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시작되기 전 괜히 마음이 바쁘다.
게다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날씨도 신경 써야 할 듯...
일단 주문 들어온 커피를 볶아 보내고 면에 나간 김에 말렸던 고추 방앗간에 가서 빻고 고민하던 땅콩 수확해서 널고 비탈길 네 발로 기어 밤 줍고...
3일 전 날씨 화창할 때 하루만에 한 일이다.
오늘은 쉬어가라는 듯 비가 내린다....
이렇게 쉬다가 추석 명절 맞으라는 뜻? 추석 명절이 즐거운가 안 즐거운가....
어쨌든 추석 전 날 시댁에 가서 전 부치고 열라 설거지하는 일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ㅠㅠ
솔직히 일 하는 것이 막 힘들지는 않다. 자주 하는 일도 아니니 할 수도 있다.
단지 내 가치관과 다른 이 음식들.. 이 행사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저 꾸역꾸역 하는 일일 뿐...
올해 수확이 꽤 짭짤하다.
고춧가루는 2킬로가 조금 넘었다.
작년 고추 빻으러 갔을 때는 500원 냈었는데 올해는 천 원 냈다.
즉 그만큼 양이 배로 늘었다는 뜻..ㅋㅋㅋ
방앗간 아저씨가 건조기도 없이 또각또각 잘 쪼개서 말렸다며 칭찬해 주셨다.~
땅콩은 추석 전에 수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다 그냥 뽑아 버렸다.
서울 가 있는 동안 땅콩 걱정하지 않으려면 그냥 뽑자!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수확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미래의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일...
만족하며 콩 꼬투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내고 마당에 널었다.
올해 처음 누마루 옆 비탈에 있는 밤을 주웠다.
밤송이가 떨어져 있는 것은 봤지만 야생 정글로 뒤덮인 곳에 접근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찰지게 밤을 달고 있는 밤나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 3일 동안 정리했는데 잡목과 칡과 가시덤불을 제거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봄에 삽질 이후로 위 아래 이빨이 맞지 않았다 ㅠㅠㅠ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밤송이가 떨어져 밤알이 나뒹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예전에는 밤을 따는 줄 알았다.
밤송이를 따서 가시껍질을 벗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밤송이가 떨어지면서 튕겨져 나오는 밤알들을 줍는 것이다.
밤은 줍는 것이 맞다. ㅎㅎㅎ
연신 대박을 외치며 밤을 주웠다.
그런데 그게 알게 모르게 엄청 힘들다. 헥헥헥...
이렇게 되어 있었던 곳을..
이렇게 만들었다..헥헥헥~
비탈을 정리하니 이렇게 밤이 보인다.
나는 예전에 밤이나 감나무가 있으면 그냥 따거나 주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리집 위 땅에도 탐스러운 감나무가 있어 빨갛게 감이 달리지만 그 감을 따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그 감나무에 접근할 수가 없다.
계속 관리한 땅이 아니면 온갖 잡목과 칡으로 엉켜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밤나무나 호두나무도 마찬가지...
게다가 과실수는 그 벌레들을 어찌할꼬 ㅠㅠ
모든 과실을 얻으려면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세상에 그냥 손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속 없이 감나무 대추나무 심어서 따 먹지 하는 사람들 보면 '그래 심어봐..따 먹을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 대꾸도 안 한다. ㅎㅎㅎ
반짝반짝 빛나는 밤을 주우며 생각했다.
하나님은 나같은 애가 뭐가 이뻐서 이렇게 밤까지 주실까...ㅎㅎ
두어 번 삶아 먹을 양만 나오면 정말 행복이다.
이미 한 주먹 씩 두 번 삶아 먹었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
우리는 땅콩을 좋아해서 땅콩이 떨어지지 않게 놓고 먹는다.
주로 생땅콩을 사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을 때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데 그러면 볶은 땅콩을 사 먹는 것보다 100배 맛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3배 정도 많은 땅콩 모종을 심었다.
고라니의 습격으로 약간의 좌절이 있었지만 펜스까지 치고 크레졸 비누약까지 놓고는 땅콩을 사수했다.
농사가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수확량이 많다.
당근 작년보다 모종을 많이 심었으니 많지 ^^;;
이틀 말리고 오늘 비가 내려 껍질을 깠다.
더 말리고 싶었지만 서울 갈 때까지 비가 내릴 듯하여 일단 껍질을 까서 집 안에 두기로 했다.
창고에서 쪼그려 앉아 둘이서 껍질 까고 저녁에 첫 시식을 했다.
우리집 땅콩은 외모는 투명하고 맛은 청순하다. ㅎㅎㅎ
우리가 생땅콩 맛있다는 곳에서 많이 먹어봤지만 이렇게 청순한 맛은 없었다.
아....감동!!
덕분에 소주 한 병 더 먹었다.ㅋㅋㅋ
청순한 우리 땅콩들...
곳간이 가득 찬 것까지는 아니지만 땅콩도 있고 밤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으니.. 앗! 오늘 보일러 기름도 넣었다..
등짝이 땃땃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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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지내러 서울에 가시는 군요.
땅콩 산지 학생이 말하길 생땅콩이 가장 맛있고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해요.
저도 굽거나 삶아서 먹는 건 알아도 생땅콩을 그대로 먹는 줄 몰랐거든요.
좋은 추석이 되시길요.
저도 생땅콩은 먹어보지 못했는데 생으로도 먹는군요....
그곳에서도 추석 잘 보내셨기를!
추수한 것들을 보니 괜시리 제가 다 뿌듯하네요.
고생 많이 하신 결과이니 한 알 한 알 모두 기막히게 맛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심어서 거둬들여 입안에 넣기까지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고되기도 하지만 입에 넣으면 뿌듯하고 맛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