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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앗!!

by jebi1009 2019. 5. 2.

깜빡하고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그냥 넘길 뻔 했다.

휴대폰 사진을 보다 생각이 났다.

4월 어느 날 우리는 배달 음식을 먹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이곳은 산골이라 당근 모든 음식 배달에서 제외되는 곳이다.

그런데 4월 중순 어느 날, 용가리가 흥분하며 나를 불렀다.

우리 차에 광고지를 꽂아 놓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여기까지 다녀갔다는 말이었다.

다름 아닌 피자집!!!

우리는 그 전단지를 보고 정말 올까??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주문을 해 보기로 했다.

피자는 한 판 이상 주문이 가능했고 훈제치킨은 두 마리 이상 가능했다.

피자와 치킨을 주문했다.

두근두근~~~

30분 정도 지나자 자동차 소리가 나면서 피자와 치킨 박스를 들고 우리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아저씨...뙇!

정말 피자와 치킨이 우리집 마당까지 와서 툇마루 위에 놓여지게 되었다.

피자집은 백무동 무슨무슨 산장 옆이라 했는데 어딘지 모르니까 '여기 분 아니시죠?'

'네...여기 이사와서 처음으로 배달 음식 먹는 거예요 ㅎㅎㅎ'

'그렇죠 여기까지 오는 데는 없죠 ㅎㅎ'

'내내 번창하셔야 해요~~'

아저씨는 카드리더기로 터프하게 영수증을 끊어주시고는 멋지게 돌아가셨다.

집에서 카드리더기로 영수증 끊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네..ㅋㅋ


엄청 뿌듯한 상태에서 피자를 먹는데 텔레비전에서 더 역사적인 사건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지정환 신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우리가 먹는 피자가 지정환피자였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던 배달 음식이 처음 배달 되었던 순간 그 음식의 주인공이 돌아가셨다니.....

피자 한 조각씩을 들고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지정환 신부님의 명복을 빈다.






그래도 널부러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전화로 불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과연 이 피자집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1년 이상 유지될 것을 염원하며 당분간 부지런히 시켜 먹어야겠다.

제발.....문 닫지 말고...ㅠㅠ


짧은 것은 엄나무순이고 긴 것은 두릅이다.


역시 긴 것은 두릅, 짧은 것은 엄나무순....개인적으로 엄나무순이 더 좋다. 향이 더 짙고 확실한 맛이다


또 하나, 봄에만 먹을 수있는 음식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바로 새 '순'...

잎이 뻗쳐 자라기 전 보드랍고 즙을 머금고 향을 품은 순을 먹는 것은 이곳에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욕심 내지 않고 한 끼 정도 먹을 만큼 따 오는 것도 기분이 좋다.

나무에 순이 막 돋아 있는데 요만큼만 가져가자....하고는 돌아서는 기분 말이다. ㅎㅎㅎ

살짝 데쳐 초고추장을 찍어 먹거나 막장에 무쳐 먹거나 튀기거나 부침을 해 먹는 것도 좋다.

가장 편안하고 그 날 것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그래도 순이 조금 남아 튀기듯이 부쳐 먹었다.

맥주와 소주는 당근 필수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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