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사토미와 모타이 마사코가 나오는 일본 4부작 드라마.
배우만 봐도 어떤 분위기인지 다 알 것이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자 무레 요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니 더더욱 어떤 분위기인지 다 알 것이다.
1부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예상대로(?) 끝까지 다 보고 잤다.
그냥 영화 한 편 보는 정도?
특별한 사건도 반전도 없고 그냥 그런 일상들이 편안하게 보여지는, 누구는 지루하게도 느껴지는 그런 영화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주인공은 함께 살던 홀어머니가 갑자기 쓰려져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어쩔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인사조치, 즉 편집일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리모델링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밥과 술을 파는, 사람 북적이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가게를 오랜 시간 동안 운영했지만
주인공은 점심에만 샌드위치와 수프를 파는 단촐하고 깔끔한 가게로 변신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이웃 사람들이 등장하고 모타이 마사코의 오래된 커피집도 나온다.
오래간만에 옛날 일본 드립커피집을 보게 되니 정겹기도 했다.
바로 옆에 그 커피집이 있으니 샌드위치 집에 커피나 다른 음료를 팔지 않고 수프만 내는 것 같다.
오히려 주인공의 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그 커피집에서 커피를 배달해서 대접하기도 한다.
이야기 속에 출생의 비밀 비슷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영향력은 없다.
내가 보기에는 사찰의 조용한 풍경을 담기 위해 일부러 넣은 것 아닌가 하는 정도로 말이다...
고바야시 사토미가 맡는 역할은 항상 비슷하다.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박하지도 않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태도를 견지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절대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은 저녁에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간단한(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게 만들 수 없는)요깃거리와 도쿠리에 든 청주로 저녁을 한다.
점심 장사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퇴근해서 깔끔하고 자그마한 식탁에 혼자 앉아 청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영화가 끝나는 내내 밥을 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딱 내 스타일~~
밖에서는 머리가 짧고 키가 큰 매력적인 여자 아르바이트생과 인간적인 관계가 잘 유지되고
집에 오면 어느날 나타나 갑자기 기르게 된 길고양이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또 마음에 드는 것이 아르바이트생이나 고양이와의 관계에서도 참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서로 신뢰하고 공감하지만 징징대거나 오지랖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도 말이다....
후반부에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지지만 그것도 큰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자아를 찾는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살짝 창문을 열어 놓는 정도...
'지금까지의 나는 내 스스로가 부자유스럽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 저는 너무 진지하려고만 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먼저 자유로워져야 다른 이들과의 시간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인공이 쓰는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나도 주인공과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만드는 부자유스러움에서 벗어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음....더욱더 불량해져야겠군! ㅎㅎㅎ
악의 없는 담백한 이웃들, 정갈한 가게와 적당한 메뉴, 시간에 쫓기지 않는 퇴근과 퇴근 후 한 잔의 술, 그리고 고양이....
참으로 누구나 탐낼 만한 삶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렇게 하려면 일단 월세를 내지 않으니 가능하다고...ㅋㅋ
가게의 윗층이 바로 집이니 집세도 내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의 내용을 짐작해 보면 40년 이상 어머니가 운영한 가게며 집이니 당연히 자기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점심 장사만 하고 정기 휴일도 꼬박꼬박 지키면서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너무 따지고 드는 걸까....
천천히 삶을 이해하면서 그저 평범하지만 올곧게 살아가려는 주인공을 내가 너무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ㅋㅋ
주인공 가게의 메뉴는 매일 바뀌는 수프 한가지, 샌드위치는 두 종류에 빵은 세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사실 나는 고양이도 수프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고양이를 보는 것은 좋지만 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 가끔 멸치를 내어 놓으면 길고양이들이 와서 먹고 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좋은 날이라고 감탄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샌드위치는 맥주나 와인, 커피와 마시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수프는 아침 해장으로 먹으면 좋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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