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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곶감 2017/11/11

by jebi1009 2018. 12. 29.


       

작년에는 잘 몰라서 너무 늦게 감을 깎느라 장에 감이 거의 끝나고 없었다.

마지막 남은 대봉감 한 접을 사다 깎았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봉감도 곶감으로 말리면 매우 맛있지만 마천에는 고종시로 곶감을 더 많이 한다.

고종시는 고종임금께 진상했던 감이라 고종시라 이름하는데 대봉감보다는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더 달다.


작년 장에서 감을 샀던 할머니에게 고종시는 언제 나오냐 물었더니 대봉보다 일찍 10월 말부터 나온다 하셨다.

올해 감 사러 장에 나갔더니 할머니는 안 나오시고 따님만 장에 나왔다.

할머니와 따님의 주 종목은 수산물이다.

장날 이 할머니 난전에서 문어를 몇 번 사다 삶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감철이 되면 할머니가 감을 갖고 나오시는 것을 보고 이 할머니에게 작년 감을 사게 되었다.

따님에게 감을 물었더니 다음 장날에 할머니가 가지고 오실 것이라 했다.

다음 장날 나갔더니 내가 너무 늦게 와서 안 오는 줄 알고 할머니가 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것이다.ㅠㅠ

난 12시 반 쯤 나갔는데 그게 늦은 것인가보다...힝~

꼭 온다면 다음 장날 남겨 놓겠다 약속하셨다.

또 5일을 기다려 장에 갔다.

할머니가 나를 알아 보시고

'하도 사람들이 감을 달라 해서 차에 숨카 놨다' 하시며 트럭에서 감을 내려 주셨다.

여러번 온 것이 맘에 걸렸는지 가격도 깎아 주셨다.~

삼세번 만에 고종시 한 상자를 손에 넣었다. ㅎㅎ


노란 플라스틱 한 상자 감을 담아왔더니 대봉보다는 알이 작아 200개가 조금 넘었다.

오후 내내 감을 깎았는데 해가 저물녘에야 다 깎을 수 있었다.

작년에는 누마루 처마에 감을 널었는데 새들의 공격이 심해서 이번에는 누마루 안에다 널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감 떫은 물이 빠지고 단 맛이 돌기 시작하면 새들이 귀신 같이 알고 파 먹는단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감을 깎아 널은 초반에는 새들이 오지 않았었다.

정말 감이 말랑해지기 시작하니 새들이 덤볐다. 호~ 영리한 것들...

감을 깎아 널면 그 무게가 상당하다.

튼튼한 각목을 사다 누마루에 가로질렀다.

용가리와 둘이 감 꼭지를 끼어서 다 널고 나니 해가 저물었다.

'내 평생 나이 50 넘어 이렇게 감 꼭지를 달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용가리가 감을 걸며 피식거렸다.

감을 깎고 다음 날 서울 갈 일이 있어 누마루 문을 닫아 걸고 갔다왔지만 누마루 문은 창호지로 되어 있어 햇빛도 들고 문 틈으로 바람도 통해서 감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대 만땅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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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7/11/11 17:59

    곶감 말리는 풍경이 너무 예쁘네요.

    • 제비 2017/11/15 14:18

      우리 마을 집집이 곶감을 하느라 처마에 감들을 매달아 마을 전체가 예쁘답니다^^

  2. WallytheCat 2017/11/12 09:21

    세상에나... '풍경이 완성' 된다는 의미가 와 닿는 풍경입니다. 너무 멋져요~! 하루 종일 걸리는 작업이었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모두 완벽하게 잘 말라 훌륭한 곶감이 되기를 멀리서 기도해 드립니다.

    단감 제가 무지 좋아하는 겁니다. 잠깐 이 철 지나면 볼 수가 없으니, 요즘 중국 마트에서 파는 단감을 사다 놓고 열심히 먹는 중인데, 곶감을 보니 말려보고 싶기까지 하네요. 감을 편으로 잘라 고구마처럼 말리면 어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 제비 2017/11/15 14:15

      단감 말고 홍시 되는 감을 잘라 말리면 감말랭이로 먹을 수 있어요..곶감이나 감말랭이는 또 그 맛이 감이랑은 완전 다르죠..참 신기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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