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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여권

by jebi1009 2019. 4. 9.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을 지출하게 되었다.

올 초 친절하게도 여권 만료일을 알려주면서 갱신하라는 문자가 왔다.

필요한 것은 여권에 부착할 사진인데 지난 여권의 사진을 또 쓸 수는 없으니 사진관에 가야 할 판이었다.

그동안 각종 증명에 필요한 사진들은 학교 재직 시절 찍어 두었던 사진을 돌려가며 사용했었지만 여권 사진은 규정이 까다로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용가리 여권도 역시 만료기간이 비슷해서 사진을 찾았는데 다행스럽게 용가리는 여권에 사용할 사진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여권 신청할 때 쓴다고 잘 챙겨 두었던 사진 2장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용가리 말로는 분명히 자신이 쓰려고 꺼내 와서는 여권이나 지갑에 넣었단다.

이번에 여권 신청하려고 찾는데 그 챙겨 두었던 사진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용가리는 3일 동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이 미치는 곳을 뒤졌지만 끝내 발견할 수가 없었다.

왜 집집마다 잘 두었던 사진은 사라지고, 빨고 나면 양말 한 짝 씩은 꼭 없어지는 것일까?

누구는 그렇게 며칠 고생하다가 극적으로 어딘가 잘 모셔 두었던 사진 꾸러미를 찾았다고도 하지만 우리집에서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만 촬영하기로 한 사진을 용가리도 하게 되었다.


사진도 찍고 여권 신청을 하기 위해 읍내에 나갔다.

읍에는 생각보다 사진관이 많았다. 내가 본 것만 무려 3개.

그런데 사진 값이 무려 2만 원이나 했다.

그동안 사진 찍을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사진 찍는 값이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용가리와 둘이 찍으니 자그마치 4만 원....속이 쓰렸다. ㅠㅠ

여권에는 2장의 사진만이 필요하니 이 사진을 다시 쓸 일이 없다면 사진 한 장에 만 원 꼴이다.

함양 군청에 가서 여권 갱신 발급 신청을 했다.

절차는 매우 간단했지만 발급비가 무려 5만 원!!!!

게다가 유효 기간이 끝나고 다시 발급을 하나 갱신을 하나 발급비가 똑같이 5만 원이라는 사실이 너무 억울했다.

용가리와 나는 사실 당분간 여권을  쓸 일이 없다.

해외에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업도 없으므로 해외에 일 때문에 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갈 일이 있다면 여행인데 작년에 다녀왔기 때문에 몇 년 간은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므로 여권을 몇 년 후에 신청해도 되는 것을 큰 돈 들여 해 버린 것이다.

갱신을 하면 새로 발급 받는 것 보다 발급비가 저렴할 줄 알았다.

신규 발급이 5만 원이면 유효기간 연장해서 갱신하는 것은 2만 원 정도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우리 생각에는 말이다...ㅠㅠ

인터넷으로 알아 보고 갈 것을.....힝...

여권 유효기간이 10년이니 기간 조정을 잘 하면 평생(?) 한 번 정도만 여권 발급을 받으면 되는 것을 최소 두 번은 하게 생겼다.

그러면 둘이서 10만원이나 지출이 더 생기는 것이다.

오매 아까운거......ㅠㅠ

사진값까지 둘이서 14만원이라는 거급을 쓰고 나니 속이 엄청 쓰라렸다.


에이....속 쓰린 김에 꽃이나 보고 들어가자!

함양에서 백전으로 꽃구경하러 갔다.

막 꽃 축제가 끝난 시점이었다.

몽환적인 꽃 터널을 지나며 쓰린 속이 말랑해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 그래 자고로 돈이란 쓰라고 있는 것이지... 쓰는 김에 더 쓰자.

치킨 한 마리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딸아이에게 전화가 와서 14만원의 지출 사실을 알리며 속 쓰려하자

'여권값 아깝지 않게 10년 동안 여행을 해마다 다녀'이런다.

말이야? 방구야?

내 아직도 배송비 2500원 때문에 3만원을 더 쓰기는 해도 여권값 때문에 몇 백만원은 못 쓰겠다.

치킨과 맥주로 쓰린 속을 달래며

'그런데 그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집 4차원 공간에 대해 토론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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