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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낯설다 2016/12/31

by jebi1009 2018. 12. 28.



2016도 아직 익숙하지 않고 낯선데 2017이라니...

지리산 자락에 내려와 어찌어찌하다 해가 바뀌는 것을 보게 되니 참으로 낯선 느낌이다.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한 계절을 보내고 한 해를 보내고....

서울에서 한 해를 보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뭐지? 이 오묘한 기분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목욕탕에서 때 밀던 생각이 난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목욕탕 옷장은 만원이고 주인이 내 놓은 커다란 소쿠리에 옷을 벗어 담던 일도,

뿌연 수중기 속에서 바가지 대야를 차지하려는 아줌마들의 목소리와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때 밀기 싫어서 딴 짓하다가 엄마에게 얻어 맞은 빨간 내 등짝도....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뽑았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하얀 가래떡을 손으로 집어 먹으니 새벽에 일어나 떡을 썰고 있던 엄마가 생각난다.

쌀을 불려 방앗간에 가져가 줄 서서 뽑아 온 가래떡을 적당히 굳혀 일일이 칼로 썰었었다.




새로 장만한 우체통에 손으로 쓴 예쁜 엽서가 들어 있었다.

우편으로 날아 오는 것은 고지서와 홍보물 뿐이었는데 이런 엽서를 받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기관이나 직원이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손엽서...


오늘은 날이 조금 흐리다.

신대철의 '아름다운 강산' 환상적인 연주를 들으며 소주 한 잔 하고 싶은데 방송에서 확실하게 중계해 줄라나...

2016 마지막 안주거리를 무엇으로 할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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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7/01/01 11:44

    엽서가 우체통과 어울려서 다행입니다.
    제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 곳은
    우체통 위의 토토로 피규어와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이었어요.....

    저도 오늘 chippy님이 보낸 예쁜 카드를 받았어요.
    오늘은 도시코시 소바라고 새해를 맞는 소바를 먹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디 좋은 새해가 되시길요.

    • 제비 2017/01/08 10:56

      감사합니다. huiya님도 좋은 새해가 되시길^^

  2. 무명씨 2017/01/02 10:43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길.....

    • 제비 2017/01/08 10:57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 일 이루시기를....

  3. WallytheCat 2017/01/06 12:04

    방앗간에서 뽑아 오신 가래떡을 보니 새해 맞는 기분 물씬 나네요.
    새로 이사한 곳에서 맞는 새해니 그 기분이 특별할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제비 2017/01/08 11:01

      왈리님도 복 이만~~큼 받으세요^^

  4. 알퐁 2017/01/08 11:07

    손에 물집은 안 생기셨는지... 어릴 때 떡 써느라 손에 물집 잡힌 기억이 나네요. 떡과 연하장... 설날 같아요 ^^

    • 제비 2017/01/16 13:05

      떡국떡은 썰지 않고 그냥 뚝뚝 잘라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구워 먹고 쪄 먹고 떡볶이도 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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