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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부끄러워~

by jebi1009 2019. 1. 3.

오마이에서 백업 받은 내용을 옮겨 놓으면서 흘깃 흘깃 보게 되는 글이 내 얼굴을 붉힌다.

어째서 과거의 기록들은 부끄러움으로 남는 것일까...

얼마 전 딸아이와의 통화에서도 그랬다.

자료 정리 하다 보니 바로 작년에 쓴 리포트도 화끈거려 못 보겠더란다.

'뭐하러 그렇게 이런 저런 말을 갖다 붙였을까.. 결론도 이상하고 내용은 빈약하고....'

'너 고등학교 때 기록한 거 읽어보면 더 오그라들 것이다...ㅎㅎ'

사돈 남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학창시절, 젊은 시절의 다이나믹한 흐름은 지나갔으니

큰 변화 없이 살고 있고 생각이나 행동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별 생각 없이 주절거리는 블로그의 글들도 지나간 글을 보니 참 거시기하다.

뭐가 그렇게 신기하고 뭐가 그렇게 감동적인지...쯧쯧쯧...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는 술마시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런 주정뱅이 같으니라고...ㅠㅠ

매번 '술잔을 기울인다, 잔을 부딪혔다, 시원하게 한 잔했다....'등등으로 마무리된다.

안주는 매번 비슷하다.

최다 등장이 라면, 뒤를 이어 두부, 각종 부침개, 고등어구이, 고구마 감자 옥수수....


이제 간청재로 이사한지도 3월이면 만 3년이니 좀 차분하고 어른스럽게(?) 살아야겠다.

간청재 3년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해마다 비슷한 계절의 반복과 그에 따른 농사일, 집안일이 삶의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용도 해마다 비슷비슷...

그런데 해마다 처음 겪는 일처럼 호들갑스럽게 난리를 떨었냐...반성...


그리고 이제 술 마시는 이야기 좀 그만 쓰자....

기분이 꿀꿀해서 마시고 기분이 좋아서 마시고 비가 와서 마시고 바람이 불어서 마시고 일을 많이 해서 마시고 할 일이 없어서 마시고 맛있는 안주가 생겨서 마시고...

물론 술을 안 마시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그렇게 자랑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8년 마지막 날 시댁 조카가 아기를 낳아서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처음 집안에 갖난 아기가 생겨 신기하고 들뜨고 그랬다.

그 아기는 태어난지 몇 시간 만에 2살이 되었다..ㅎㅎ

이제 할머니도 되었으니 촐삭거리지 말고 진중해지자..

그리고 할머니의 할머니가 되더라도 항상 깨어 있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자.

자꾸 안주하려 하거나 변화를 귀찮아하지 말고 미래를 더 사랑하는 진보주의자가 되자.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Le vent se lve! Il faut tenter de v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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