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아주 흐린 날 고구마를 삶아 말리는 바람에 반 이상을 버리고
겨우 작은 비닐 봉지로 한 봉지 건졌다.ㅠㅠ
이번 고구마 말랭이는 실패...
다시 고구마 한 상자를 사서 시도할까도 했지만 용가리도 말리고 나도 자신감 급 상실로 이번 고구마 말랭이는 조금만 먹기로 했다.
자연 햇살에 무언가를 말리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날씨에 항상 신경써야 하고 해 뜰 때 내어 놓고 해 질 녘에 들여 놔야 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새들이나 고양이들과도 싸워야 하고...
그런데 시골의 먹거리는 일년 내내 말려야 한다.
봄 고사리부터 시작해서 고추 땅콩...겨울에는 무청까지...
나야 손바닥 만한 텃밭이니 소출이 작아 요만큼이지만 마을 사람들 보면 정말 일년 내내 말린다.
일단 모든 곡식은 다 말려야 한다. 쌀, 콩, 수수, 깨...
각종 산열매와 산나물, 고추 호박 가지 등등의 채소, 호두나 땅콩 등등...
겨울에는 무청과 곶감...
수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갈무리하는 일이 계속 쭈~욱 이어지는 것이다.
다음 달에는 도라지도 캐야 하고 무 배추 뽑아 김장도 해야 하고 감도 깎아 널어야 하고
무청도 널어야 하고...
도라지는 또 캐면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미친듯이 다듬고 껍질 벗기는
도라지 지옥을 맛봐야 할 것이고..
이제 동면에 들어가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네..ㅠㅠ
누가 하래?
할 말 없음..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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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 포스팅의 글을 읽는 내내 마구 웃었습니다. 제비님의 귀여우신(?) 투정(실례!!! ㅎㅎ) 마치 바로 옆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요 ^^
최근에 좋은 인연으로 만난 한국인 부부가 있어요. 그 중 남편분의 고향이 강화도, 아직 모든 친척분이들이 농사를 짓고 계시는 최고 부자 가족 ^^ 올 겨울 한국에 잠시 다녀올 일이 생겼다 소식전하길래 도라지, 고구마 말린 것, 뭐든 집에서 하신 농산물 많이 많이 싸들고 와 나좀 나눠줘요!!! 애걸섞인 부탁을 했어요. 고국 떠나 살면 제일 그리운 것이 '우리 농산물' 이라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철이 조금은 더 일찍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정 엄마께 말씀드리면 '니가 철이 들었다고 진정 생각하니?" 타박하실테지만요 ㅎㅎㅎㅎㅎ
풍족히 즐길 수 있을 때는 모르다가도 막상 구할 수 없으면 더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ㅎㅎ
옆에 계시면 마구마구 나누어 드릴텐데 아쉽..
저런 말린 곡식이나 과일, 채소가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워낙 주전부리하는 숩관이 안 들어있다보니 있어도 잘 먹게 되지 않아요. 특히 나이 들면서 점점 식욕과 먹는 양이 줄어 들고 부터는 체중 유지(더 빠지지 않기 위한)를 위해 좀 더 먹어줘야 하는데도 힘이 들어요. 살다보니 살 찌는 것보다 빠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날도 오긴 하네요. ㅎ...
저는 밥보다 주전부리가 더 좋은데...ㅋㅋ
날씨 탓에 고구마 말랭이를 실패하셨다니, 그 노력과 더불어 고구마가 아깝네요.
말려 놓으신 걸 보니 프로 냄새가 나는데요. 마치 건조된 망고 같기도 하고요.
저도 얼마 전 바나나를 오븐에 넣어 말려 봤는데, 사 먹는 것과는 형태도 맛도 좀 다르더라고요.
말리는 게 한 저장 방법이긴 하지만 알게 모르게 미세한 곰팡이도 섭취하게 되기 쉬우니 조심하셔야 함다.
오~ 곰팡이...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약이겠거니 하며 먹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ㅎㅎ
오우 말린 고구마 색이 저리 예쁜 줄 처음 알았네요^^
어릴 땐 많이 먹었는데 빛깔이 어둡다고 기억해요.
부지런하십니다!
다른 주된 일이 있고 고구마도 말린다면 부지런하겠지만 저는 이런 일이 주된 일이라 부지런이라 말하기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