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소설을 보면 잠자리에 함께 하는 소품들은 자리끼나 담배였다.
생각해 보면 예전의 아버지들은 안방에서 담배를 피웠고, 머리맡에 재떨이와 담배 성냥이 있는 풍경은 소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요즘은 택도 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도 잠자리 소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그저 침대에 들어가 머리에 베개가 닿으면 아무 생각 없이 널부러졌으니 그런 소품들이 필요치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들기 전의 다양한 재미와, 아침 잠이 깨고 나서의 한량 없는 뒹굴거림이
하루 일과 중 중요한 즐거움이니 나름 소품이 필요하다.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휴대폰과 책이다.
휴대폰 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날의 뉴스를 검색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팟케스트를 듣거나...
책은 항상 있어왔다.
솔직히 머리맡에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속도를 내어서 읽지는 않더라도, 한 챕터를 읽더라도, 아니면 읽지 않더라도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소품이 등장했다.
수건과 부채....!!!
갱년기 증상의 일환으로 체온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2년 전부터 슬쩍 슬쩍 그런 증상이 있었으나 작년부터는 완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갑자기 땀이 확 났다가 오슬오슬 추웠다가를 반복반복...ㅠㅠ
특히 잠 잘 때 끝내준다.
땀이 줄줄 흘러 이불 킥을 하다가 또 급작스러운 추위에 이불을 뒤집어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날이 밝는다.
한마디로 긴 잠자기가 힘들다.....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예전부터 이런 증상의 아줌마들이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나왔기 때분에 학습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스럽지 않게, 엄청 짜증스럽지도 않게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불편한 점은 많지만 그래도 아는 병(?)이라서 그리 조급증이 나지는 않는다.
옛날 김수현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아줌마들이 한밤중에 나와 선풍기 바람을 쐬는 장면을 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왜 그런지, 꼭 저래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 이해가 된다.
목욕 수건으로 땀을 닦고 한겨울에 부채질을 해대고 있으니 말이다.....
이 한 겨울에 땀을 흘리다니 복인 줄 알아야 하남? ㅎㅎ
길게 가면 5,6년도 간다고 하니 그냥 익숙해져야겠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취중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짱뚱이 (0) | 2019.02.14 |
---|---|
환기 (0) | 2019.02.09 |
늦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카드 (0) | 2019.01.08 |
부끄러워~ (0) | 2019.01.03 |
약속된 자랑질 2018/11/30 (0) | 2018.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