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 29일 결혼했다.
사실 4월 22일에 할 뻔 했다.
원래 22일 계약했었는데 예식장 측의 실수로 이중 계약이 되어서 29일로 하게 되었다.ㅎㅎㅎ
24년 전 29일 우리는 결혼식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는 선택이었다.
20대에 결혼이라니....쯧쯧....
한때는 연인으로 만났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전우애로 산다.
전쟁터에서 전우를 뒤에 남기는 일은 없다고 했다.
용가리가 나를 뒤에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킨은 매운맛과 후라이드 반반이다. 나는 매운 맛을 좋아하는데 용가리는 순한 맛을 좋아한다.
기념일이면 맛난 음식과 케잌을 먹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리고 맛난 음식은 꼭 사 먹는 것이어야 한다.
주로 회를 먹었지만 이번에는 비도 오고 먼 길까지 가는 것도 귀찮아서 읍내 나가 치킨과 케잌을 샀다.
지리산 간청재로 내려와 붙어 지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다를까?!
먹는 것, 노는 것, 자는 것....비슷한 것이 없다.
'너랑 맞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니가 웬만큼 이상해야지...나는 정상이야' 용가리가 말한다.
서울에서는 대충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이 지금 보니 완전 다른 것이었다. 왜 몰랐지?
그래도 회 좋아하는 것과 술 좋아하는 것과 자유한국당 욕하는 것은 맞으니 살 만한다.
지금까지 먹은 케잌 만큼 앞으로 케잌을 더 먹게 되면(그러면 50개 쯤 먹게 되는 건가?)각자 생을 마감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지?
세상과 어울리는 일에는 점점 더 시큰둥해지니 아쉬운대로 서로서로 의지가 된다.
왕따 당한 애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ㅋㅋ
이렇게 말하면 자기는 아니라고 용가리가 항변할 것이다.
성질 괴팍해서 왕따 당한 것은 '너'지 내가 아니라고...자기는 엄청 사교적이라고 말이다.
피를 나눈 사이보다 전쟁터를 함께 누빈 전우가 더 끈끈하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