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와 함께 온 아이가 짱뚱이다.
생긴 것은 강아지나 너구리인데 알고 보면 여우란다.
너무 귀엽게 생겨 여우 세계에서 쫓겨난 미운 여우새끼?
여우세계의 이단아?
애정결핍(?) 때문인지 고양이나 강아지를 엄청 좋아했던 아이다.
하지만 나는 결단코 다른 생명체를 책임지는 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나....유난히 인형을 좋아한다.
그것도 사람 인형 말고 동물 인형을 말이다.
짱뚱이는 스웨덴 학교에서도 단연코 인기 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짱뚱이의 가격을 듣고 나서는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고....ㅠㅠ
나이 스무살이 넘어서 3만원이 넘는 가격에 인형을 사다니...
그것도 먹는 것 아껴가며 살아가는 타지 생활에 말이다.
딸아이가 스웨덴에서 보내던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짱뚱이를 봤었지만 간청재 들어와 트렁크를 열고 처음 꺼내 들었던 것이 짱뚱이다.
그러고는 나에게 들이밀고 예뻐하라는 듯이 강요하더니 드디어는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뜨개질을 하고 있던 나에게 짱뚱이 양말과 모자를 떠 달라는 것이다.
게다가 모자는 꼭 귀가 나오도록 떠야 한다는 것이다.
'놀고 있네..' 되도 않는 소리에 콧방귀를 꼈지만
하도 옆에서 졸라대니 짱뚱이에게 모자와 장갑을 입히면 더 귀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미쳤지)
그래서 모자와 장갑?양말?을 떴다.
뜨개질하고 남은 자투리 실을 딸아이에게 고르라고 했다.
모자와 양말을 뜨면서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이게 무슨 짓인가.....
이 사진들은 딸아이가 찍은 것이다
총량의 법칙!!
딸아이 어릴 때는 인형이고 나발이고 이런 아기자기한 것에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더니 내 나이 반 백살이 넘어, 딸아이 20살이 넘어 이런 짓을 하게 되었다. ㅋㅋㅋㅋ
인형 옷 만들고 같이 역할 놀이하고...이런 일들은 나이와 상관 없이 일생을 통틀어 할당량을 채워야 하나보다.
오늘도 짱뚱이는 내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물론 딸아이가 내 앞에서 알짱대는 놀이 중 하나이다.
그런데 3월 딸아이가 떠나고 나면 딸아이보다 짱뚱이가 더 보고 싶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