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도 점점 짧아지고 아궁이에 군불 때고 굴뚝에 연기 오르는 시절이 돌아왔다.
엊그제는 밤하늘에 별이 어찌나 많은지...게다가 덤으로 반딧불이도 보았다.
용가리는 몇 번 봤다고 하지만 나는 간청재 내려온 이후 반딧불이를 처음 보았다.
푸르스름한 불빛이 까만 밤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니 계속 보고 있다가는 사람 홀리겠다 싶다...
저녁 반주로 몇 잔 마시고 반딧불이 보고는 갑자기 영화 세 편을 때렸다.
여름 방학 딸아이가 함께 보려고 가져왔던 영화 중에서 보지 못한 것(이번 여름에 딸아이는 왠만큼 흥행하거나 입소문 난 영화는 모두 가져와 밤마다 함께 보았다)과 내가 최근에 확보한 것....
'너의 이름은' '행복 목욕탕' '앙:단팥 인생 이야기'
공교롭게 모두 일본영화다.
물론 용가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의 영화.
'너의 이름은'은 그나마 에니메이션이라 그런대로 봤고 나머지는 보다가 들어가 잤다.
[너의 이름은]
남녀의 몸이 바뀌고, 시공간을 넘어서고, 그래서 미래의 재난을 막아내고...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장치들이다.
혜성이 떨어지는 천재지변이 가미되고 일본 시골마을의 전통?종교?의 모습도 살짝 보여준다.
몸이 바뀌는 남녀는 다시 꿈에서 깨어나 원상태로 돌아오면 바뀌었을 때의 일을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너의 이름은...애타게 기억하려 한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며
'저 마음 잘 알지...술 먹고 필름 끊겼을 때 다음날 기억 안 날 때의 기분이지..'
이렇게 공감했다. ㅋㅋ
그런데 아직도 의문인 것은 둘이 왜 사랑하게 된 것이지?
몸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나?
왜 그렇게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너무 간절해서 나중에 서로를 찾게 되는, 알아보게 되는 것이 나는 좀 이해가 안 된다.
그럭저럭 재밌었던 영화다.
[행복 목욕탕]
'오다기리 조'가 띨띨하게 나온다.
뒤통수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남편이자 아버지 역할.
그렇다면 엄마는 똑부러지기 마련. 그런데 그런 엄마가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집 나간 띨띨한 남편이 돌아오면서 문 닫았던 목욕탕을 새로 열고 죽어가는 엄마가 혼신의 힘을 다 해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
결말이 독특하기는 하다.
살짝 엇나갔으면 호러물이 됐을 뻔....
엄마의 관은 목욕물을 데우는 아궁이로 들어가고 굴뚝에서는 엄마가 좋아했던 빨간 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가족들은 엄마의 관으로 데운 목욕물에 들어가 행복하게 목욕을 한다.
[앙:단판 인생 이야기]
난 팥을 좋아한다.
어떤 때는 팥을 그냥 삶아서 퍼 먹을 때도 있었다.
팥찐빵도 좋아하고 단팥죽, 그냥 팥죽, 팥 칼국수, 팥 많이 들어간 찰밥...그리고 비비빅 ㅎㅎ
그런데 사실 팥은 먹으려면 좀 번거롭다.
불려야 하고 삶아서 물을 버려야 하고 또 오래 삶아야 하고...
역시 이 영화에서도 만들기 번거로운 팥소를 엄청난 정성을 들여 만드는 할머니가 나온다.
배경은 작은 '도라야키'가게.
70 중반의 할머니가 이 가게에 알바로 취직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게 사장, 알바생 할머니, 단골 여중생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세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세상과 격리되어 살고 있다는 점이 공통이다.
사장은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때의 상처로 세상과 담 쌓고 산다.
할머니는 한센병에 걸려 50년 격리된 요양소에서 살며 지금도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격리되어 있다.
좀 그런 엄마와 가난 속에 방치된 여중생도 외로움에 격리되어 있다.
우울하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단 것을 먹게 된다.
이들도 달달한 도라야키를 먹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난 팥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도라야키는 먹어보지 못했다.
왠지 팬케잌 같은 빵이랑 달달한 팥소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번 먹어봐야겠다. 이번 추석 때 서울 가면 사 먹어봐야지...진한 커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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