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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어느새 2017/02/15

by jebi1009 2018. 12. 28.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불고 파란 아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다.

며칠 전부터 저녁나절 소리가 들린다.

용가리와 군불을 지피며(정확히 말하면 불을 지피는 것은 용가리이고 나는 불 지펴 놓으면 불 구경하러 나가 앉아 있는다 ㅋㅋ) 아궁이 앞에 앉아서

'이게 무슨 소리지?'

'개구리 소리잖아 멍충아'

'정말? 벌써? 이렇게 추운데?'

나는 춥지만 벌써 벌레들도 보이고 개구리 울음 소리도 들린다.

우리 마당 작은 매화 나무에도 꽃 망울이 맺혔다.


해제하신 스님을 뵈러 봉암사에 다녀왔다,

스님 방에서 어여쁜 꽃망울을 만났다.

남쪽에 갔던 어떤 분이 가져다 주신 거라고...



봉암사에 갈 때마다 나를 주눅들게 하는 저 봉우리. 역시나 눈에 덮여도 그 기개는 남다르다. 한 마디로 음매 기 죽어~



남도쪽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얼마 전 진도에 갔을 때도 푸릇푸릇한 배추밭과 대파밭, 그리고 나무들에게 달려 있는 파란 잎사귀들을 보고 놀랐었다.

내가 사는 골짜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옛날이라면 그 풍경이 다른지 어떤지도 몰랐겠지만 말이다....

내가 있는 골짜기는 아직 황량하다.

아직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매서운 바람만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찬란한 햇빛은 정말이지....짱이다...

햇살의 유무에 따라 우리들의 하루 생활패턴이 달라진다.

내내 감탄하지만 태양은 정말 위대하다!!


설중매, 눈 속에 핀 매화라고 누군가 가져와 동암 앞 마당에 심으셨다. 너무 힘들지 않게, 많이 몸살하지 않고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남도에 피었던 꽃망울이 스님 방 탁자 위에서 가녀린 향을 보이고 있다.



스님 방에서 꽃봉오리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꽃을 보면서 고이고이 가져와 스님께 보여드리려 했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아직 추운 찬 바람 속에서 핀 꽃을 보며 그 꽃을 가져다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꽃을 보면서 '와 여기는 꽃이 피었네..이쁘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 찍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만난다면 그저 '야 벌써 꽃망울이 보이더라'하면서 자랑하듯이 사진을 보여줬을 것이다.

그것도 생각나면 말이다..

정월 대보름 해제날 꽃망울을 스님께 선물한 그 마음을 나도 갖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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