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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보건소

by jebi1009 2019. 2. 22.

딸아이 덕분에 보건소와 친해지게 되었다.

간청재 도착하고 길고 먼 여행 때문에 그랬는지 감기 몸살로 며칠 앓았었다.

집에 있는 비상약을 먹이려고 봤더니 유효기간이 2년 이상 넘은 것들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래도 그냥 먹는다.

그런데 용가리와 딸아이는 나더러 이상한 사람이라며 구박했다...ㅠㅠ

식품들도 유통기간과 상관 없이 먹어 봐서 괜찮으면 먹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먹어도 별 이상이 없었고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 약통에 있는 약들을 싹 다 버렸다.

시골 내려온다고 이런 저런 약들을 챙기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것을 보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열진통제라도 먹여야겠기에 용가리가 마을 보건소로 데려갔다.

3일 분 약을 받아왔다.

약을 먹고 아픈 증세는 나아졌지만 기침이 심해서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다시 용가리와 딸아이가 보건소로 갔다.

나는 구찮아서 웬만하면 '아빠랑 갔다와~'를 말한다. ㅎㅎ

또 3일 분의 약을 받아왔다.

그런데 두 번째 갔더니 딸아이의 의료보험이 제대로 원상복구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보건소 선생님이 유연성을 발휘해서 잘 처리해 주셨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토사곽란이 났다.

돌도 씹어 먹는다는 20대가 쯧쯧....

밤 새 잠 한 잠 못자고 고생을 했다.

아침 마을 보건소에 가니 휴진이었다. 어쩌남 ㅠㅠㅠ

그래서 읍에 있는 병원으로 갈까 어쩔까 하다가 면에 있는 보건소에 갔다.

물론 '아빠랑 갔다와~'

면에 있는 보건소에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단다.

그래서 약 봉투를 자세히 살펴보니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있었다.

우리 마을에 있는 것은 보건지소, 면에 있는 것은 보건진료소.

보건지소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진료소에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가 보다.

면에 있는 보건진료소에 다녀온 딸아이와 용가리는 말했다.

'무슨 소꼽장난하는 것 같아...ㅎㅎ'

젊은 의사선생님(딸아이 말로는 자기 또래인 것 같다고)이 하얀색 추리닝 입고 진료해 주셨다고....

딸아이가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을 처방받으며 물어봤단다.

'물만 먹어도 토하는데 물이 너무 먹고 싶으니 어쩌죠?'

'그럼 물 맘껏 마시고 계속 싸고 토하세요..그렇게라도 수분보충 하는 것이 더 낫죠'

이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왠지 그 의사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ㅋㅋ



플라시보효과 때문인지 의사 선생님 얼굴 보고 약도 한 봉지 먹고는 오는 길에 요구르트 한 판을 사 왔다.

물도 못 마시면서 이건 왜 사왔냐는 물음에 이걸 먹겠다는 의지로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 말한다. ㅋ

토사곽란이 오면 몸살기도 있고 오지게 힘은 들지만 그래도 까부러지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나가면 진정되는 것이니

그리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면 딸아이가 삐질까봐 살짝 살짝 걱정모드로 전환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걱정모드의 결정체 흰 죽을 끓여야겠다.ㅎㅎ


딸아이가 평가하기를

'그래도 마을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이 더 카리스마 있고 프로패셔널하더라...'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딸아이 말에 수긍이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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