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잘 몰라서 너무 늦게 감을 깎느라 장에 감이 거의 끝나고 없었다.
마지막 남은 대봉감 한 접을 사다 깎았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봉감도 곶감으로 말리면 매우 맛있지만 마천에는 고종시로 곶감을 더 많이 한다.
고종시는 고종임금께 진상했던 감이라 고종시라 이름하는데 대봉감보다는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더 달다.
작년 장에서 감을 샀던 할머니에게 고종시는 언제 나오냐 물었더니 대봉보다 일찍 10월 말부터 나온다 하셨다.
올해 감 사러 장에 나갔더니 할머니는 안 나오시고 따님만 장에 나왔다.
할머니와 따님의 주 종목은 수산물이다.
장날 이 할머니 난전에서 문어를 몇 번 사다 삶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감철이 되면 할머니가 감을 갖고 나오시는 것을 보고 이 할머니에게 작년 감을 사게 되었다.
따님에게 감을 물었더니 다음 장날에 할머니가 가지고 오실 것이라 했다.
다음 장날 나갔더니 내가 너무 늦게 와서 안 오는 줄 알고 할머니가 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것이다.ㅠㅠ
난 12시 반 쯤 나갔는데 그게 늦은 것인가보다...힝~
꼭 온다면 다음 장날 남겨 놓겠다 약속하셨다.
또 5일을 기다려 장에 갔다.
할머니가 나를 알아 보시고
'하도 사람들이 감을 달라 해서 차에 숨카 놨다' 하시며 트럭에서 감을 내려 주셨다.
여러번 온 것이 맘에 걸렸는지 가격도 깎아 주셨다.~
삼세번 만에 고종시 한 상자를 손에 넣었다. ㅎㅎ
노란 플라스틱 한 상자 감을 담아왔더니 대봉보다는 알이 작아 200개가 조금 넘었다.
오후 내내 감을 깎았는데 해가 저물녘에야 다 깎을 수 있었다.
작년에는 누마루 처마에 감을 널었는데 새들의 공격이 심해서 이번에는 누마루 안에다 널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감 떫은 물이 빠지고 단 맛이 돌기 시작하면 새들이 귀신 같이 알고 파 먹는단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감을 깎아 널은 초반에는 새들이 오지 않았었다.
정말 감이 말랑해지기 시작하니 새들이 덤볐다. 호~ 영리한 것들...
감을 깎아 널면 그 무게가 상당하다.
튼튼한 각목을 사다 누마루에 가로질렀다.
용가리와 둘이 감 꼭지를 끼어서 다 널고 나니 해가 저물었다.
'내 평생 나이 50 넘어 이렇게 감 꼭지를 달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용가리가 감을 걸며 피식거렸다.
감을 깎고 다음 날 서울 갈 일이 있어 누마루 문을 닫아 걸고 갔다왔지만 누마루 문은 창호지로 되어 있어 햇빛도 들고 문 틈으로 바람도 통해서 감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대 만땅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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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말리는 풍경이 너무 예쁘네요.
우리 마을 집집이 곶감을 하느라 처마에 감들을 매달아 마을 전체가 예쁘답니다^^
세상에나... '풍경이 완성' 된다는 의미가 와 닿는 풍경입니다. 너무 멋져요~! 하루 종일 걸리는 작업이었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모두 완벽하게 잘 말라 훌륭한 곶감이 되기를 멀리서 기도해 드립니다.
단감 제가 무지 좋아하는 겁니다. 잠깐 이 철 지나면 볼 수가 없으니, 요즘 중국 마트에서 파는 단감을 사다 놓고 열심히 먹는 중인데, 곶감을 보니 말려보고 싶기까지 하네요. 감을 편으로 잘라 고구마처럼 말리면 어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단감 말고 홍시 되는 감을 잘라 말리면 감말랭이로 먹을 수 있어요..곶감이나 감말랭이는 또 그 맛이 감이랑은 완전 다르죠..참 신기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