룩만 가지고 담그는 것이라 발효 기간이 길어 아파트에서는 좀 힘들었다.
온도 유지가 잘 안 되어서...그래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첫번째는 대 성공이었다.
다음에는 효모를 넣어서 3-4일 걸리는 막걸리를 해 봤는데 역시 전통 방식이 훨 맛나다..
효모를 넣지 않은 전통 막걸리는 알콜 도수도 약 17도 정도 나온다...단 맛도 좋고..
효모를 넣는 것은 인공 감미료를 조금 넣어야 한다.
이런 훌륭한 마누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술도 직접 빚어줘..게다가 밥상은 잘 못차려도 술상차리기에는 달인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술상은 뚝딱 5분 만에 만든다 ㅎㅎㅎ
우리 딸이 초딩저학년 때(2,3학년쯤?) 내 생일날 선물로 준 것이다.
앞면에는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주고 (내가 좋아하는 생선과 찌개)
뒷면에는 이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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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실력과 표현력이 대단한 따님을 두셨네요. ㅎ...전 밥이 좋아요. 감자나 고구마나 어쩌다 한 두개지, 그걸로 끼니를 때운다는 것은 못할 일입니다. ^^
매생이 전은 어떤 맛일까...한국식품점에서 얼린 매생이를 팔던데요, 너무 비싸서...딱히 꼭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 시도를 안 했지요. 몇 년전에 한국서 먹어본 매생이 죽은 보기엔 거시기 하던데 아주 고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상도에선 파래나 신기라 불리는 것을 양념에 무치거나 마른 것을 간장에 버무려 먹기도 하는데요, 매생이는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더라구요.
옛날에는 김 양식할 때 김에 매생이 달라 붙으면 그거 떼느라 힘들었다는데 이제는 매생이가 더 비싸게 대접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파래, 감태, 매생이...굵기나 식감 차이도 있지만 다 비슷하게 해조류 맛이죠 뭐 ㅎㅎㅎ
굴이랑 넣고 국 끓여 먹으면 맛나요
감자 옥수수 쌀.. 다 가능할듯한데 딸기는 아무래도 무리지 싶으이...
될성부른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제비님 지갑 속의 저 딱 벌어진 상차림과 참이슬 참 반가우이.
딸기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시요..삐죽..
그리고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지요..나 혼자 홀랑 먹지는 않았시요..
토닥토닥... 지리산에 식량 다 심어 먹을수 있는데, 딸기는 무리라고...ㅎㅎ
우리 집과 반대인걸요?
남편에게 참 유지비가 많이 드는 관상용이라 했더니 바로 삐짐... 삐짐...삐짐...
저에게도 항상 비용이 많이 든다며 ㅋㅋ
언젠가 하루종일 제비님 먹는것만 먹고 탈이 났었지요...ㅠㅠ
댓글 달지 마시오..분위기 이상하오..
용갈님/ 자주 뵈어요. 분위기 아주 좋은디요.
제비/ 벨꼴이야, 용갈님에게 댓글을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