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폭설이 내리고 얼음 얼고 난리도 아니더만 그래도 어김 없이 봄은 찾아온다.
말랑해진 땅 틈새로 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오리털 파카를 입지 않고도 마당을 서성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5월까지는 파카를 빨지 않을 것이다. 작년 파카를 빨고 다시 꺼내 입었던 기억이...ㅠㅠ
바야흐로 버들가지 물 오르는 봄이다.
예전에는 나뭇가지에 물이 오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버드나무 가지를 자르니 메마른 겨울 가지와는 다르게 촉촉하고 연한 가지들이었다.
그냥 나뭇가지에 수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물이 오른다는 것이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그런 가지를 잘라내니 살짝 미안한 생각이...^^;;
집 주변 정리되지 않은 야산에는 알 수 없는 풀과 칡과 나무들로 뒤엉켜 있다.
집 위에 있는 작은 고사리밭(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다..그냥 땅 작은 부분에 고사리가 있었다ㅎㅎ) 에도 나무가 마구 자라나 칡과 덩굴풀들이 뒤엉켜 엉망이었다.
특히 버드나무는 번식력이 끝내준다.
예전에는 물 오른 버드나무 가지에 연한 연두 빛 잎이 나기 시작하면 정말 예뻐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저기 마구 자라나는 버드나무 가지 때문에 성가시다.
이제 곧 고사리도 올라올 것이니 큰 맘 먹고 고사리밭 주변 멋대로 뻗어나 칡들과 뒤엉킨 나뭇가지를 자르고 자른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을 며칠 했다.
자르는 것도 힘들지만 그 잘라낸 가지들 정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ㅠㅠ
천천히 하자...했지만 이제 곧 4월.
꽃밭 정리와 고사리밭 주변 정리 하느라 텃밭은 손도 대지 못해 마음이 급하다.
게다가 며칠 톱질이며 가위질을 했더니 손은 물집이 잡혀 터지고 팔은 덜덜 떨리고 위 아래 이빨은 잘 맞지 않는다 ㅠㅠ
그래도 마당에는 하루하루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매화향이 실려오니 기분은 삼삼하다.
복수초에 이어 홍매가 피었다. 바람에 매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가지를 쳐야 하는데 아까워서 못 치고 있다. 가지치기는 눈 질끈 감고 과감하게 베어내야 한다는데...고민이다. 가지치기를 해 주지 않으면 서로에게 방해가 되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데 말이다. 이번 가을에는 과감히 시도해 봐야겠는데 잘 모르겠다.쩝~
달님과 홍매
고사리밭에도 매화나무가 있다.
그런데 온갖 풀덩굴로 뒤덮여버렸다. 그 와중에도 꽃을 피웠다.
매화일병 구하기!
일단 덩굴을 걷어내고 가지도 쳤다.
그래도 또 땅 속에서 올라오는 풀들에 몸살을 앓겠지만 말이다..
쳐 낸 매화가지를 가져다 방 안에 꽂았다.
집 안에 매화향이 진동한다...음...좋다!!
하루 이틀 지나니 서너 송이 피어 있었던 가지에 꽃이 만발했다.
텃밭 한 쪽에는 겨울을 보낸 쪽파와 대파가 파릇파릇 살아나 무한 감동을 전한다.
쪽파와 대파는 파전과 골뱅이 파무침으로 변신~
쪽파, 밀가루, 달걀. 이 세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파전..아..밀가루에 물이 조금 들어갔네..
화려한 해산물 없이도 그저 꿀맛이다. ㅎㅎ
새로 장만한 소주잔에 찰랑거리게 술을 따라 일잔하니 욱신거리는 몸이 노근노근해진다.
인생 뭐 있나...빡세게 몸 놀려 일하고 저녁 반주로 소주 한 잔이면 이렇게 좋은 것을...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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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과 홍매,
전우와 차 대신 소주,
빗소리만 갖추면 완벽한 간청재..부럽다~~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
창밖으로 홍매도 보이고
간청재에 딱 들어맞는 날이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