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전시회가 있었다.
오픈하면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직접 와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안 보여 줄 것이라고 협박했다.
시댁 제사가 있어 어차피 올라가야 했는데 마침 전시회 마지막 날과 대충 연결이 되어 딸아이 협박에 보답(?)했다.
딸아이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대학 캠퍼스에 앉아 있자니 사방에 젊은 아이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산골짜기 시골 마을에서는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사방팔방에서 끝도 없이 젊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재밌었다.
작고 예쁜 꽃다발도 마련해서 딸아이와 전시를 둘러 보았다.
마지막 날 늦은 오후라서 천천히 둘러 볼 수 있었다.
딸아이와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보고 서로 이야기하고 느낌이 비슷하면 좋아라하고...
딸아이의 작품. '위안'
색감이 좋았던 그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
내친 김에 다음 날 삼청동으로 가서 하루 더 놀기로 했다.
일단 국립현대미술관부터 시작!
딸아이는 공짜였다. 학생증이 있거나 만 24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은 공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
꽤 많이도 들락거리면서 부지런히 돈 내고 다녔으니 꼭 65세 이상 되면 공짜 관람을 해야겠다. ㅎㅎ
갤러리 서너 곳에 더 들러 그림 보고
중간 중간 떡꼬치며 마카롱이며 마구 먹으면서 돌아다니고
예쁜 공예품점에 들어가 구경하고
잠시 돌담 옆에 앉아 쉬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참 이상했다.
현대미술관 까페에서 보이는 미술관 마당의 모습은 너무도 낯익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낯설었다.
갤러리 그림들을 보면서 참으로 낯익은 느낌이었지만 문득 낯설기도 했다.
즐비한 까페나 가게들의 도시적이며 세련된 태도들이 편안하고 낯익었지만 또 낯설기도 했다.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존재하지만 막상 익숙하고 낯익은 것은 점점 낯설어지게 되는 것일까...
간청재로 이사오면서 가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뜬금 없이 빗살무늬 토기가 보고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막상 가서 보면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진짜 빗살무늬 토기가 보고 싶다면 박물관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런 생각은 이제껏 살아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내가
그때의 모습이, 익숙함이, 낯익음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
새로움과 익숙함, 낯섦과 낯익음은 서로 비슷하게 경쟁하는 것 같다...
( 나는 옛날부터 박물관에서 하나 골라 가지라고 하면 빗살무늬 토기를 고르려고 마음먹었었다.ㅎㅎ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 우아함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삼청동 놀이는 즐거웠고 딸아이가 추천한 팬스테이크와 샐러드, 맥주도 먹고
그에 따른 온 몸의 피곤함도 잔뜩 먹었다.
집 없이 떠돌던 서울 시간을 마치고 간청재로 돌아오니 home sweet home이 절로 나온다.
간청재는 이제 완벽하게 '낯익음'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 딸아이가 사전투표 인증샷을 보내왔다.
나는 저쪽(?)이 정말 싹 망하는 꼴을 보고 싶은데...깊고 깊은 뿌리가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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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작품도 근사하고
친구들 작품들도 느낌 좋네요.
그리고 애정 가득 담긴 가족들 사진도 넘나 이쁘네요~♡
이렇게 말 해 주는 wooryunn님이 젤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