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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환기

by jebi1009 2019. 2. 9.

설날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며칠 머물렀다.

양쪽 집안 설 행사를 마치고 친구들 만나고 3박 4일 일정이 보통이었지만 이번에는 4박5일의 일정이었다.

친구들 만나서 고급진 한우를 얻어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 속 시원히 하고.....

용가리 말하기를

'설님은 일부러 핑계 만들어서 맛있는 것 사주시려고 애 쓰신다..ㅎㅎ'

모두들 한턱 내려고 핑계거리 만들어 애쓰시니 참 고맙고 고맙다.


용가리 약속 때문에 하루 더 있게 되어 나는 박물관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항상 서울에 가면 박물관에 가거나 교회에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일부러 일정을 잡기에는 여러 불편한 점들이 많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불관에 가서 빗살무늬 토기를 보고 싶었다.

또 주일 예배를 드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기회가 생겨 박물관에 가서 호사를 누렸다.

교회는 일요일이 겹치지 않아 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박물관에 가서 특별히 무언가를 보지는 않더라도 그 공기가 나는 좋다.

슬렁슬렁 다니다가 차도 한 잔 마시고 전시실 한 복판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좋다.

그냥 그런 분위기 그런 공기를 흡입하는 것이 좋다.

내가 가보지 못한 사이 박물관은 변한 것도 있고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음...느낌은 좀 더 많이 친절해진 느낌?

특별전시는 보지 않고 언제나 어슬렁거렸던 상설전시장을 돌아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빗살무늬 토기. 정말 이쁘다!!



내 맘에 쏙 든 책상이다. 용가리에게 만들라고 보여 주니 의욕을 보인다.

곧 내가 책을 놓고 읽거나 바느질을 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ㅎㅎ


김정희의 不二禪蘭圖 . 이번 관람 중에 서화 부문 1등을 차지했다.

내가 주는 1등...가장 맘에 드는 그림이나 글씨, 도자기 조각 공예품들은 그때그때 1등이 달라진다.ㅎㅎ

뭘 알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의 삘이 꽂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잔 부문 1등. 얼마나 단아하고 귀엽게 생겼는지....갖고 싶다...ㅠㅠ



도자기 부문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 2개를 골랐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요즘 나전칠기가 하도 매스컴에 많이 등장해서 눈여겨 보다가 맘에 드는 것 하나를 찍었다.

특이하게 외다리 소반이다. 사진이 좀 구려서 그렇지 정말 예쁘다.


실패와 재봉 자. 이뻐라~




가장 보고 싶었던 빗살무늬 토기를 보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것만 좀 오래 보고 왔다.

새롭게 예뻐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관람시간 종료 전에 기념품점에 가서 귀여운 것 하나 사고 싶었는데 30분 먼저 칼 같이 불 끄고 셔터를 내려 버렸다. ㅠㅠ

문 닫는다는 방송이 여러번 나올 때까지 있었다.

거의 마지막에 문을 나섰다.

낮부터 추워진 날씨에 찬 바람이 쌩쌩 불고 날은 어둑해지고 거리에 사람들도 없고....

춥고 황량한 느낌이 좋았다.

일부러 찬 바람 맞으면서 거리를 조금 걸어 지하철 역으로 갔다.

지리산에서 맞는 바람과는 다른 공기.....

내 몸 속에 다른 공기를 꽉 차게 집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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