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벌써 작년이네?) 텃밭을 모두 비우고 봤던 영화다.
"코모리는 토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입니다.
상점 같은 건 없어서
시장 보려면 면사무소가 있는 시내로 나가
농협의 작은 슈퍼나 가게로 갑니다.
가는 길은 대부분 내리막 길이라 자전거로 30분
오는 길은 얼마나 걸릴까요
겨울엔 눈 때문에 걸어가야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한시간 반 정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옆 마을에 있는 큰 슈퍼로 가는 듯 합니다.
제가 거길 가려면 거의 하루가 걸립니다."
영화 두 편 모두 같은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창원리는 경남 지방의 작은 마을입니다.
상점 같은 건 없어서
시장 보려면 면사무소가 있는 시내로 나가
농협의 작은 슈퍼나 가게로 갑니다.
가는 길은 대부분 내리막길 오는 길은 오르막길
차로 20분 정도 걸립니다.
겨울엔 눈 때문에 나가지 못합니다.
택배물건을 찾으러 마을 입구까지 걸어가기도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마을입구까지 30분 정도
하지만 함양 읍내까지 나가야 살 수 있는 물건도 있습니다.
제가 거길 가려면 오도재를 지나 산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물론 차를 타고 가지요....'
대한민국 간청재 버전이다. ㅎㅎㅎㅎ
'겨울이 끝나고 우선 할 일은 다음 겨울 식량을 준비하는 것
코모리에 산다는 건 그런 일들의 반복이다.'
정말 공감가는 말이다.
이곳에 내려와 살면서 봄부터 가을까지 겨울 식량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1년의 주기가 돌아간다는 것을 찐하게 체험했다.
봄에 파종하고 심어서 여름 내 가꾸고 가을 거두어 갈무리하고 저장하는 것.
파종하고 심지 않은 것도 산과 들로 다니면서 거두어 저장하는 것.
이런 것들의 반복이 바로 이곳의 생활이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말리고, 무를 썰어 말리고, 고구마를 쪄서 말리고...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에 하나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먹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
고사리는 삶아 말리지 않고 염장을 하는 것이 좀 특이했다.
가장 놀라움을 선사한 것은 쇠뜨기 조림..똬~~
쇠뜨기라 하면 내가 제일 미워하는 잡초다.
세상에 그렇게 잘 자라고 또 뽑히지도 않는 잡초는 첨 봤다.
오래된 쇠뜨기 뿌리는 몇 미터 될 것 같다.
정말 징글징글한 잡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것을 먹었다.
쇠뜨기 잎이 펴기 전 상태의 것을 껍질 벗겨 삶아 조린 것이다. 리스펙!!!
밭에 쇠뜨기가 극성이라 먹어서라도 없애려고 뜯어와 일일이 껍질을 까고 삶고 졸였더니
부피가 줄어서 산처럼 많더 쇠뜨기가 한 종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이것만 남아.
이 바쁜 시기에 고생해서 얻은게 달랑 이거야
사치스럽고 아까운 음식이라 할 수 있지
쇠뜨기는 역시 잡초야'
주인공이 투덜대자 동네 친구가 말한다.
'그렇긴 해도 쇠뜨기가 나기 쉬운 환경을 만든 건 사람이야
그 전에 죠몬 시대였을 땐 쇠뜨기가 잡초가 아니라 귀중한 산나물이었을지도 몰라
봄을 알리는 소중한 산의 은혜로 옛날 사람들은 소중하게 생각했을지도..
갸륵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는 대지의 정령 같은 건 아니었을까'
이 말을 듣고 살짝 찔리기는 했으나 그래도 쇠뜨기는 싫다.ㅠㅠ
장작을 마련하는 장면도 우리와 같다.
젊은 여자아이가 전기톱을 써서 잘라내고 도끼로 쪼갠다. 우와~~
용가리는 엔진톱을 써야 한다고 했는데 영화에서는 전기톱으로 자르는 것이다.
그리고 도끼질도 어찌나 잘 하는지...
용가리 구박하고 나도 반성했다. 나도 얼른 저런 실력을 갖추어야겠다며 깊이 다짐했다. ㅎㅎ
무언가를 심어서 거두어서 음식으로 만들어 먹기까지는 참으로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그리고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한다.
조바심을 내서도 안 되고 너무 느긋해서도 안 된다.
요 며칠 날씨가 따뜻하니 오늘은 경운기 올라가는 소리가 아침부터 들린다.
벌써 마을 밭에는 퇴비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이제 간청재도 다음 겨울 준비를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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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화보는 내내 간정재와 제비님이 오버랩 되었답니다.
쇠뜨기에서는 제비님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구요.
조만간 오리 말고 닭 한마리?? ㅋㅋ
분노의 쇠뜨기 뽑기!
하지만 언제나 쇠뜨기의 승리라는 것을 잘 알죠 ㅋㅋ
쇠뜨기를 일본에서는 흔히 먹는 걸로 알아요. 제 친구는 학교에서 따다가 튀김을 합니다.
조림도 하고 데쳐서 무치기도 하는데 튀김이 일반적이에요.
여기서도 쇠뜨기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일본에서는 흔히 먹나봐요..
맛있으면 남아나지 않았을텐데 너무 많이 번진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면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가봐요 ㅎㅎ
벼농사 짓는걸 보고 헐 하다 제비님도 아랫단 묵정논에 모내기 해도 될텐데 했슴다.
손바닥 만한 텃밭이라도 하기 전에는 그저 낭만적으로 벼도 꼭 키워야지....했더랍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