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닐 때 숙박시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하룻밤 외지에서 눈만 붙이고 나오는 곳이었다.
그래서 숙박시설에 돈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딸아이 어릴 때 여행지에서는 허름한 민박이나 모텔을 이용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남는 장사라 여겼다.
그.런.데. 여름 얼떨결에 가게 된 유럽여행에서 호텔이 너무나도 좋은거다~~
물론 고급 호텔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뽀송한 시트에 넉넉한 수건에 잘 청소된 방이 나를 기다리니 기분 짱!!
놀다 들어와도 방안에 깨끗하고 욕실도 수건도 침대시트도...커피 캡슐도 팍팍 채워 놓으니 정말 살 맛이 났다.
간청재에서는 1부터 100까지 내 몸뚱아리 움직여야 무엇이든 쾌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남의 손 빌려 이렇게 쾌적할 수 있다니...
물론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도 남의 손을 빌리기는 했지만 그때의 집은 잠시 눈 붙이고 나가는 곳이라 '스위트 홈' 개념이 아니었다.
그냥 현상 유지를 위한 정거장 정도?
그런데 간청재에서는 집이 생활의 전부다.
나의 모든 감각과 생각과 기분을 좌우하는 곳이 되었다.
그러니 집의 상태를 최적하게 유지하는데 참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전 여행을 다닐 때 해외나 국내나 고급호텔이나 싸구려 모텔이나 별로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너무도 오랜만의 여행이기도 했지만) 완전 찍히는 감동이 달라졌다.
그것은 호텔~
8월 말 여행에서 돌아와 호텔 좋다고 노래를 불렀다. ㅎㅎㅎ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은데 그냥 지르기에는 좀 찔려서 무슨 핑계 거리를 찾았다.
찾은 핑계거리가 가장 가까운 시점에 다가오는 내 생일!
11월 내 생일에 호텔 여행을 가기로 했다.
호텔도 많고 해산물도 먹을 수 있는 곳....부산을 택했다. 이동에도 그리 부담이 없는 편이다.
크게 지르자고...고급 호텔 가서 즐기자고 다짐했건만 막상 지르려니 좀 아까웠다.
물론 좋은 호텔은 1박에 40만원이 넘어가니 패스....10~20사이의 호텔을 찾아 예약하려고 하자 급 떨렸다.
2박을 해야 하는데 거의 40만원에 육박....윽...
왜 2박을 해야 하냐면 그래야 놀고 들어와 청소한 방을 즐길 수 있으니까....ㅋㅋㅋㅋ
그래서 고민 끝에 이름은 호텔이나 쫌 좋은 모텔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 전망이 좋다고 해서....
고급호텔은 바다전망과 시내전망이 1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러니 아쉬운대로...
옛날에는 전망 따위 필요 없어!!였다. 깜깜한 밤에 들어가 눈만 붙이고 씻기만 하면 됐으니가 말이다. ㅎㅎ
부산 해운대가 꼭 가고 싶은 것이 아니었으므로 가서 대게 먹고 회 먹는 거 말고 별로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꼭 보려던 영화 'Bohemian Rhapsody '를 보면 되겠구나....
여기서 영화를 보려면 진주나 남원 구례 쪽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Bohemian Rhapsody '는 근처 극장에서 곧 내려지는 일정이었다.(나중에 보니 연장 상연을 하는 듯)
부산은 계속 상연 중이었다.
느지막이 출발해서 부산 가서 처음 한 것이 극장 가서 영화를 봤다.
월요일인데도 거금 만원이나 받았다. 역대 최고가로 극장구경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렇게 고대했던 '게'를 먹으러 갔다.
나는 해산물을 엄청 좋아한다.
철마다 나는 해산물 먹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봄철 암꽃게, 가을철 숫꽃게, 봄 주꾸미, 도다리, 가을 대하, 전어, 겨울 석화.....돌문어도 좋아한다.
그런데 지리산 내려오면서 바다생물들이랑은 정말 멀어지게 되었다.
특히 게를 한번도 먹지 못했다.
푸짐하게 한 솥 쪄서 뜯어 먹는 '게' 말이다...
호텔 급을 조금 낮춘 댓가로 푸짐하게 먹어보자....음하하하핳
근처 검색해서 대게집으로 가서 킹크랩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실한 것은 킹크랩.
짠 나왔을 때 찍어야 하는데 정신 없이 먹다가 이 역사적 순간을 남겨야 한다는 자각이 늦게 와서 찍었는데 좀 지저분하다.ㅠ
소주 각 1병에 잘 먹고 편의점에서 만원에 4캔 코젤 맥주와 과자 한 봉지 사서 호텔에서 2차.
이 얼마만의 외식인가...
지리산에서는 외식하려면 외박도 해야 한다.
술마시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포장해 와서 먹는데 그래도 정리하고 치우고 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점에서 먹으면 엉덩이만 떼고 쏙 나와서 씻고 자면 그만 아닌가....와우~
예전에는 이것이 이렇게 신나는 일인 줄 몰랐다. ㅋㅋ
꿈에 그리던 식당에서 술먹는 저녁을 하고 또 침대에서 엄청 큰 텔레비전 보면서 맥주랑 과자도 먹고 배 뚜드리며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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