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을 싸게 파는 곳 정보를 나무님으로부터 듣고는 이것저것 구매했었다.
겨우내 갖고 놀 아이템으로 말이다.
뜨개질하는 나를 보고는 자기 것은 왜 하나도 안 떠주냐고 묻는 용가리.
남자 것은 도안이 없어서 안 뜨는 게 아니고 못 뜨는거야.
뜨개질 초보라서 도안에서 그려진 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알아서 사이즈 척척 만들어 내는 재주가 아직은 없다.
머릿속에서 이렇게 될 것이다...생각하고 뜨기 시작하면 생각지 못한 변수가 꼭 있다. ㅠㅠ
용가리 조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남자 조끼 도안을 찾았으나 적당한 것이 없어 내가 대충 생각해서 뜨기 시작했다.
용가리가 은근 옷에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목이 답답하면 안 되고 너무 길어도 싫고 품이 넓어도 싫고....
편하게 입기 위해 단추 말고 지퍼 달기를 원했다. 구찮아~
다 뜨고 나니 모양도 모양이지만 색깔이 이렇게 안 어울릴 줄이야...뜨아!
구입했던 실은 엄청 예쁜 파란 색이었다.
내가 쉐타 떠 입으려고 꿍쳐 두었던 것 아까워하며 기꺼이 용가리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입혀 놓으니 영~~ 아니올시다..
나는 이런 화사한 색 말고 칙칙한 색이 어울려...용가리가 말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도 밝고 화사한 색의 옷이나 넥타이가 의외로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도 이 예쁜 파란 색이 이렇게 촌티가 줄줄 나는 색으로 보일 줄이야. 정말 내 맘 같지 않다..ㅠㅠ
목 답답한 것 싫다고 일부러 짧게 떴더니 또 목이 시렵단다.
남은 실로 간편한 목도리도 함께 떠 주었다.
또 실이 남아 딸아이 목도리도 떠 주었는데 딸아이는 어찌나 그리 잘 어울리고 예쁘고 화사한지...흐뭇~
용가리는 목도리건 모자건 옷이건 칙칙한 색으로 떠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처음 받는 수제 옷이라 좋아라 하면 잘 입고 목도리는 간편해서 너무 좋다며 애용했다.
조끼와 목도리를 세트로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촌티 나서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는 그래 결심했어! 칙칙한 색으로 하나 더 뜨지 뭐...
칙칙한 색 털실은 가격도 더 저렴했다. ㅋㅋㅋ
내가 전에 뜬 조끼 도안의 큰 사이즈로 바늘 크기도 조금 더 큰 것으로 해서 뜨기 시작했다.
방울 무늬는 안 어울 릴 것 같아서 뺐다.
단추도 주문해서 달고 드디어 완성.
진한 네이비색으로 조끼를 다시 떴다.
용가리가 엄청 맘에 든다고 좋아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되돌릴 수 없는 실수가 있었다.
바로 단추의 방향. 여자 조끼 도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자 방향으로 단추가 달린 것이다.
다시 수정하기에는 너무도 지난한 과정이 걸릴 것이므로 그냥 입어!!!
입혀 놓으니 괜찮다. 역시 칙칙한 색이 어울린다. ㅎㅎㅎ
마구 좋아하며 외출할 때 입을 것이란다. 외출? 장날에 읍내 나갈 때 입어...ㅋ
이제 뜨개질 놀이는 잠시 접어두고 가열찬 노동의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어젯밤부터 하루종일 큰 눈이 내리고 있다.
대설주의보 재난문자도 울려댔다.
3월에 큰 눈이 두 번씩이나 오다니....게다가 오늘은 춘분...좋은 일인가? ㅎㅎ
며칠 나가 일 했다고 몸이 욱신거렸는데 쉬엄쉬엄 하라고 눈님이 오시나보다...*^^*
부활한 쪽파 위에도 눈이 마구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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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님 뜨개 실력이 날이 갈수록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것 같아요.
맨 위 것도 예쁘지만, 아래쪽 것이 훨씬 더 멋있어 보여요. 무늬도 그렇고......
오늘은 동경에도 눈이 펑펑 오고 있습니다.
계속 진화해서 도안 없이도 척척 뜰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갰어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요 ㅠ
제비님..뜨개질 실 어디서 사셨나요? 알려 주실 수 있는지요?
실 값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둥근카라 네이비 베스트 보니 급! 뜨고 싶네요.
알려 주시길 기대하며...춘설 온 춘분, 따뜻한 글이 좋아요.^ ^
ㅎㅎㅎ님 뭐가 문제인지 비공개글에 댓글이 안 되네요..
‘털실나라’에서 구입했어요~
그러니까요..뭔가 이상하네요..
고맙습니다...예쁜 실 구입해서 떠 봐야 겠어요..
그러니까요..뭔가 이상하네요..
고맙습니다...예쁜 실 구입해서 떠 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