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음에 담고 있던 큰 숙제를 해결했다.
요와 이불 호청을 세탁하고 다시 꿰매는 것!
간청재 이사 오고 한 번 했었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여름이 오기 전, 봄에 한 번 세탁하려고 했으나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는 꼭 이불 빨래를 하리라...마음 먹었었다.
날씨를 검색하고 날을 잡아 이불을 뜯어 세탁하고 안에 있는 솜은 햇빛에 널었다.
호청은 걷어 다림질하고 햇빛에 따끈따끈 소독된 이불 속을 가져다 다시 꿰매기 시작했다.
사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불 호청은 물을 뿌려 잘 접어 발로 꼭꼭 밟고 다듬이질을 해서 꿰맸던 것 같다.
엄마가 이불빨래를 할 때면 놀고 있던 나를 불러 호청 밟으라고 시켰던 기억,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가 생각난다.
다듬이 방망이 가져다 칼싸움한다고 놀다가 혼나고
더운 여름 차가운 다듬이돌 베고 누우려 하면 입 돌아간다고 말리던 기억도 난다.
다듬이돌 위에서 인형놀이도 하고 소꼽장난도 했었다.
내가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우리집에는 다듬이돌과 방망이가 있었는데 그 이후 이사가면서 없어졌던 것 같다.
중심선을 맞추고 이불의 네 귀를 잘 맞춰서 꿰매기 시작...
결국 요 꿰매는 것은 다음날로 미루고 하루종일 이불과 씨름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날 오전 다시 요를 꿰매기 시작해서 완성!
지친다....밭일하고 풀 뽑는 일보다 백배 힘들다 ㅠㅠ
그래도 하다 보면, 조금 익숙해지면 덜 힘들어지겠지....
우리는 목욕재계하고 새 이불에 들어갔다.
햇빛에 따끈하게 말리고 호청은 새로 싹 빨아 바삭거리는 이불을 덮으니 기분 완전 좋음 ㅎㅎㅎ
그리고 또 한가지 숙제 아닌 숙제를 해결했다.
바로 간청재에 인터넷 선이 들어 온 것!
마을에서 떨어진 우리집은 처음 인터넷을 설치하려 하자 전봇대를 세워야 한다며 300만원 정도가 든다 하였다.
언젠가는 들어오겠지...하며 포기하고 데이터를 사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데이터를 사서 쓰니 마음껏 쓰지 못하고 동영상은 볼 엄두도 못 내고 영화 파일 다운 받는 것도 힘들었다.
꼭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월말에 몰아서...
자칫 처음부터 까불대고 데이터를 남발하면 다음 데이터가 들어오기까지 굶어야 한다.
그런데 아랫집 아저씨가 어찌어찌 알아보고는 인터넷이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다 알려 주시며 같이 하자 하셨다.
이게 웬 떡이냐~
꿈같은 인터넷이 개통되다니...
어제는 인터넷 개통 기념 소주 1병하고 음악 동영상을 맘껏 보고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용가리와 둘이 듣고 싶었던 음악 찾아서 볼륨 이빠이하고는
메탈리카부터 베토벤까지... 헤드뱅잉까지 하며 ㅋㅋㅋㅋ
이불도 빨고 인터넷도 들어오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네..기분 만땅!!!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빴던 하루 2017/10/01 (0) | 2018.12.29 |
---|---|
가을..꽃 2017/09/29 (0) | 2018.12.29 |
돌 돌 돌... 2017/09/08 (0) | 2018.12.29 |
미스터리 mistery 2017/09/05 (0) | 2018.12.29 |
바래봉 2017/09/02 (0) | 2018.12.29 |
원앙금침이라는 말이 꼭 맞을 것 같은 이불이네요.
인터넷이 들어온 것을 축하합니다.
네 인터넷 되니까 정말 좋아요^^
엄마랑 많이 하던 이불 호청 정리...큰 일이지요. 거의 중학교 때까지 했었던 것 같아요. 풀 먹여서 다듬이질 하는 일은 더 오래 전에 그만 이었지요. 이젠 그렇게 손질해서 마련한 이부자리가 있다면 더 큰 돈을 주고 사야 할 겁니다. 사람의 공, 특히 손으로 짓는 모든 일이 드물고 귀한 일이 되었어요.
늙어서 기운이 없어 이불 못 들게 되면 그때는 이불 바꿔야겠지요 ㅎㅎ
할 수 있는데까지 버텨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